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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도 군대에선 요령 피울 생각하기는 마찬가지야.

碧 珍(日德 靑竹) 2008. 12. 1. 06:43

스님들도 군대에선 요령 피울 생각하기는 마찬가지야.

군생활 경험담 '스님도 군대 가나요' 펴낸 지장 스님
 


김한수 기자

"스님들 사이엔 군법사 제대하고 다시 절로 돌아온 스님을 '돌중', 즉 '돌아온 중'이라고 합니다. 군 생활은 수행과정에서도 소중한 경험이었기에 나누고 싶어 책을 냈습니다."

1995~2004년 공군 군종장교로 복무했던 지장(38·사진) 스님이 군생활 경험을 담은 책 '스님도 군대 가나요'(클리어마인드)를 최근 펴냈다. 지장 스님은 책에서 스님이자 군인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일반인이 군에 갈 때 머리를 깎는다면, 스님들은 약간 더 길러야 한다. 군복 입으면 일반인이나 스님이나 요령 피울 생각을 하기는 마찬가지. 훈련소 행군 때 무게를 줄이려고 방독면 케이스에 방독면 대신 빵을 채워 넣었다가 걸려서 훈육관에게 '좋은 말씀'도 실컷 듣는다.


훈련소에서 내복 포장지를 잘라 화투와 카드를 만들기도 하고,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가사를 '절 떠나와 버스 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 큰스님께 큰절하고 일주문을 나설 때'로 고쳐 부르기도 한다. "한번은 병사들과 함께 군법당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했는데, 다음날 새벽 보살님들이 예불 드리다가 불상 앞에서 하얀 비비탄 몇 알을 발견하곤 '밤사이 부처님이 사리를 토하셨다'고 하는 바람에 부대에서 혼난 적도 있어요."

흔히들 '시간이 가지 않는다'는 군대시절이지만 스님은 그 이유를 "순간순간을 너무나 잘 느끼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고 말한다. 스님이 군 성당에서 법문하고 다음엔 신부님을 초대해 법회에서 강론을 듣는 등 일반 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종교 간 교류도 군종장교가 겪을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이다.

지장 스님이 실수담까지 소개하는 이유는 일반대중과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는 "스님들은 예비군 훈련도 안 가고, 코도 골지 않는 것으로 아는 분들도 있다"며 "그래서 때로 부끄러운 이야기까지 솔직히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현재는 서울 후암동 대원정사에서 생활명상법 강의와 수행을 실천하고 있는 지장 스님은 "군 생활을 통해 세상과 사람을 더욱 잘 알게 됐다"며 "동기와 관심이 있으면 훈련 효과도 높듯이 수행도 사람들의 적성과 근기에 따라 하면 더욱 효과가 높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