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근래 들어 人生無常이란 말이 자주 떠오른다.

碧 珍(日德 靑竹) 2022. 3. 6. 09:28

근래 들어 人生無常이란 말이 자주 떠오른다.

 

칠순을 넘어 살아오며 든 습성이라 그런지 여느 때처럼 오경(五更)무렵 깨어나니 일흔여덟 번째 맞는 경칩(驚蟄) 날 새벽이다, 예로부터 立春이 지나 雨水가 되면 바람결에 실려 오는 따사한 햇빛에 싱그러운 봄 내음, 정겨운 새소리 그리고 들녘에 파릇파릇 풀잎과 냇가 수양버드나무에 새싹이 돋고 경칩에는 대동강 강물이 풀린다고 하였으나, 그의 마음 한구석은 텅 빈 느낌 가운데 이가(移家)로 고생한 그 사람 모습이 떠오르며 보고픔이 그리움 되어 아련히 가슴에 스며들면서 人生無常함이 새삼 느껴지는 새벽이다.

 

엊그제가 立春이었는데 벌써 雨水를 지났으니 지나온 세월의 무상함을 가슴으로 느끼며 여생을 보람되게 보내리라 다짐하며 살아 왔는데, 이제 팔순을 바라보니 참으로 원망스러워 질 정도로 세월은 빠르게 무심히도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드니 노년의 세월을 두고 아주 짧은 시간도 일 년 같다는(寸陰若歲)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그간 코로나로 인하여 세월 따라 부득불 그 사람과 오랜 별리(別離)의 아픔을 참고 살아온 그리움이 응어리진 삶이 되었으나 그래도 인연의 끝이 아님을 다시금 깨달게 하여준다. 이것이 情이고 사랑이고 소중한 인연의 삶인가 하며, 지나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기억하고 음미하는 것이 인생인가 하며 반추(反芻)하는 마음이다.

 

사람은 빈손으로 태어나 人生이란 길을 가면서 그 끝인 사거(死去)할 때도 빈손인 삶을 살면서도 우연이던 자의이던 많은 인연(因緣)의 사람을 만나는 연(緣)을 가진다. 문득 가신 어머님이 보내주신 제2의 어머님 인양 느껴지는 윗녘 그 사람이 옆에 없어 허전한 마음이어서 그런가 하고 생각도 한다, 새벽안개처럼 밀려오는 그리움 가운데 가신 엄하시던 아버님, 외할머님 어머님의 인자한 모습, 웃음 머금은 그 사람 모습, 크신 사랑으로 올곧은 가르침을 주시었던 慶北中 3학년담임선생이셨던 李吉雨 은사님과 함께 기거하며 살아온 2년여 세월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눈에 선하기만 하다.

 

더불어 늘 따뜻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편안한 삶을 도와주는 부산 토박이 후배의 情도 이 새벽에 따뜻한 그리움 되어 다가온다. 이따금 부산에 들려 시간을 보낸 후 부산역에서 헤어질 때 면 웃음과 더불어‘선배님 몸이 불편하시면 병원 가시고 치료비가 얼마가 들더라도 망설이지 말고 꼭 전화해 주십시오’라는 말을 만날 때마다 잊어버리지 않고 하는 부산토박이 후배의 따뜻하고 고마운 마음의 인연도 잊을 수 없는 인연중 인연이다. 또한 살아오는 동안 주위에서 함께 머물러 주셨던 선배 친구 등 그 모두가 은인이었고 가르침을 주신 은사이었음을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근래 들어 사람들은 장수시대를 맞아 좋은 세월이라 반기고 있지만 老後의 삶은 갈수록 고독과 절망감 속으로 빠져드는 게 老年의 삶이 아닌가 한다, 그러기에 예부터‘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처럼‘나 홀로’노후 삶의 무심함과 고독감이 가슴에 와 닿는다고들 하나, 지난 십 수 년여를 되돌아보니 늦게나마 만나 인생 황혼에 외롭게 지내는 곁에 머물며 이해하여주며 벗이자 반려가 되어 다정다감하고 이해심 많은 윗녘 그 사람을 만난 복이 그를 행복하게 하여주고 있다.

 

이따금 人生無常함을 생각하다보면 그 모습은 있지만 실체가 없는 구름이 하늘을 정처 없이 유유히 떠돌아다니는 구름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기에 구름은 사람이 욕심 부리는 것은 허망한 짓으로, 헛된 욕망에 사로 잡혀 부귀영화를 쫓아다니다가 인생을 헛된 무의미한 삶인 人生無常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듯하다.

 

어제오늘 내일도 그가 건강하게 살아 갈 수가 있다는 것은 주위 참 인연의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이 있으므로, 그는 노후의 삶을 행복할 수 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래오래 고마운 마음의 인연들과 살아가고 싶기에 지금의 삶을 마음 다하여 살고 있다, 그러기에 지나온 삶보다 짧게 남은 삶을 어떻게 하면 그래도 후회 없이 살다가 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다.

 

우리 인생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생전에 누렸던 부귀영화와 재물, 그 토록 아름다운 인연을 모두다 남겨두고 가야만 하는 게 인생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고 매매일이 보람되고 후회하지 않게 성실하게 산 삶이라면 인생무상의 삶이 아닐 것이다, 인생이 무상하니 한평생을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살라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삶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야 하는 것이 진정한 참 삶이기에 그렇게 살아가려고 지금까지 살았으나 그렇지 못한 것이 또한 인생이 아닌가 한다.

 

그가 둔필(鈍筆)을 들게 된 연유는, 아버님의 숙환 간병으로 고생하시었던 어머님께서 치매(癡呆)를 앓게 되어 맏이인 그로서는 시묘하는 마음으로 어머님과 둘이서 아옹다옹 즐겁게 6년 7개월여 어머님 병수발을 들면서부터 잠사나마 생기는 여유 시간을 유용하게 쓴답시고 세련되지 못한 둔필을 들었다가, 어머님 가신연후 우거(寓居)에 혼자가 되다보니 시간을 때운다는 마음으로 다시 둔필을 들다보니 전문으로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세련되거나 화려한 글은 아니나 생각나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하나둘 적어 두다보니 잡다하게 쌓였기에 버리려고도 하였으나, 그래도 아까워 모아 둔다면 먼 뒷날 어느 누구가 그를 기억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볼품없는 글을 묶어 졸저(拙著)도 출간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였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살다보면 벌써 인생 황혼이다, 아니 노년이 되었는가 하고 자조할 때가 이따금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세월이 무심하고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새삼스레 후회하며 안타까움에 마음이 허전하며 공허할 때가 많아진다. 사람이란 태어나면 살아가면서 사는 동안 인연이 있으면 만나고 만나면 헤어지기를 되풀이 하며 자의든 타의든 살아가기 마련인 게 사람의 삶인가 하며,

 

지나온 세월이 무상함을 느끼다보면 벌써 老年이 되었는가 하고 할 때면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으로 마음이 허전하고 공허할 때면 윗녘에 있는 그 사람 생각에 잠겨 외롭고 보고플 때면 그리운 마음으로,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 그대뿐입니다 ’

 

‘당신이 얼마나 내게 소중한 사람인지 /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 당신이 얼마나 내게 필요한 사람인지 /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

 

라는 세속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웃음을 머금은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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