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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탈출' 촛불 수배자들 호텔방서 화투치다 붙잡혀.

碧 珍(日德 靑竹) 2008. 12. 1. 06:30

    '조계사 탈출' 촛불 수배자들 호텔방서 화투치다 붙잡혀.

    강원도에서… 박원석·한용진 공동상황실장 등 5명
    경찰 "검거 당시 담요 위에 지폐·동전 널려 있었다"
     


    이길성 기자
    홍서표 기자

    경찰 수배를 피해 서울 조계사로 도피해 117일간 농성을 하다 잠적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불법시위 주동자 6명 중 5명이 6일 새벽 강원도에서 검거됐다. 이들 중 3명은 검거 당시 화투를 치고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강력계는 이날 오전 1시 45분쯤 강원 동해시 묵호동 D호텔에 투숙 중이던 박원석(38)·한용진(44)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백성균(30) 미친소닷넷 대표, 김동규(34)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 권혜진(35)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을 검거해, 담당서인 종로경찰서로 넘겼다. 이들과 함께 조계사에서 농성을 하다 잠적했던 이석행(50)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장에 없었다.

    ◆인터넷 매체 인터뷰가 결정적 단서제공

    수배자들이 지난달 29일 조계사를 빠져나가 잠적한 뒤 종적을 찾지 못하던 경찰이 이들을 검거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단서는 지난 4일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한 박원석씨 인터뷰 기사였다.
    기사에는 박씨 뒤로 낙서투성이인 분홍색 벽면과 나무창틀, 체크무늬 소파가 있는 사진이 함께 게재됐다. 경찰은 이 사진을 분석해 인터뷰 장소가 서울 신촌의 M카페라는 것을 알아냈다.

    경찰은 카페 종업원으로부터 "인터뷰가 끝나고 박씨 일행 중 한 명이 구두를 찾는 전화를 2~3번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확인 결과 전화를 건 곳은 신촌로터리 인근 레지던스형 호텔이었다.

    경찰은 호텔 CCTV에서 박씨가 사용한 차량번호를 알아냈다. 그러나 숙박부엔 박씨 이름이 없었다. 다시 CCTV를 분석한 경찰은 박씨가 숙박부에 뭔가를 적는 시각을 확인, 그 시각에 기록된 투숙객 정보를 확인했다. 박씨는 가명을 사용했지만, 휴대전화는 자신이 실제 사용하던 것을 적은 것이었다. 이때부터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나선 경찰은 5일 박씨가 강원도 동해시에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 서울 조계사에서 장기농성 중 몰래 빠져나왔다가 6일 강원도 동해시 모 호텔에서 붙잡힌 박원석(사진 왼쪽)·한용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검거 당시 박씨 등 3명 화투판"

    박씨 등 5명은 6일 오전 0시 30분쯤 3층과 4층에 각각 하나씩 방 두 개에 투숙했다. 이들 수배자가 함께 모였던 것은 기자회견 준비를 상의하기 위해서였다고 이들의 변호인은 전했다. "당초 3일에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장소 등 정보가 드러나 못했고 5일에 다시 하려다 미국 대선 때문에 못해 이를 논의하기 위해서 한곳에 모인 것"이었다는 것이다.

    호텔 직원에 따르면, 이들은 투숙한 뒤 프론트에 "화투가 있느냐"고 전화로 물었고 "화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자, 일행 중 한 명이 나갔다. 권혜진씨였다. 권씨는 자신들이 타고 온 승용차에서 화투와 라면, 맛살, 휴지 등을 꺼내가다가 잠복하던 형사에게 붙잡혔다.

    호텔로 들어간 경찰은 직원으로부터 수배자들이 화투를 달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화투를 갖다 주면서 방 안에 몇 명이 있는지 봐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약 15분 뒤 3, 4층에 동시에 들이닥쳐 4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당시 3층 방에 있던 박원석·백성균·한용진씨는 화투를 치고 있었고 담요 위엔 1000원권 지폐와 100원짜리 동전이 널려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규씨는 4층 방에 따로 있다 검거됐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종웅 변호사는 "남자 5명이 몰려다니면 경찰에 노출되기가 쉽고 의심도 받을 것 같아 호텔 프런트에 화투를 달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박씨 등 5명에 대해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아직 검거되지 않은 촛불시위 관련 수배자는 김광일(34) 다함께 운영위원과 오종렬(70) 진보연대 공동대표, 주제준(38) 진보연대 사무처장,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