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지난 가을을 회상하면서.

碧 珍(日德 靑竹) 2022. 9. 8. 12:19

지난 가을을 회상하면서.

 

 

우리는 立秋가 지나고 백로(白露)를 앞두고 부터는 아침저녁으로 써늘한 기분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낮에는 고추잠자리가 맑고 높은 가을을 만끽하며 날고, 밤에는 찌르르 뀌뚜라미가 가을을 노래를 하니 벌써 가을이구나 하는 마음에, 참으로 세월은 유수같이 간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자연은 이렇게 때(時)를 어기지도 않고, 엇갈리지도 않으며 진실한 모습 그대로 다가온다.

 

자연현상에 순응하고 절기에 조화를 이루는 삶은, 大地처럼 후덕한 덕성을 우리에게 길러 줍니다.

 

농촌에서는 대개, 김장 씨앗은 처서(處暑)전 일주일이 적당하고, 늦어도 처서 전에는 필히 파종을 해야 한다 합니다,

왜냐하면 김장거리를 파종할 때는 처서 전에 하는 것과 처서를 지나고 하는 것은, 수확할 때는 양에 있어서나 질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난다고 어릴 때 대농이시던 외할머님으로 부터 들은 것입니다.

 

이렇게 때가 있듯이, 우리 인생의 삶에도 청년기부터 올바른 인생관으로 바르게 살지 못하고, 그저 혈기 왕성하여 만용만 믿고 멋대로 살다가 장년. 노년기에 이르러 되돌아보면 해놓은 것은 없고, 외롭고 구차함을 보이는 주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니 꿈 많고 오색찬란한 젊은 시절의 화려했던 일을 생각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나간 과거의 한 점 추억 일뿐이니, 남는 것은 회한의 날들만 있을 뿐이다.

 

           “털 끌 만한 차별만 있어도 하늘과 땅 사이만큼 벌어지니,

                                     (毫釐有差 天地懸隔,/ 호리유차 천지현격,)

            참‘나’가 나타나려면 순(順)도 역(逆)도 두지 말라.

                                     (欲得現前 莫存順逆./ 욕득현전 막존순역.)”고

 

三祖 僧璨(승찬)대사께서 신심 명(信心 銘)에서 하신 말씀이다.

 

이 信心 銘은 우리가 初發心때부터 마지막 구역성불 할 때까지 가져야 하는 信心에 대해서 남겨 놓은 사언절구(四言絶句)의 詩文이다.

 

한 생각 생각의 차이가 상상할 수 없는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그 순간순간 깨어있는 살아있는 정신과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야 하며, 더욱이 순경(巡更)이라 하여 무조건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생각만하고 행동해서는 아니 되고, 역경(逆境)이라 하여 무조건 거부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일도 아니다.

 

역경과 순경이 교차하는 가운데 강한 자는 겸손하고 순수해지는 덕성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약한 자는 강해지는 성장의 수련장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 나의 모습을 보고자 한다면, 역경과 순경에 의하여 좌지우지(左之右之)하지 아니하고, 활달한 삶을 사는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라 것이 신심명의 가르침이고 대사님의 큰 말씀이니, 이는 어느 곳, 어떤 순간에도 자신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당당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참된 삶, 참된 인생을 이루고 보람 있게 살아가는 바람은, 바로 지금 이 순간순간에 깨어있는 하나 된 마음이 되어야하며, 그렇게 살아갈 때 일어나는 생명력으로 우리는 참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 진흙에 나서 물들지 않고 (出淤泥而不染)

             맑은 물결에 씻기면서도 요염하지 않고 (濯淸連而不妖)

             가운데는 통하고 (中通外直)

             넝쿨도 없고 가지도 없으며 (不藻不枝)

             향은 멀리 가면서 더욱 맑아진다. (香遠益淸) ”,

 

이 글은 중국의 주렴계(주돈이) 라는 시인이 연꽃을 좋아해서, 연꽃의 특징을 군자에 비유하며 쓴 글로서,“애련설(愛蓮說)”이란 시이다,

 

시원한 새벽녘 바람과 뀌뚜라미 소리와 더불어, 가슴 깊은 곳에서 이 글이 떠올라 오는구나.

                                                 

                                                                      지난 가을을 생각하며 碧 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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