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 글 / 구름 선한 눈으로 산책을 나왔다. 익숙지 않은 어둠이 밤톨마냥 하얗게 깊어져 아무래도 곧추설 수 없었다. 상념을 이끌어주던 빛과 열정이 함께 사라진 후 벌레 먹은 그림자는 침묵에 더욱 익숙해졌다. 세상 밖과 내면의 눈이 똑같이 암흑이 되었을 그때, 바람은 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 시. 산문. 편지글. 2008.12.01
매미. --> 매 미. 글 / 구름 홀가분한 파탈을 보며 그냥 나무껍질이 벗겨지는 줄 알았다. 깊어가는 가을의 솔솔바람을 얇디얇은 날개 하나로 버티며 파열의 아픈 기억을 작은 가슴으로 울어댔으나 이젠 울 힘조차 남지 않았는지 시간의 지배를 받아 나무껍질처럼 말라가는 육체는 짧은 생애만큼이나 느리게 .. 시. 산문. 편지글. 2008.12.01
돌이끼. 돌이끼. 글 / 구름. 돌에서 태어나 꽃으로 불리지 못 하고 가만히 산이 되어, 바위에 눌린 가슴 바람에 흩으며 주름지는 이골 난 그늘 살이. 별빛 보며 태어나 별이라 불리지 못 하고 돌무덤이 되어, 잔기침 콜록대며 한 평생 산을 일으키는 빛의 허물 살이. 시. 산문. 편지글. 2008.12.01
아직은 살고 싶다. 아직은 살고 싶다. 떠나가는 건 벼랑에서 떨어진 바람뿐만이 아니다 노래할 수 없는 겨울새는 어디에서 잠들었을까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내일로 가져가려 몸부림치는 그들처럼 회색 실루엣의 뭉그러진 슬픔 때문에 나는 아직 살고 싶다. 사라져가는 건 봄꽃 같던 그대의 웃음만이 아니다 종종걸음으.. 시. 산문. 편지글. 2008.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