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가을 菊花香에 취하여 잔(盞) 기우렸으며.

碧 珍(日德 靑竹) 2022. 10. 20. 08:25

 가을 菊花香에 취하여 잔(盞) 기우렸으며. 

                                                - 이 글을 쌕색 자고 있을 당신을 생각하며.         

                 

 

가을이 되면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 天高馬肥之節이라고 하는데, 이는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수학(修學)하는 이는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라는 말이고, 특히 평소에 책을 멀리하던 사람이라도 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이 되었으니 책을 읽어 마음의 양식을 마음 가득히 담아 두라는 말이다.

 

 그런데 귀뚜라미와 이름 모를 풀벌레 울음소리 들리는 밤에 국화 향기 그윽이 취하여, 풍성한 안주가 있는 술잔을 기울이는 계절이라 술을 멀리할 수도 없는 계절이기도 하다.

 

지금도 곡주(穀酒), 즉 누룩냄새가 나는 술을 좋아하며 때로는 두주불사(斗酒不辭)를 하지만, 젊은 시절은 곡물로 빗은 청주인 정종이나 약주나 쌀로 빗은 소주를 좋아하여 마실 때에는 겨울철이라도 늘 정종 대포잔에 찬술로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따뜻한 술보다 찬술은 취기가 서서히 오르며 또한 술맛을 음미할 수 있어 더욱 좋아 하였던 것이다. 

 

조선(朝鮮)조에 閨閤叢書(규합총서)라는 책에‘밥 먹기는 봄같이 하고, 국 먹기는 여름같이 하며, 장(醬) 먹기는 가을 같이 하고, 술 먹기는 겨울 같이 하라’고 적고 있는데, 이는 밥은 따뜻한 것이 좋고. 국은 뜨거운 것이 좋고, 장은 서늘한 것이 좋고, 술은 찬 것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문제는 술을 어떻게 먹고 그 뒤를 어떻게 하는냐에 달려 있는데, 예로부터 술은 잘 마시면 약이 되지만, 잘 못마시면 독이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조선 후기의 학자인 아정(雅亭) 이덕무(李德懋)는 士小節 性行조에서‘ 훌륭한 사람은 술에 취하며 착한 마음을 나타내지만, 조급한 사람은 술에 취하면 사나운 기운을 나타낸다’하였는데, 그리기에 술을 마실 바에는 약으로 먹고 착한 마음을 표출하는 술 습관을 가지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청주 소주 탁주인데, 청주는 밀술 독에 용수를 넣어 맑은 술이 고이면 퍼 떠내는 술이며, 소주눈 밀술을 증류시켜 이슬로 받아 낸 술이다, 청주를 약주라고도 하는 연유에 대하여 여러 말이 있으나, 조선시대에는 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기에 밥 먹기가 어려워 쌀로 술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기 위하여 자주 금지령을 내렸는데, 소위 사대부 양반들은 쌀로 술을 만들어 먹기 위한 편법으로 보약을 먹어야 한다며 청주를 약주라 하여 먹는 구실을 달았던 것이라 한다. 

 

조선 태종때 쌀이 부족하여 금주령을 내리기도 하였지만 백성들이 일하며 마시는 막걸리(濁酒)는 금지 하지 않았고, 영조도 제사에는 예주(醴酒)만 쓰라는 막걸리는 금주령에서 제외하였듯이, 이처럼 막걸리에 관대하였던 이유는 일할 때 먹는 勞動酒가 農酒였기 때문이다. 

 

막걸리에 대하여 고려시대 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는‘나그네 창자는 박주(薄酒)로 씻는다’는 詩句를 남겼고, 또 배곷 필 때 누륵을 만들기에 梨花酒라고도 하였고, 白酒. 灰酒(회주), 混沌酒(혼돈주)라고도 하며, 특히 제주도에 유배되었던 인목대비의 어머니 盧氏가 술지게미로 재탕한 막걸리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였기에 母酒라고불렀다, 오늘 날 막걸리는 서민의 술만 아니라 國民酒로 발돋움하였으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 하면서 막거리의 인기가 더하여지면서 전국적인 막걸리 체인이 등장하고 막걸리집도 막걸리 愛酒家도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에다, 수출도 날로 증가하므로 이제 世界酒로 향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술에 얼힌 재미 있는 이야기로, 조선 성종 때 문장가로 好酒家로 유명한 七休居士 손순효(孫舜孝)가 자주 취하자 성종은 왕명으로 앞으로 석잔이상 말라고 엄명을 내렸는데, 그를 찾으니 술에 취하여 나타나기에 성종이 꾸짖었는데 그는 대접으로 석잔을 마셨을 뿐이라며 즉석에서 어려운 외교문서를 작성하여 놀라게 하였다는 五山說林에 적고 있으며, 손순효가 죽어며‘좋은 수주 한 병을 곁에 묻어 달라’고 하여 그렇게 하여 주었다고 할 정도로 애주가라고 소문쇄록(漅聞瑣錄)에 적고 있는데 과연 그는 어느 정도 애주가 일까 하고 깊어가는 가을 밤 하늘 별을 보며 自問自答하여 본다. 

 

오늘날 소주는 국민주로 인색되고 있지만 원래는 황제가 마셨던 술이었는데, 소주의 한자는 燒酒(소주)가 아니라 燒酎(소주)인데 전국술 酎(주)자는 잡물이 섞이지 않는 無灰酒(무회주)란 뜻이며, 세 번 빗은 술이라 뜻도 가지고 있다. 

 

전하여 오는 말에 의하면, 사람이 살면서 江湖의 酒仙들 사이에서 회자(膾炙)되는 天下의 3대 名酒가 있는데, 그 첫째가 百花酒이며, 둘째가 松花大力酒이고, 세 번째가 不老酒라고 하는데, 이 天下의 3대 名酒의 공통 특징은 제조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고, 어떻게 하면 天下 3대 名酒를 한번 맛보고 죽을 것인가를 愛酒家들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百花酒는 대략 2월 말부터 이른 봄에 피는 梅花부터 채취하기 시작하여, 대략 11월경 상강(霜降)이후에 따는 감국(甘菊)까지 100가지 꽃을 각 시기 마다 따서 말린 다음에술을 담그는 데에는 80일 정도 걸린다고 보고 있기에 百花酒라 하며, 그 효능은 中和라고 하며 백화쟁명(百花爭鳴)을 풍자시킨 술인 것이다. 또한 주역의 천재인 也山(야산) 李達은 술을 먹으면 술은 음양의 조화를 이루게 함으로써 얽힌 것을 풀어 주는 작용을 한다고도 하였다. 

 

李白의 詩‘月下獨酌(달빛 아래 혼자 술을 마시며)’의 제 4수 마지막에, 

 

       게 요리는 맛있는 안주요,      (蟹螯即金液)

       술지게미 언덕은 봉래산이라, (糟丘是蓬莱)

       맛있는 술을 마시고,             (且須飮美酒)

        달밤에 누대에서 취해보리.   (乘月醉高台)라는 구절이 있다. 

 

또한 홍루몽이나 금병매 같은 문학 작품 속에도 국화를 감상하며 술 마시는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는 愛酒家인가 好酒家인가, 아니면 그저 술통(酒桶)인가 답이 떠오리지 않아 또 한잔 들이키며 귀두리 소리와 바람소리 들으며 菊花 香을 그리워 하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