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외로운 죽음(孤獨死)은 누구에게나 온다.

碧 珍(日德 靑竹) 2022. 2. 12. 08:16

외로운 죽음(孤獨死)은 누구에게나 온다.

 

           

 

(1).

근래 새벽예불 올리기 전 잠간 사이이나마 자연스레 자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나는 게 세월 탓인가 하여본다, 우리 대개의 사람은 늙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이따금 하는데 누구나 그 자체가 그저 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면서도, 사람은 늙어가면서 죽음을 향하여 때로는 서둘거나 서서히 죽음에 다가서는 시간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게 사람이고 또한 노년인생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태어나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진솔한 마음으로 삶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다면 인생을 관조하는 여유로움을 보일 수도 있고, 그것이 아름다운 노년인생의 자투리 세월을 잘 보내는 삶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살다보니 사람의 노년은 숙제 없는 방과 후와 다름없는 것이다. 인생 70에 노년을 즐기기에는 늦었다고 하겠으나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의 생각일 뿐 인생은 어느 나이나 의욕과 용기가 있으면 살만한 것 또한 노년인생이다.

 

어론 보도를 보자니 근래 들어 사람 사는 게 복잡 다난하다보니 1인 가구의 급증한데다가 인구의 노령화로, 최근 부산에서는 두 달 사이에 벌어진 9번째 외로운 죽음(孤獨死)이 발생하였듯이 그에 따라 외로운 죽음이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가족이나 돌보는 사람 없이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는 외로운 죽음은 우리사회가 만들어 내는 죽음이라고 보아야 한다.

 

고독사(孤獨死)란 주로 혼자 사는 사람이 돌발적인 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것을 말하며, 도시화와 문명화로 각종 편의시설의 발달과 개인주의 가치관의 확산, 인권, 권리에 대한 정보 및 인지 상승, 이런저런 성격차이 등으로 혼자 생활하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孤獨死는 홀로 살다가 홀로 죽어서 대부분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실직이나 경제적 능력으로 인한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가 대부분이었지만, 개인주의 가치관 확산 및 인권, 권리의식, 가치관 충돌 등으로 독신자가 늘면서 경제력과는 상관없는 고독사, 연령과 상관없는 고독사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孤獨死가 일어나는 것은 가족 간의 의견대립이나 종교문제,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갈등, 지인 간의 갈등에 있어서 서로 양보, 타협하거나 한쪽이 양보하였지만 점차 인권, 권리의식과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으로 일방적 양보나 타협은 거부하는 사례도 급증하였고, 성격차이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려는 현상도 점진적으로 확산되어갔다. 현대사회에서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고령화, 개인주의, 인간관계 스트레스, 핵가족화 등을 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람의 한 생애에서 삶이란 죽음의 한 과정이요, 죽음이란 삶으로의 시작이니 누구라서 그 규율을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장자는 지북유(知北遊)에서 기(氣)가 모이면 살고 氣가 흩어지면 죽는다고, 죽고 사는 것은 氣의 취산(聚散)현상에 지나지 않는 다고 하였었으니 늙음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우리 사람은 인생이란 길을 떠나는 나그네이다, 우리 사람은 언제 떠나는지 서로 몰라도 가다보면 서로 만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애절한 사연을 서로 나누다 갈래 길 만나면 어차피 헤어지고, 더 사랑하여 줄 걸 후회할 것인데 왜 그리 못난 자존심으로 용서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하고 미워하였는지를 뒤늦게나마 후회하는 게 나그네 인생의 삶이다.

 

되돌아보면 인생 노년에 죽음을 공포로 받아들일 때 노년은 괴롭고 쓸쓸하지만. 죽음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고 삶을 감사하게 생각하면 노년은 풍성한 결실이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하겠다.

 

사람의 한평생 삶은‘살 때도 갈 때도 혼자’인 것이다, 혼자 살다가 한순간 숨이 끊어지니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고, 죽은 지 한참이나 지나서 이웃이나 방문객에 의해 발견되는 비참한 경우인 孤獨死를 나이 들면 상상하기도 하는 게 노인의 삶이다. 사람은 모두 사람답게 살다가 사람답게 죽을 권리가 있다, 즉 well-being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잘 죽는 well-dying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지만, 사람은 욕심대로 오래 살 수 없음을 알고 있으므로 사는 날 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이 노년인생의 바람(所望)이기도하다. 노년인생의 시간은 무료하고 의미 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턴 노년인생은 늘 한가하고 시간이 많아 남는 것이 시간뿐이라 하는데, 이는 노년인생의 어두운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하여 주는 말이다. 그러나 노년인생에도 나름대로 노년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그 향기이고, 그것은 오래 살아본 삶에서 배어나는 향기이다, 우리 삶에서 젊음의 상징이 아름다움이라면 노년의 상징은 원숙함이 그것은 인생의 향기이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용서하며 내어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따금 듣는 말로 어느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에는‘젊음은 아름답다(beautiful is youth)’라고 구가하였지만, 노인에게는 노년이 아름다워야 한다, 즉‘죽음이 아름다워야 한다(beautiful is death)’는 것이다.

 

 

(2).

孤獨死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곳은 日本이다, 1980년대부터 홀로 사는 노인들이 숨진 뒤 한참 지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사회적 관심이 커졌으며, 일본에서는 1983년 처음 孤獨死는 말이 미디어에 등장한 뒤 10년 동안 이렇게 숨지는 사람 숫자가 3배로 늘었다고 하는데, 그 원인으로 1990년대의 경제침체도 고독사가 증가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히면서, 2009년에는 3만2000명 이상이 고독사한 것으로 추정되었었다.

 

일본에서 孤獨死는 1980년대 경제위기를 겪고 나서 그 이후 독신자와 비혼자(非婚子), 무연고자가 급증하면서 고독사가 증가하였다, 처음에는 비정규직, 장기적 경제 침체, 구직단념 등의 경제적 영향이 원인이었다. 거기에다 이혼, 사별 외에도 만혼, 독신, 개인주의, 외동자녀 등의 가정환경 변화 이외에도 혼자서도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으로 고독사는 점차 증가하였었다.

 

孤獨死란 말은 1990년대 이후 日本에서 나홀로 죽음이 급증하면서 생긴 신조어로, 2011년부터 방송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비슷한 개념으로 무연고 사망이 있긴 한데, 고독사는 명확한 정의가 없는 신조어인 반면 무연고 사망은 법적으로 연고가 없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독사가 늘고 있지만 아직 법적, 정책적으로 어떤 것을‘孤獨死’로 규정할지 정해진 것은 없고 정확한 통계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나 낳기, 둘 낳기 정책으로 외동자녀가 많아졌고 80년대 이후에 이혼율 급증과 민주화 이후로는 점차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확산되었으며, 1998년 IMF 경제위기로 직장, 금전문제 발생으로 결혼, 연애 포기 및 개인주의적 사고방식 보편화 또는 가치관 대립 등으로 인간관계 단절이 심화되었고, 2000년대 이후 독신자, 이혼, 독거노인, 실직자, 구직포기자 등 증가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소설‘고독사(孤獨死. アントキノイノチ 안토키노이노치)’는 사다 마사시의 일본 소설로, 그 줄거리는“나가시마 교헤이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인 야마키가 학교에서 인기 있는 마쓰이에게 인터넷으로 따돌림 당한 끝에 자살했다는 과거가 있다. 교헤이는 그 트라우마로 교등학교 중퇴 후에도 우울증에 시달리지만 유품 정리 일을 소개받고, 인턴으로 일하면서‘생명’과 마주한 현장을 체험해간다.’그 내용이다, 즉‘삶과 죽음’의 의미를 반추하는 소설로. 모든 관계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코헤이는 쓸쓸하게 살다 죽은 사람의 집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무덤덤하게 삶을 살아가던 코헤이는 고독사한 가정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자신들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삶에 대한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간다”는 내용이이다.

 

일본에서 2011년도 돌풍을 일으켰던 사다 마사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2011년 실사 영화(Life Back Then)화 되어 2011년 16회 부산국제영화제 출품되기도 하였다, 영화 개봉에 앞서 2011년 11월 5일 TBS에서‘천국에 이사 가게’이란 제목의 스페셜 드라마로 방송되기도 하였었다.

 

사람의 참다운 인생은 일체의 집착을 내려놓거나 내어버려는 방하착(放下着)하여야 그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인생노년 70 넘어 바람 가듯 구름 흘러가듯 당신과 함께 걸어온 이 세월 속 기쁠 때 함께 웃어주고 슬플 때 함께 슬픔을 나누며, 늘 보이지 않은 힘이 되고 사랑으로 보듬어 준 너와 나, 당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이 행복을 누리며 오래오래 살아가고 싶다.

 

그래도‘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아쉽고 서운함이 남아 있어 더 살고 싶다면 이는 부질없는 과욕이자 허무함일 뿐이다, 그러기에 인생이란 결국 혼자서 가는 길이므로 노년에 자투리 세월을 보람 있게 보내는 것만이 행복한 노년인생이 아닌가 한다.

 

되돌아보니 늘그막에 세상의 어지러움과 온갖 곤란을 겪게 되는 백수풍진(白首風塵)세상을 벌서 외길 칠십 년 이상을 지나 보내고 나니, 세상사 인간사 쉬운 삶이라 하기보다 어렵고 세월에 끌려 살아왔다는 회한(悔恨)이 휴복(休福)보다도 가득한가 보니 하잘 것 없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나 하니까, 우리 인생노정의 삶에 대비한 선명함이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관조(觀照)할 수 있게 하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