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山 과 觀相(관상).

碧 珍(日德 靑竹) 2022. 9. 17. 15:22

山 과 觀相(관상).

                               

                       

음력 일월 열 여세 날 이른 새벽 창을 여니 하늘에 내별은 외로이 비치는데, 새벽안개 넘어 찬바람을 맞으며 쳐다보고 있구나, 제법 날씨가 쌀쌀함을 느끼니 유달리 추운 것을 타는 필아 생각이 나는데 오늘은 산에 대한 관상 이야기를 하여주고 싶어진다.

 

우리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허무하고 마음을 짓누르는 때도 있다, 이런 경우에 사람마다 다르지만 산과 강이나 바다를 찾아 가보자, 그곳에 가면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가? 무엇이 있을까.

 

바다, 붉게 타오르는 해. 바다에 자욱이 핀 안개. 석양에 비치는 붉은 낙조(落潮) 이모두가 장관이며 마음을 편온 하게 안아주며 반긴다.

 

山, 산 아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 짖는 하얀 연기로 쌓인 산골마을, 아래 골짜기에 계곡물이 흐르기에 아침저녁으로 물안개 느긋이 피어오르는 정경은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모습이며, 해질 무렵이면 저 먼 산 넘어 붉게 물드는 夕陽은, 또한 산 정상에서 느끼는 운무(雲霧)와 운해(雲海)를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 속에 있는 근심 걱정이 어느새 말끔히 사라져 버리고 마음을 달래고 어루만져 준다.

 

江, 강 언저리에 와 서면, 아침저녁으로 강물에서 오르는 물안개는, 우리에게 포근함을 주며 흘러가는 강물은 마음속 남은 묵은 喜悲哀樂을 씻어주는 영약인가 느껴진다.

 

그래서 산과 강을 그리다가 지나치게 안개와 노을을 좋아하다 연하벽(煙霞癖)에 걸려 세속을 떠나 입산하거나, 산골 깊은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세상과 등지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 사람에게 이따금 관상을 본다는 말이 있듯이, 산에도 관상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관상이 사람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山의 관상을 보는 데는, 보편적으로 음산(陰山)인가, 양산(陽山)인가를 보는 것이다.

 

산중에 지리산.오대산.무등산 처럼 흙이 많은 산은 陰山으로, 설악산.월출산.가야산 처럼 바위가 돌출되어 있으면 陽山으로 구별하며, 악(岳.嶽)자가 들어가는 산은 대개가 양산에 속하는데, 그 예로, 한국에는 설악산.모악산.치악산.송악산 등이고, 이웃 중국에는 세계적인 명승지로 유명한 五嶽으로, 동쪽에는 태산(泰山), 서쪽에는 화산(華山). 남쪽에는 형산(衡山), 북쪽에는 항산(恒山) 그리고 중앙에는 숭산(崇山)으로 산을 좋아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보기를 원하는 산들이다.

 

그리고 산의 관상을 五行에 대비하여 분류하기도 한다.

 

木 山은, 학자들은 문필봉(文筆峰)이라고 하며 귀한 산으로 생각하는데, 경남 산청에 있는 필봉산(筆峰山)과 전남 담양의 三人山이 대표되는 산이며, 산모양이 대개 삼각형처럼 생긴 산이다,

 

그리고 그 부근에는 많은 학자 문장가들이 태어난다 하는데, 산청인근에 조선 선비의 전형으로 추앙받는 실천유학자 남명 조식선생.‘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로 유명한 성철스님이 태어 나셨고. 삼우당 문익점선생이 목화를 처음 심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火 山은, 산에 화기가 많아서 사찰이나 암자를 지어 놓으면 화재가 많이 일어난다고 하며, 설악산이 대표적인 화산이며, 전북 고창의 소요산(逍遙山)은 바위 속에 유황성분이 들어 있어서 화기가 강하게 느끼나 유황성분이 있는 바위산은 지혜를 개발시키는데 좋은 산이라 불교의 고승이나 기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산으로, 산모양은 대개 뾰족뾰족한 바위봉우리기 치솟은 모양의 산이다.

 

土 山은, 집 앞에 있으면 인품이 있는 군자가 많이 배출한다고 하며, 대전 유성에 있는 계룡산이 대표적인 토산이며, 계룡산 국사봉 동쪽에 한말 김일부선생이 공부하던 터가 있고, 1950년 중반 모 대학총장이 향적산방(香積山房)을 지어 제자들과 정역(正易)공부를 했는데, 이 향적산방 앞에 보이는 산이 바로 토산이며, 산모양은 대개 교자상처럼 정상이 평평하게 생긴 산이다.

 

우리고장에도 가까이 있는 칠곡군과 구미시 사이 가산면에 있는 유학산은, 구미 쪽이나 다른 곳에서도 보면 북쪽 면으로 산 정상이 평상처럼 평평해서 옛날부터 큰 인물이 난다는 구전이 있었는데, 유년. 젊은 시절을 구미 상모동에서 매일 처다 본 고 박 정희 대통령과 이웃인 인동에서 태어난 고 창랑 장택상 총리 등 많은 인물이 인근에서 배출되었다. 인동 張씨 문중에는 옛 부터 유학자들이 많이 나왔다.

 

金 山은, 구미에 금오산(金烏山)과 전북 진안 馬耳山. 경기 양평에 있는 칠읍산(七邑山)이 대표적인 산이며 큰 부자. 장군이나 인물이 좋은 사람이 많이 난다고 하며, 산모양은 대개 바가지나 철모처럼 둥그란 모양의 산이다.

 

水 山은,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것처럼 평범하게 생긴 산이며, 대부분의 산이 이에 해당된다.

 

우리가 무심코 보며 지나고 오르고 하는 산들도, 여러모로 관찰하면 재미있고 신기하기가 한없는 일이다.

 

그리고 중국의 오악(五嶽)중 제일 험한 산이 화산(華山)이다, 西安부근에 위치한 산으로 산전체가 백색의 화강암으로 높이가 약 2.200m로 북한산 인수봉의 3배 크기의 화강암 巨峰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데, 산전체가 화강암이므로 올라오는 地氣도 강하다, 內功수련자들 가운데 金氣가 약한 사람들은 화산에서 수련하면 효과를 본다고 한다.

 

화산의 바위 절벽 중간 도처마다, 수백 년 이상 걸려 道士들이 道를 닦기 위하여 인공으로 뚫은 동굴들이 수없이 있고, 이런 동굴들은 독수리 집처럼 험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줄사다리로만 겨우 올라 갈수가 있다.

 

화산은 道敎 道士들의 산으로 그들의 성지이며, 다른 명산들은 佛敎寺刹과 道交寺院이 섞여 있지만, 불교사찰은 전혀 없고 화산만큼은 道交의 山 이다.

 

그렇게 된 재미있는 일화로, 10세기 무렵에 화산에서 도를 닦았던 진단(陳摶)이라는 도사가 유학자들이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太極圖의 원형도를 도사인 진단이 화산석벽에 새겨 놓았던 것이다.

 

송나라를 세운 태조 조광윤(趙匡胤)은 진단도사를 만나 高見을 듣기 위하여 화산에 왔을 때, 진단과 조광윤은 화산의 암봉 위에서 바둑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진단이 조광윤에게‘무엇을 걸겠느냐?’고 물었을 때, 태조 조광윤은‘화산을 걸겠다’고 답했다.

 

진단 도사가 바둑에 이기면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조건이었는데 진단이 승리하여, 이때부터 화산은 국가에 세금을 내지 않았으며, 도교도사들의 산이 되었던 것이다.

 

산을 좋아하지만 잘 올라가지 못하는 입장에서, 산을 올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럽기만 하다. 지금도 잊을 수없는 산에 대한 기억은 졸업을 앞두고 고향 가야산을 올라, 산 중봉정상 바위 위에서 발밑으로 雲海가 자욱하게 펼쳐지는 장관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고 이따금 떠오른다. 그러한 장관(壯觀)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볼 수 있었던 것 중 제일중에 하나인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따사한 녹차를 마셔야 하겠다, 憬아야 山도 관상이 있다니 흥미 있는 일 아닌가 한다.     碧 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