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來不似春 佛心來不似佛心.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봄이 와도 봄답지 않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중국 고대의 4대 절세 미인의 하나였던 왕소군(王昭君.明妃.和蕃公主)을 두고 지은 靑蓮居士 李太白의 시 가운데 있는 글인데, 그녀는 남군(南郡)의 양가집 딸로 전한 元帝의 궁녀로 이름은 장(檣.牆)이었고, 昭君은 그의 자였다고 합니다.(일설에는 반대로 이야기도 한다)
그녀는 절세의 미인이었으나 흉노(匈奴)와의 화친 정책에 의하여 흉노 왕에게 시집을 가게 된 불운한 여자였으며, 그러한 그녀의 불운한 정경을 노래한 글귀 가운데,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胡地無花草)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春來不似春) 라는 글이 있다.
생각하기에 살풍경한 북녘 땅을 그대로 표현한 말이었는데, 이 詩가 유명하여지자 다른 비슷한 경우에도 이 말을 많이 인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연말이 되어도 상여금을 타지 못하는 사람은 그것을 비유하여서‘春來不似春’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연초에 남들은 떡이야 술이야 즐겁게 먹고 있는데 혼자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하면 역시‘春來不似春’이라고 하기도 한답니다.
그러기에 한때‘秋來不似秋’라는 말이 농촌에서 유행되기도 했는데, 가을이 되었지만 제대로 거두어들일 결과 즉 곡식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春來不似春이면 秋來不似秋이기가 일반이다. 또 따뜻한 겨울을 가리켜‘冬來不似冬’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冬來不似冬이기라도 하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입니다, 즉 이 말의 眞意는 훈훈한 봄바람에 생명과 삶이 여유롭고 희망찬 무엇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로 우리는 받아드리면 될 것이고, 아무턴 봄은 모든 생명과 삶에 무한한 가능과 희망을 불러 일으켜주는 계절이므로, 그래서 모든 존재는 항상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는 특히 작금의 정치권을 보면 폭풍과 강풍, 황사비만 계속하여 내리고 있으니, 현 정치판에서는 꽃과 풀이 보이지 않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그런데 인류와 세계, 그리고 만물이 존재하며 살아가는 원리로서 기독교에서의 창조론과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있으며, 또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론(緣起論)이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론(緣起論), 즉 모든 생명과 세계와 존재의 현상들은 모두가 다 인(因)과 연(緣)으로 짝을 지어 일어나는 것이므로 人生도 그렇습니다. 태어남도 그러하고 살아가는 삶의 제 모습도 모두가 인연에 의해서 결정되고 변화해 가는 것입니다.
“人生이란,
밤늦은 시간 촛불을 앞에 두고
한 잔 차를 끓여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어쩌면 부질없는 것이 인생이며
한 번쯤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 또한 인생입니다.
아이가 어머니의 젖꼭지를 물고 젖을 빠는 순간부터
세상의 인연이 시작되듯,
삶은 어쩌면 자신과는 연연하지 않게
오고 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이란 티끌이며 허공입니다.
그러니 때로는 모든 세상사에 한 번쯤
무심해져 보는 것도 몸에 좋을 것입니다.
無心이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자신과의 단절을 뜻하는 것입니다.
無心의 江은 자신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욕망과 사악을 버리는 강이기 때문입니다.
아아, 무심 하라.”
위의 글은 어느 거사가 경봉(鏡峰)선사에게, 인연(因緣)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편지의 답 글이라 합니다.
모든 것이 인연이 아닌바가 없어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이 모든 일이 다 인연의 소치지만, 인연에 의해 태어난 이 인생도 한낱 부질없는 것이어서 티끌과 같고 허공과 같이 본래로 텅 비워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무심해져 보는 것도 좋은 것입니다. 무심하면 혹 세상과 단절되어 고립되지나 않을까 걱정을 할지 모르지만, 결코 무심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이것저것 집착하여 고민하고 근심하는 자신과의 단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無心의 江은 자신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욕망(慾望)과 사악(邪惡)을 버리는 江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입니다.
또 그런가 하면 경봉(鏡峰)선사는 어느 스님에게‘道 란 무엇인가’라는 화두의 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道 란 무엇인가?
손님이 찾아오면 맛있는 차를 대접하고
모기는 모닥불로 쫓는 것입니다.
도란 높은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
그것이 바로 법도인 것입니다.
애써 도를 알려고도 하지 말고
애써 모르는 척도 하지 마십시오.
보검으로 죽은 송장을 베지 않는 법.
보검은 항상 자신의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것.
어떤 이가 자신을 찾아오면
스스로 그 보검을 자랑하지 마십시오.
그 어떤 이도 보검을 가지고 있으므로
스스로 겸손한 것 또한 보검이기 때문입니다.”
스님의 편지 한 장은 설법 그 자체입니다. 이 한 장의 편지에 감동을 받지 않을 자 그 누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돌풍과 강풍이 불고 황사비가 내리고,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절망적인 사건과 사고 등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비록 봄 같지 않은 봄이라고 할지라도, 비록 스스로 무심한 경지에는 이르지 못할지라도, 스스로에게 변하지 않는 참 마음이 있음을 알아서 주어진 일에 겸손하게 최선을 다한다면, 봄 같지 않은 봄 속에서도 참으로 화창한 봄을 맞이할 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스스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 그것이 바로 진실한 法道이자 부처님의 마음이며, 우리 중생들의 참 마음일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佛心來不似佛心의 삶은 안 되어야 하겠습니다. 碧 珍 合掌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