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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梅花 그리고 山茱萸(산수유).

碧 珍(日德 靑竹) 2010. 3. 15. 08:22

    梅花 그리고 山茱萸(산수유) - (梅花禮讚). 


     

                                                              

     

    몇 날 전부터 새봄을 시샘하듯 전국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 즈음, 한반도 최남단 전라남도 서북쪽 바닷가 장흥에서 봄의 전령 할미꽃이  보승 보승한 모습으로 만발하고 있어 화제가 되는 영상을 보니,


    흰털을 함 밖 뒤집어 쓴 꽃대와 잎, 그리고 한쪽으로 구부려진 채 피는 검은 자주색 꽃이 특징인 할미꽃은 득량만을 안고 있는 바닷가의 언덕 한재공원에서 부터 전해오는 봄이, 벌써 우리 발밑까지 왔나 주위를 둘러보니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한다,


    봄이 오면 만물이 생동하면서 바람결에 실려 오는 봄 내음. 따사한 햇빛. 명랑한 새 울음소리, 그리고 들녘에 파릇파릇 풀잎이 돋으면 봄은 벌써 거기에 와 있는 것이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꽃망울을 터트리며 향기를 풍기는 梅花꽃은 봄꽃 중에 봄꽃이며, 따뜻한 때가 아니고 추울 때 피는 꽃이라 梅花는 귀한 꽃이다.


    이때쯤이면, 南道에는 벌써 꽃 잔치가 시작되고, 광양에는 梅花가 피어 벌이 날고 梅花 香을 실어다 보낼 때면, 이웃에 자리한 智異山에는 산수유도 꽃을 피우기 위해 기지개를 편다.


    우리나라에서 매화가 많은 곳이, 바로 全南 광양이며 이 지역 중에서도  다암면 일대이다.


    섬진강을 따라 하동으로 가는 길 왼쪽에 위치한 청매실농원을 지나 얼마간 거리(5분여)에‘戀人의 길’이라고 불리는 낭만적이고 정취 있는 梅花길이 있으며, 연인들을 위해 梅花가 이 언덕 저 언덕 곳곳에 숨어서 피고 있다.


    또한, 광양만에서 떨어진 순천지역 매화는 내륙이라 광양보다는 보름정도 늦게 피는데, 순천시 북서 편 주암 옆 지역인 월동면은 복사꽃으로 가장 유명하고,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梅花村 계월(桂月)마을이 있으며, 농가에서는 저마다 매화나무를 재배하고 있는데, 이곳의 梅花를 香매실이라 하여 香梅實 마을로 유명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구례 華嚴寺는 봄이 되면 紅梅花 가 곱기로 유명하며, 경내 천왕문을 들어서며 보제루 올라가는 계단 오른쪽에 있는  수령 50여 년 되는 梅花나무가 홑꽃잎 紅梅花이며,


    각황전과 나한전 사이 좁은 틈새에 볼품없이 마르고 뒤 털린 600백년전에 심어졌다고 전해지는 늙은 매화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수령이 오래된 나무라 꽃피우는 시기는 늦지만 뒤늦게 터져 나오는 꽃은, 어느 꽃보다 붉고 붉다 못해 검붉어 모두들‘黑梅花’라고 부른다.


    또한, 오랜 기억에 남는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 智異山 만복대(1.433m)아래 환상적인‘산수유마을’이 있다.


    산수유 꽃은 활짝 피면 4~5mm에 불과하지만, 봄이면 수천그루의 산수유나무가 동시에 수천만 송이 산수유 꽃을 피우는 모습은 하늘아래 제일의 장관이다.


    산수유마을은 꽃이 피는 봄도 좋지만,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리면서 온 계곡을 鮮紅色으로 물들인 광경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며, 산수유열매는 한약재로 옛 부터 귀하게 쓰여 지지만, 산수유나무 세 그루면 자식을 대학공부 시킨다고 大學나무 라고도 한다.

       

      梅蕊觸人意,(매예촉인의)/ 매화 꽃술 사람마음 간 지르며

      冒寒開雪花,(모한개설화)/ 추위를 무릅쓰고 하얀 눈 같은 꽃 피웠네

      遙憐水風晩,(요련수풍만)/ 아리따워라 저녁 물가에 바람이 이니

      片片点汀沙.(편편점정사)/ 한 닢 두 닢 물가 모래밭에 꽃이 지네.  

      

    宋대의 시인 황정견(黃庭堅)이 승려화가‘花光의 梅花그림’에 붙인 詩이다.


    꽃은 화사하게 핀 모습도 곱지만, 꽃잎이 펄펄 바람에 날리면 이를 보는 사람에게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선조님들 중 많은 사대부들은, 梅花꽃에서 은은히 풍기는 암향(暗香.그윽한 향기)을 매우 즐겨했으며, 또한 梅花를 감상하는 취미도 대단했던 것 같다.


    그래서 梅花 그림에서, 매화가 눈에 덮여 있으면 설매도(雪梅圖). 안개 속에 매화가 있으면 연매도(煙梅圖). 매화가지가 물에 잠겨 있으면 침매도(沈梅圖). 매화가 달빛 속에 있으면 월매도(月梅圖)라고 한다.


    “ 어리고 듬성듬성한 매화가지 네가 꽃을 피우리라고 생각 못했는데,

       눈이 올 때쯤 피겠다는 약속을  능히 지켜 두 세 송이 피었구나,

       촛불을 들고 가까이 다가가 완상할 때 그윽한 향기조차 떠도는구나.”

                                          (古語를 현대어로 풀이해 쓴 것임)


    梅花의 고결한 성품을 노래한 梅花詞의 8수중 2번째 수이다, 그리고 이 시조를 咏梅詞(영매사) 또는 咏梅歌라고도 하며, 한말 고종 때, 가객인 안민영(安旼英)이 55세 때 지은 것으로 전 8수로 된 聯詩調(연 시조)이다.


    안민영은 1870년(고조 7년) 겨울 스승인, 박효관과 운애산방(雲崖山房)에서 술과 더불어 풍류를 즐겨 노닐 때, 마침 스승 박효관이 가꾼 梅花가 피어 香氣가 방안을 진동하므로 이에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하며, 그의 개인 가집인‘금옥총부(金玉叢部)’에 수록되어 전하며, 풍류를 즐겼던 사대부 사이에  널리 불러왔던 노래이다.


    선생이 梅花를 좋아해서 손수 새순을 심어 책상머리에 두었는데, 마침  몇 떨기가 반쯤 피어 은은한 향기가 진동할 때 쓰인 것이라 전한다.


    梅花의 고결한 성품과 아름다운 품위, 그리고 강인한 지조를 노래한, 李육사선생은 그의 詩에서


    “지금은 눈 내리고 / 매화향기 홀로 가득하니 /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라 (중략) ”라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詩,“광야(曠野)”에서도 梅花를 볼 수 있다.


    年年時時 마다 40여년을 다녀오고 하던, 南道 나들이마저 앞으로 몇 순이나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人生事 만감이 교차되는 이 순간에도 마음은 텅 빈 것 같다.


    그러나 건강한 이 몸 하나 있게 해준, 부처님과 부모님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생을 다할 때까지, 지금은 다소 불편하고 불만스러워 하던 내적인 갈등을 버리고자 마음잡으니 푸른 하늘과 梅花 香이 가슴에 가득히 담아 채워진다.


    밤마다 살금살금 이 동네 저 동네 밤 마슬 다니는 梅花香도, 고요 속에서만 들린다는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아련한 南道旅行을 이 세상에 둘도 없는 芝英. 지和와 더불어 다시 가보고 싶어만 진다. 

                                                                   碧珍山房에서.   

 
                                                                                                                   
출처 : 내 가슴이 너를 부를 때
글쓴이 : 벽 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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