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매미.

碧 珍(日德 靑竹) 2008. 12. 1. 08:00

 

매   미.


                      글 / 구름



홀가분한 파탈을 보며

그냥 나무껍질이 벗겨지는 줄 알았다.


깊어가는 가을의 솔솔바람을

얇디얇은 날개 하나로 버티며

파열의 아픈 기억을

작은 가슴으로 울어댔으나

이젠 울 힘조차 남지 않았는지

시간의 지배를 받아

나무껍질처럼 말라가는 육체는

짧은 생애만큼이나 느리게

뒤를 따라와 등을 도닥여주던

바람을 숨죽여 타고 있다. 


한걸음씩 바싹대는 미련에 매달린

어제의 축복과 

내일의 반복에 대한 기약만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야 할 

생명의 나머지 몫인 셈,

막상 갈 곳이 없는 머무름이 굳어

또 다른 천 년을 퇴화하더라도   

삶이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데엔    

이슬 한 모금과 나무 한 그루면

아직 충분하다.


놓치면 죽을 것 같던

하루가 삶의 전부였기에

누구보다 오래 살고 싶었던 몸짓이

세상의 모든 슬픔이 되기까지 

여전히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 가을 산 입구

바람인가 착각인가

여름을 치열하게 산

나무껍질의 미동,


아! 그것은

짙은 보호색으로 변장하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자연이었다.

바로 생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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