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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장관, 실언 멈추지 않는 까닭은.

碧 珍(日德 靑竹) 2008. 12. 1. 06:37

강만수 장관, 실언 멈추지 않는 까닭은.


몸에 밴 엘리트 의식 다변에 직설적 성격…

'MB노믹스' 입안자로 성과에 대한 강박관념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쏟아지는 비판의 상당 부분은 본인의 말실수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는 8개월여의 재임기간 중 이런저런 발언으로 숱한 논란을 불렀음에도 또 다시 '헌법재판소 접촉' 발언으로 곤경을 자초하고 있다. 그래서 강 장관이 그렇게 얻어맞으면서도 왜 끊임없이 문제 발언을 계속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지적이 많다.


①재무관료의 엘리트 의식


과천 관가에서는 강 장관의 말실수가 오랜 재무 관료의 몸에 밴 자부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재무부(지금은 기획재정부로 통합)는 금융과 세제라는 돈줄을 쥐고 막강한 파워를 휘둘렀으며, 재무 관료들은 '관료 중의 관료'로 불릴 만큼 엘리트 의식이 강하다.


강 장관이 지난 4월 중소기업에게 환율변동 파생상품(키코)을 파는 은행권을 겨냥해 "투기세력보다 더 나쁜 'S기꾼(사기꾼)'"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나, 지난달 11일 워싱턴 IMF(국제통화기금) 총회 때 "다음 주 초부터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단정적인 발언을 한 배경에는 '힘센 엘리트' 심리가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발언을 문제 삼으면 삼을수록 강 장관은 오히려 '세상이 왜 올바른 내 말을 갖고 난리냐'고 생각할 것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추측한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평생 성공적인 관료로 일했고, 외환위기 직후 차관으로 물러났다가 10년 만에 다시 장관으로 재기에 성공한 점 등 때문에 자기 논리에 대한 정당화가 너무나 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②솔직한 성격과 표현 욕구


강 장관은 성격적으로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여기에다 말하기 좋아하는 강 장관의 다변(多辯) 스타일에도 원인이 있다고 관가에선 입을 모은다.


강 장관은 학창 시절 '문학 청년'이 꿈이었고, 이런 꿈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1998년 이후 10년간 공직을 떠나 있을 때 시·시조·수필을 썼으며, 고향(경남 합천)의 계간 문예지 '합천문학'에 몇 차례 발표도 했다.


문학적 열정이 강하다 보니 표현의 욕구도 크고, 말을 시작하면 일사천리다. '그린벨트는 분노의 숲' 'S기꾼' 같은 감정적 표현이 나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강 장관은 사석에서 자신의 말실수에 대해 "내가 성격상 거짓말을 못하고 너무 솔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안 할 말이 튀어나오는 수가 있다"고 설명했던 적이 있다. 고려대 조명현 교수는 "악의는 없는데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실수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③마음 급한 '리틀 MB'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의 입안자이자 수호자로서 대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강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을 서울시장 재직 때부터 도우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마련했다. 그래서 경제 부문에서는 '리틀 MB'로 불린다.


하지만 5년 정권의 첫해가 다 지나가는데도 경제 실적은 좋지 않아, 강 장관 마음이 급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종부세처럼 이전 정부에서 만들어진 일부 정책들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개인적 확신이 지나친 나머지 발언이 앞서가는 측면도 있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강 장관이 아직 '7·4·7' 공약에 집착하고 있다"며 "마음이 급하다 보니 '헌재 발언'처럼 정밀하지 못한 발언이 나온다"고 말했다.


잇따르는 말실수에 기획재정부 간부들은 강장관 본인보다 더 애가 탄다. 한 기획재정부 간부는 "강 장관이 '큰 형님'처럼 당당하게 발언하는 모습이 직원들에게는 든든한 힘이 되긴 하지만, 뒷감당을 하지 못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털어 놓았다.


김기훈 기자 khkim@chosun.com

정혜전 기자 cooljj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