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고향산천(故鄕山川).

碧 珍(日德 靑竹) 2022. 5. 27. 09:41

고향산천(故鄕山川).

 

 

살아가면서 늘 들어도 정다웁고 그리운 말 중에 “故鄕” 이란 말보다 가슴에 와 닫는 말이 있는가, 어머님의 품속같이 느껴지며 鄕愁를 일게 하는 말이다.

 

      지난날 나그네 타향 살 때엔,                   (昔年爲客處,석년위객처)

      그림 한 장보고 도 고향이 그리워 졌다네, (看圖懷古山,간도회고산)

      지금은 고향에 돌아 와서 사는데,            (今日還山柱,금일환산주)

      내가 사는 이곳이 바로 그림만 같다네.     (儼然圖畵間.엄연도화간)

 

라고, 明나라 서분(徐賁)이 지은 “제 진여언산거도(題 陳汝言山居圖)” 이다.

 

고향을 떠나 산 설고 물설고 인정 풍속이 모두 다 낯선 他鄕에 사는 사람에게는 고향의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사연들은 많기도 하다.

 

시인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고 불현듯 고향이 그리워 졌거니와, 지금은 그림 같은 고향에 돌아와 살고 있으니 이제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詩속에는 행복감이 넘치고 그림 같은 아름다운 고향산천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번져 나가고, 마냥 고향산천 모든 것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아쉬울 것이 없는 시설을 갖추고 갖가지 문명의 利器로 편리하고 편안하게 살아 갈 수 있는 현대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도, 고향이란 말만 들어도 무엇인가 아쉽고 그립고 불현듯이 지난날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자연스러운 모습인가 보다.

 

자연과 사람이 잘 어울리는 모습을 송나라 왕안석(王安石)이 “山中” 에서,

 

        隨月出山去,(수월출산거)   / 달을 따라 산을 나섰다가

        尋雲相半歸,(심운상반귀)   / 구름 찾아 함께 돌아오는데

        春晨花上露,(춘신화상로)    / 봄 날 새벽 꽃에 맺힌 이슬

        芳氣著人衣.(방기착인의)    / 그 향기 옷자락을 적시네.

 

라고 읊은 아름답고 운치 있는 글 이다.

 

시인이 왜 달을 따라 산을 나섰는지가 궁금하다, 시인이 산을 나섰을 때에는 분명 달빛이 밤길을 비추어 주었을 것이고, 그리고 새벽에 다시 산으로 돌아 올 때는 높고 깊어 구름서린 곳을 찾아 돌아 왔다고 했다. 가고 오고는 남의 사생활이니 굳이 알고자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산으로 돌아오는 길섶에 핀 꽃잎에 맺힌 이슬이 옷자락을 적셔 향기가 번지니 그 아니 깔끔하고 흥겨운 일 아닌가.

 

참으로 자연을 만끽하는 소박한 생활이 늘 그립다, 그리고 살랑살랑 움직이며 지나가는 바람결에 청량감을 맛 볼 수 있는 늦봄, 햇살이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비추니 코끝을 스치는 봄꽃들의 향기는 황홀함을 주며, 온 산천 대지가 생동감으로 숨 막힐 듯하니, 농촌은 살맛나는 모내기하는 계절이다.

 

        들녘에 모내기 다 끝나고,                 (揷秧已蓋田面,삽앙이개전면)

        성긴 모 잎가에 물빛 살랑이네,          (蔬苗猶逗水光,소묘유두수광)

        저 만치 포구엔 흰 새가 날고,            (白鷗飛處極浦,백구비처극표)

        석양을 등지고 누렁송아지 돌아오네.  (黃犢歸時夕陽.황독귀시석양)

 

송나라 양만리(楊萬里)가 모내기철의 농가 풍경을 읊은 “농가육언(農家六言)” 이 떠오른다.

 

모내기가 끝난 파란 무논, 모포기 언저리에 살랑 이는 물빛, 횐 새, 누렁송아지, 뛰노는 초동들 그 모두의 정경이 자못 평화롭고 즐거움이었던 고향 농촌 풍경이 그리움으로 다가 온다.

 

그때 우리 농촌에서는 모내기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러나 가뭄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논바닥이 갈라지고 식수난까지 겹치고, 산불도 잦다는 보도에 마음조리며, 빠른 시일 내에 흡족하게 비가 내려, 온 들녘에 생기가 돌고 논에 찰랑찰랑 물이 넘쳐 농부들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었었는데, 벌써 추수하는 가을이 깊어만 가고 있다.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에게는 고향은 꿈에서도 찾아가는 곳이고, 고향 사투리와 고향음식은 객지에서도 그리움과 반가움의 대상인 것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물고기나 새나 들짐승들도 귀소본능(歸巢本能)을 지니고 있다.

 

지금은 가을을 즐기는 계절이다, 산 설고 물설고 人情없는 곳만 찾아가지 말고 고향산천 찾아가서, 그리움도 달래고 돌아옴이 좋을 것 같지 않겠나가 한다.

 

                                                                                                                                                  日 德(碧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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