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 녘 술이 그리워지면 인연들도 그립다. 일 년 중 만물이 점차로 생장하여 가득 차게 된다는 소만(小滿)을 지나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는 하지(夏至)를 이십 여일을 앞두고,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느낌이 들 만큼 산산하나 낯에는 여름 못지않게 더우니 시원한 바람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라, 오가며 지나는 길옆 담장위에는 붉은 사계절 장미가 한창 만발하고, 산에는 철쭉과 산에서나 띄엄띄엄 볼 수 있다가 근래 들어 가로수로 정원수로 또 빈 공지를 메우고 있는 이팝나무의 꽃이 한참피고 있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데도, 해질 무렵이 되니 古稀를 넘기고 인생 황혼기에 삶을 사는 사람에게도 무언가 아쉬운 마음으로 가득하여진다. 이러히 공허한 마음이 되는 날 해질 무렵이면 정종 대포에 꼬지를 곁들여 마시면 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