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맷돌 돌리는 마음으로.

碧 珍(日德 靑竹) 2022. 3. 14. 18:20

 맷돌 돌리는 마음으로.

 

 

 

 

초가을을 넘어 가는 밤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니 벌써 한해가 가는가 하는 마음에, 어언 육십을 더 넘긴 그동안의 삶의 人生路程을 되돌아 생각하여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 흰 구름 시냇가에 절 짖고

    줄 곳 삼십년을 거처에서 사시는 데

    웃으며 문 앞 한 가닥 길을 가리키며

    山만 내려가면 그곳에 천 갈래 길 있다 말씀하시네.”

 

라고 읊은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金川寺 주지에게 지어준 詩가 생각난다.

 

즉 줄 곳 한 곳 한 山寺에서 삼십년을 머물러 사셨다는 주지 스님의 道心이 놀랍거니와, 절 앞에 한 가닥 길과 바로 그 산 아래 아우성치며 이전투구(泥田鬪狗)하며 살아가는 속세의 천 갈래의 길의 표현은, 우리 人生路程의 삶에 대비한 선명한 말이 우리의 삶을 다시한번 관조할 수 있게 하여준다.

 

그러기에 일찍이 중국의 도연명(陶淵明)은 그의 歸園田居에서 ‘티클 세상에, 잘못 떨어져 훌쩍 삼십년을 허송 하였더라네.’라고 읊기도 하였다.

 

생각하기에 道는 우주를 관통하는 불변 眞理의 가치이며 무한 존재이나, 이에 비하여 사람의 一生은 준마가 문틈을 스쳐 지나가는 것만큼이나 짧고, 또 사람이 一生을 겪고 누리는 부귀영화나 신산고초(辛酸苦楚)는 모두가 한순간의 일이요 부질없는 집착에 지나지 않는다고, 呂氏春秋 효행람 신인(孝行覽 愼人)에서도 말하고 있다.

 

그래서 莊子는‘아는 것은 끝이 없는데, 우리의 삶은 끝이 있다’고 하였으며, 孔子도‘부귀는 뜬 구름과 같다’고 하였는데, 높은 곳에 올라가 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어찌 티끌세상의 궁달(窮達) 즉 빈궁(貧窮)과 영달(榮達)에 얼 매여 살 것인가 한다.

 

사람에게 누구나 삶과 죽음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마음이 있고, 자기가 그것을 쓰고 싶을 때 쓰고, 또 쓰고 싶은 곳에 쓰고 싶은 만큼 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크고 떳떳한 일에 값있게 쓰면 그것이 바로 큰 사람(大人)이 되는 것이고, 하잖고 떳떳하지 못한 일에 헐값으로 쓰면바로 小人이 되는 것이다.

 

즉 인류를 구제하기 위하여 큰마음 큰 뜻으로 평생 몸을 바쳐 일한 사람을 우리는 聖人이라 하고, 나라와 겨래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사람을 애국자라 부르며, 나라를 팔았거나 망친 사람은 매국노 또는 망국노라 부른다.

 

莊子는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기(氣)의 모임과 흩어짐으로 설명하려고 의도 하였는데, 그러기에 氣가 모이면 살고 氣가 흩어지면 죽는 다는 것이다, 즉 살고 죽는 것은 본래 氣의 취산(聚散)현상에 지나지 않으니 어찌 근심할 것 있겠는가 하고 반문하기도 하였는데, 莊子 지북유(知北游)에 보면,

 

   生也死之徒 (생야사지도) / 삶이란 죽음으로서 과정이요

   死也生之始 (사야생지시) / 죽음이란 삶으로서 시작이니

   孰知其紀?. (숙지기기 ?) / 뉘라서 그 규율을 알리요. 라고 하고 있다.

 

또 한편 聖賢은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을 윤회(輪廻)로 보기도 하며 부활(復活)로 말하기도 하고, 연결되는 하나의 과정으로 설명하기도 하며, 聖賢의 말에 따르면‘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고 하나인데 사람들은 이를 둘로 떼어 놓고 삶에만 집착하고,

 

 죽음을 부정하는 것’ 이 사람이라 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현명하게도 대대로 사용하여 온 생활도구 중에서 맷돌이(咏磨.石磨)이란 것이 있는데, 이 맷돌이 우리 인생과 관련하여 보면 소중한 것을 생각하게 하여 주고 있다.

 

맷돌은 아래-위 돌판의 중심을 잘 맞아야 제대로 돌아야 가고 집어넣는 곡물의 양이 적당하여야 재 기능을 발휘하는데, 위판을 일정한 방향으로 일정한 속도로 끈기 있게 돌려야만 위-아래 돌판 사이에서 곡물이 가루로 갈려 잘 흘러나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이치로 국가에서는 國民과 爲政者(정부)간에, 국회에서는 與-野 간에, 南韓과 北韓 간에, 그리고 가정에서는 夫婦간에 소통과 화합이 제대로 되어야만 하기에, 이제는 맷돌 돌리는 마음으로 뜻과 노력에 의한 힘을 모아 나아간다면 國家는 평온 하고 國會는 국회다운 모습을 찾고 家庭은 和睦하게 되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서로 이해를 하게 되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맷돌 돌리는 마음으로 우리가 살아간다면 萬事가 형통(亨通)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