시. 산문. 편지글. 704

늙어도 젊게 살자.

늙어도 젊게 살자. 우리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늙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스스로 늙은 사람이 자신을 아직 젊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스스로 젊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 소위 나이(年齡)라고 하는 것은 숫자(數字)에 불과하고, 肉身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은 오래 동안 사용한 기계처럼 노후한 것이라 생각하며, 모든 일에 나름대로 ‘할 수 있다’ 는 적극적이고 긍정적 사고로 최선을 다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도 이상의 젊음의 고귀한 상승효과(synergy effect)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우리의 人生인 것이다. 근래 들어 세월이 흐르고 物質文明이 발달하므로 인하여 사람들의 사고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와, 많은 옛 관습과 습관 즉 道德의 가치 기준도 변하여 다가니 우..

이팝나무 꽃을 보면서.

이팝나무 꽃을 보면서.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느낌이 들 만큼 산산하나 낯에는 여름 못지않게 더우니 시원한 바람이 그리워지는 5월이 깊어가는 계절이다, 아침저녁 오가며 지나는 길옆 담장위에는 붉은 사계절 장미가 한창 만발한 가운데 한편은 시들어 가고 있는 장미를 보노라면, 우리 인생도 저 시들어 가는 장미와 무엇이 다른가 생각을 들기도 한다, 봄이 되면 매화와 산수유를 시작으로 개나리와 벚꽃이 피고 그 다음 백목련 자목련 배꽃 등이 산과 들을 아름답게 수놓더니 진달래에 이어 지금은 철쭉과 이팝나무 꽃이 한 장피고 있어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고 있다. 오래전에는 산에서나 띄엄띄엄 눈에 들어오던 이팝나무(六道木.立夏木)가 근래 들어 大邱市木으로 지정되고부터는 가로수로 정원수로 또 빈 공지를 메우고 있어..

꽃샘추위를 느끼는 이른 새벽에.

꽃샘추위를 느끼는 이른 새벽에. 그저께가 立春이었다, 이른 새벽녘 창을 여니 봄을 시샘하듯 찾아오는 봄의 불청객인 꽃샘추위를 얼마간 느끼다보니 자연의 섭리는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다. 사람이 사는 세상은 여러 좋은 일도 어려운 일도 많든 적든 자의든 타의든 자신에게나 이웃에게나 다반사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게 보통 사람들이 사는 삶(인생)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어느 힘이 이끄는 대로 운명적이거나 숙명적인 일들과 싸우며 조화나 순종하고 사는 게 또한 인생이 아닌가 한다. 이른 봄철의 날씨가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듯 꽃봉오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일시적으로 추워지는 기상현상을 두고 ‘꽃샘추위(the last cold snap)’ 또는 특이일(特異日)이라고도 하며 우리나라의 봄철..

사월 초 옥연지 둘레길에서.

사월 초 옥연지 둘레길에서. 이따금 봄비방울 하나둘 내리는 벚꽃길 따라가다 보국사 해탈교지나 촛불 아래 향 내음 가득하고 적막한 법당에 들러 부처님전에 예불올리고 절 옆 산 비탈길 따라 玉蓮池 둘레 길을 오르니 벌써 봄은 자리하고 있네 산에는 파릇한 나물 연분홍 진달래 피었고 옥연지 더 맑고 하늘 높으니 이내 마음은 더불어 살아온 그 사람과 그 날들이 더없이 행복하였다네. 참으로 더없는 즐거운 삶이었고 사랑하였고 사랑하며 살아 왔었다네. 보국사 용연사 님의 향기

春分 小考.

春分 小考. 지난 저녁 무렵부터 감질나게 비가 오더니 오늘은 햇살이 비처도 따뜻한 정종 한잔이 생각나는 날씨이나 지난 가는 바람은 훈훈함과 촉촉한 감이 드는 것을 보니 그래도 봄은 봄인가보다. 이즈음이 되면 농촌에서는 봄비를 기다린다, 봄비를 다른 말로 봄에는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비가와도 일을 한다는 뜻으로 쓰는 말로‘일비’라고도 한다. 24 節氣 중 네 번째 절기로서 경칩(驚蟄)과 일 년 중 날이 가장 맑다는 청명(淸明)사이에 들며 양력 3월 20일경이 되는 春分, 경칩 15일 후인 春分을 자나자 좀처럼 비나 눈이 오지 않는 우리 지역에서 눈과 비가 조금 내리기에 맞으며 걸어 보고 싶기도 하다. 雨水시기로서부터 새싹이 나며 예부터 雨水. 驚蟄에 大同江 물이 풀린다고 하였고, 일 년 중 모심기에 필요한..

맷돌 돌리는 마음으로.

맷돌 돌리는 마음으로. 초가을을 넘어 가는 밤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니 벌써 한해가 가는가 하는 마음에, 어언 육십을 더 넘긴 그동안의 삶의 人生路程을 되돌아 생각하여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 흰 구름 시냇가에 절 짖고 줄 곳 삼십년을 거처에서 사시는 데 웃으며 문 앞 한 가닥 길을 가리키며 山만 내려가면 그곳에 천 갈래 길 있다 말씀하시네.” 라고 읊은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金川寺 주지에게 지어준 詩가 생각난다. 즉 줄 곳 한 곳 한 山寺에서 삼십년을 머물러 사셨다는 주지 스님의 道心이 놀랍거니와, 절 앞에 한 가닥 길과 바로 그 산 아래 아우성치며 이전투구(泥田鬪狗)하며 살아가는 속세의 천 갈래의 길의 표현은, 우리 人生路程의 삶에 대비한 선명한 말이 우리의 삶을 다시한번 관조할 수 있게..

근래 들어 人生無常이란 말이 자주 떠오른다.

근래 들어 人生無常이란 말이 자주 떠오른다. 칠순을 넘어 살아오며 든 습성이라 그런지 여느 때처럼 오경(五更)무렵 깨어나니 일흔여덟 번째 맞는 경칩(驚蟄) 날 새벽이다, 예로부터 立春이 지나 雨水가 되면 바람결에 실려 오는 따사한 햇빛에 싱그러운 봄 내음, 정겨운 새소리 그리고 들녘에 파릇파릇 풀잎과 냇가 수양버드나무에 새싹이 돋고 경칩에는 대동강 강물이 풀린다고 하였으나, 그의 마음 한구석은 텅 빈 느낌 가운데 이가(移家)로 고생한 그 사람 모습이 떠오르며 보고픔이 그리움 되어 아련히 가슴에 스며들면서 人生無常함이 새삼 느껴지는 새벽이다. 엊그제가 立春이었는데 벌써 雨水를 지났으니 지나온 세월의 무상함을 가슴으로 느끼며 여생을 보람되게 보내리라 다짐하며 살아 왔는데, 이제 팔순을 바라보니 참으로 원망스..

雨水, 驚蟄(경칩)을 기다리며.

雨水, 驚蟄(경칩)을 기다리며. 24절기(節氣)의 하나로서 立春과 경칩(驚蟄)사이에 들며 양력 2월 18일경이 되는, 立春 15일 후인 우수(雨水)를 자나자 좀처럼 비나 눈이 오지 않는 우리 지역에서 눈과 비가 조금 내리기에 맞으며 걸어 보았다, 雨水시기로서부터 새싹이 나며 예부터 雨水. 驚蟄에 大同江 물이 풀린다고 하였고, 눈이 비로 바뀌면서 얼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이다. 다소 춥다고 느껴 지드래도 훌훌 털고 밖으로 나가보자, 들판에 나가보면 농부들도 농사준비에 바쁘고 과수원 가지치기를 하고 병충해 예방을 위하여 논두렁 밭두렁 태우기에 한창이며, 양지바른 들길 산길에는 푸름이 비치고해ㅅ볕드는 모퉁이는 벌써 봄꽃들이 움 트고 있고, 몸을 잔뜩 움츠리게 하였든 한겨울 추위가 언..

외로운 죽음(孤獨死)은 누구에게나 온다.

외로운 죽음(孤獨死)은 누구에게나 온다. (1). 근래 새벽예불 올리기 전 잠간 사이이나마 자연스레 자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나는 게 세월 탓인가 하여본다, 우리 대개의 사람은 늙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이따금 하는데 누구나 그 자체가 그저 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면서도, 사람은 늙어가면서 죽음을 향하여 때로는 서둘거나 서서히 죽음에 다가서는 시간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게 사람이고 또한 노년인생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태어나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진솔한 마음으로 삶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다면 인생을 관조하는 여유로움을 보일 수도 있고, 그것이 아름다운 노년인생의 자투리 세월을 잘 보내는 삶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살다보니 사람의 노년은 숙제 없는 방과 후와 다름없는 것이다. 인생 7..

‘사랑 하냐’묻기에.

‘사랑 하냐’묻기에. 새벽녘 獨居 窓을 두드리는 봄 오는 속삭임에 눈 뜨니 봄, 봄은 벌써 와 머리맡에 앉아서 귀에 속삭이는 말이 지금도 그 사람을 ‘사랑하냐’묻기에 그렇다고 말하니 사람이 사람을 믿는 마음이 사랑이라며 來年에 보자며 가네. * 追記. 北宋 사람 왕기(王錡)는 詩에서 봄을 ‘매화 시들고 나니 해당화가 새빨갛게 물이 들었네, 들장미 피고 나면 꽃 다 피는가 하였더니 찔레꽃 가닥가닥 담장을 넘어오네.’ 라고 노래하며 봄을 맞이하였고, 천상병 시인은 ‘봄을 위하여‘ 라는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