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菊花香에 취하여 잔(盞) 기우렸으며. - 이 글을 쌕색 자고 있을 당신을 생각하며. 가을이 되면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 天高馬肥之節이라고 하는데, 이는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수학(修學)하는 이는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라는 말이고, 특히 평소에 책을 멀리하던 사람이라도 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이 되었으니 책을 읽어 마음의 양식을 마음 가득히 담아 두라는 말이다. 그런데 귀뚜라미와 이름 모를 풀벌레 울음소리 들리는 밤에 국화 향기 그윽이 취하여, 풍성한 안주가 있는 술잔을 기울이는 계절이라 술을 멀리할 수도 없는 계절이기도 하다. 지금도 곡주(穀酒), 즉 누룩냄새가 나는 술을 좋아하며 때로는 두주불사(斗酒不辭)를 하지만, 젊은 시절은 곡물로 빗은 청주인 정종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