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老年 斷想.

碧 珍(日德 靑竹) 2022. 6. 14. 16:56

老年 斷想.

 

 

 

근래 들어 無心中에 느끼고 있는 것들 중 하나가 喜壽를 지나고 언제부터인가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流水같이 세월이 이러히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그만의 느낌일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잦다는 것이다.

 

되돌아보니 하루하루 사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지만 얼마 전부터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실감나지는 않았는데, 언젠가 부터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가슴 가득하다고 생각하니 지나온 다사다난하였던 날들 속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야할 生老病死에다 애별리고(愛別離苦), 원증회고(怨憎會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음성고(五陰盛苦) 등 여덟 가지의 괴로움(八苦)을 견디며 살아온 파란만장하였었던 지나온 삶이 파노라마(panorama)처럼 펼쳐졌다 사라져 가곤 한다.

 

우리 사람은 흐르는 세월 따라 자의와 무관하게 나이가 들어간다, 그러면 60을 70을 지나 80을 바라보게 되면서는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자 하면서도, 더불어 누구에겐가 의지하고 싶어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되는데 이게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마음에 두고 애틋하게 그리워하며 사랑하였던, 보고 싶어 하였던 사람을 찾아 인생을 마무리하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하든가 없다면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아니 얼마나 슬픈 존재가 되겠는가 한다.

 

사람에게 사랑이니 행복이니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일까 하고 마음에다 연분홍. 빨강 아니 노랑으로 그려보는데 어디선가 흘러 귀전에 들려오는,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 중략 / 세월이 흘러감에 흰 머리가 늘어가네 /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손을 꼭 잡았소 /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가려하오 /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라고 애절하고 슬프게도 들려오는‘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라는 가요를 들으면서 老年의 사랑은 이런 것인가 하고 마음속을 칭하게 스쳐간다. 이 가요를 음미하면 일생을 함께 한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로 황혼을 바라보는 노년에게도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며, 인생의 동반자인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알려 주고 있다.

  

대체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love)이란‘어떤 상대를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관계나 사람, 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나. 또는 그런 마음을 베푸는 일이나, 어떤 대상을 매우 좋아해서 아끼고 즐기는 마음’이라 하였다,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지만, 인생을 오래 살아 연륜과 경륜이 쌓여 있는 사람에게는 아마 사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 생각이 든다고 할 것이다.

 

이따금 듣는 말로 사람들은 부부(夫婦)란 늙어 가면서 등도 서로 긁어주면서 살아가는 게 참 행복한 인생이라고 들 한다, 부부의 참된 가치는 어떤 어려움과 환경에서도 서로를 사랑으로 배려하고 도와 사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 등을 서로 긁는 배우자가 있어 서로 동반의 삶을 나눌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아무튼 가려운 등 긁어 주는 것보다 더 시원하게 하여주는 것은 노년의 삶에서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은 늙어 가면서 옆에 있어 식사도 같이하고 등도 긁어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식사할 때도 외출할 때도 잠을 잘 때도 허전하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사람이 살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도우며 사랑하면서 동반자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 하겠다. 아니 인생이란 길에서 서로 동반의 삶을 나눌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한다.

 

되돌아보면 지난 어느 날 나이가 먹은 사람들이‘사람이 늙으면 등 긁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는 말을 젊은 날 들을 때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나이가 들면서도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니 벌써 희수(喜壽)를 넘어 가 있다.

 

세월이란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 이고. 가을가면 겨울이고 또 봄이 온다, 여히 사람도 세월 따라 늙어가면서 그렇게 한해가 가고 그러면서 마음 다하여 기다리는 가슴으로 살아가는 게 사람이고 사람의 삶이며, 그 삶 속에서 사람은 사랑을 하기도 미워도 하면서 한 세상을 살아 가다가 자연의 섭리대로 피안의 세계로 가는 것이 또한 사람이다. 그도 우리 모두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