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계묘년(癸卯年) 새벽을 맞으며.

碧 珍(日德 靑竹) 2023. 1. 2. 07:54

 

계묘년(癸卯年) 새벽을 맞으며.


 
계묘년(癸卯年)도 이제 몇 분 지나면 밝아온다, 한 해가 갈 때마다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해마다 오는 12월 마지막 날을 맞이하면 기쁨과 보람보다는 아쉬움과 회한(悔恨)의 마음이 더하는 가운데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되는 게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12월 달력 마지막 장을 넘길 때는 그 많고 많든 날들이 다 언제 어디로 갔는지 아쉬움이 물안개처럼 되어 가슴으로 스며들어 오는 날이기에, 오늘만이라도 그 자신의 삶과 살아 온 세상을 한번쯤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두 손을 합장(合掌)하고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싶어지는 날이기도 하다. 

생각하면 계묘년 새해 역시 지난 2022년 못지않게 대내외적으로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견이 많은 가운데 맞이하는 해이지만, 전해오는 말로 토끼(兎)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세 개의 굴을 파 놓는다는 뜻, 즉 토끼는 안전을 위하여 미리 몇 가지 대비책을 짜 놓는 슬기를 가졌다는 ‘토영삼굴(兔營三窟)’ 이라는 말이 있듯이, 계묘년 2023년에는 꾀돌이 토끼의 지혜와 영리함을 본받아 이를 발휘하여 희망적인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여 즐거운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새해는 보다 더 낳은 삶을 위하여 가는 해를 잘 마무리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며, 팔순을 바라보도록 살아오면서 알게도 모르게도 맺어진 인연들이 계묘년 검은 토끼띠 해를 맞아 행복함을 누리고 싶다, 더욱이 윗녘에 있는 그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새해에 돋는 해처럼 붉고 밝다.

되돌아보면 지난 철없던 시절. 청장년시절에 맞았던 제야는 마냥 즐겁기만 하였는데 팔순을 앞둔 제야(除夜)는 지나온 질곡의 세월을 되돌아보게 하며, 사람이 나고 죽음(生死)에 대하여 佛家에서 ‘한 목숨이 태어남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과 같고, 한 목숨이 죽어 감은 한 조각 뜬 구름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것’ 이라 한 말을 반추하여보니, 인생이 즐거웠다기보다 인생이란 無想함을 일깨워 주며 자신을 생각게 하는 세밑이 되었다.


사람들은 세월을 두고 흔히들 말도탈도 많다지만 세월의 흐름을 두고 보내는 세월과 맞이하는 세월은 생생하고 산뜻하게 느껴지는 새 마음으로 맞으면 그 감회는 누구나 새로울 것이다. 돌아보니 세월은 쌓이는 연륜만큼 많은 사연을 남기기가 마련인 것이 사람의 삶이다. 아무튼 한해를 정리하는 세밑 이 시점에 겸손한 마음으로 새해맞이를 위해 경건한 마음을 가지려하는 마음이다.

이제 팔십 고개(八十嶺) 문턱에 왔으니 어느 날 예고 없이 소리 없이 훌쩍 떠날 적에​ 사랑도 미움도 가져갈 것 하나 없는 빈손에 동행하여 줄 사람도 없으니, 이제는 윗녘 그 사람을 위하여 마음 다하여 살다가 가슴에 묻어둔 아픔이 남아 있다면 미련 없이 다 떨쳐 버리고, 그 사람만이라도 여생(餘生)을 행복하기를 빌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매력 있는 Romance gray한 삶을 살지 못함이 아쉬워도 남은 인생을 후회 없이 마무리 하고 가고 싶어만 지는 것 또한 그의 인생이 아닌가 한다.

돌아보니 팔순을 앞둔 올 癸卯年 새해 이 새벽녘 이러히도 생각들이 많이 떠오른다. 늘그막이면 누구나 겪게 되는 백수풍진(白首風塵)세상을 벌서 외길 七十九年을 지나고 보니 삶이란 회한(悔恨)이 휴복(休福)보다도 가득하나, 어언 25여년을 독거에서 혼식을 하고 있는 그 이지만 인생 황혼 희수(喜壽)를 지난 이즈음 외롭게 늙어 가는 그의 곁에 머물러 이해하여주고 伴侶가 되어주는 그 사람이 있어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다가, 12년여를 윗녘 그 사람의 보살핌으로 열두 달 내내 만들어 보내어준 반찬 덕분에 ‘삼시세끼’ 를 먹을 수 있어 건강하였고, 따라 나름대로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보잘것없는 글이나마 쓸 수 있었다, 더욱이 좋아하는 慶州法酒 막걸리도 즐겨 먹을 수 있어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아 왔다고 생각이 든다. 모두가 윗녘 그 사람 보살핌 때문이라 윗녘 그 사람에게 늘 ‘고마움’ 을 느끼며 살고 있는 그 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윗녘 그 사람의 따사한 사랑과 佛國土에 계시는 외할머님, 부모님들의 정 넘치는 배려로 참으로 행복하였음을 감사해하며 가슴속 깊이 담아 간직하며 살고 있다. 아무튼 壬寅年 세밑 섭섭함은 말일 천안.아산역으로 가, 그 사람을 잠시 만나고 정성을 다하여 만들어 준 그가 좋아하는 찬(饌) 가득한 가방을 가지고 내려오면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못해 내내 아쉬운 마음이었다. 올 2023년 계묘년은 건강한 삶으로 보람찬 해가 되도록 노력하며 매매일 그 사람의 해주는 따사한 저녁을 먹고 곁에서 포근히 잠들고 싶은 게 새해의 소망이다.                                                                             


                                                                                2023년 癸卯年 새해에 아침.




 
* 追信.
      오는 계묘년(癸卯年)은 육십간지(六十干支)의 40번째 해로 ‘계’ 가 검다는 흑(黑)을 묘(卯)는 토끼를 말하고 있어서 검은 토끼의 해 이다. 토끼는 실제 동물을 지칭할 적에는 ‘토(兎)’ 라는 말을 쓰지만 유독 간지에서는 ‘묘(卯)’ 라는 글자를 쓰고 있는데, 그 연유는 많은 이가 밝히려 하였지만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