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향수(鄕愁)와 소주(燒酎).

碧 珍(日德 靑竹) 2022. 8. 11. 14:13
향수(鄕愁)와 소주(燒酎).
 


어제 저녁 날씨가 쌀쌀한데 늦다 없이 以心傳心인가 한 동네에 사는 친구로부터 대포 한잔 하자는 전갈을 받고, 약속한 옥호(屋號)가 ‘백년 대포집’ 으로 갔다, 삼겹살에다 신 김치 곁들여 한판 꾸어 놓고 가득하고 영롱한 소주잔을 입안에 부으니 닿자 목으로 넘어 가는 그 맛을 무엇에 비하겠는가,

그렇다면 술이, 소주가 도대체 무엇인가,

옛 부터 막걸리(濁酒)가 民草들의 술로 국민주 이었는데, 세월 따라 모든 것이 변하다 보니 지금은 소주가 국민주 자리를 찾지 하고 앉아 우리 서민들의 多情多感한 벗이자 어려울 때 同苦同樂하는 동반자로 늘 곁에 있다.

미국의 대학생 영어사전인  ‘Collegiate Dictionary(대학사전)’  에 Soju(소주)를 쌀에서 증류한 한국의 보드카(vodka)라고 하는데, 원래 소주는 황제나 제후들이 마셨다는 최고급 술이었으며, 소주(燒酎)의 전국술 주(酎)자는 잡곡이 섞이지 않은 무회주(無灰酎)란 뜻이며 세 번 빚은 술이란 뜻도 있고, 예기(禮記)에 음력 4월인 맹하(孟夏)에 천자가 마시는 술이 주(酎)라는 기록이 남아 전하고 있고, 초여름에도 마셨지만 원래는 음력 8월의 술이며, 사기(史記) 孝文帝 본기(本紀)에는 소주를 고묘주(古廟酎)라고도 하며 종묘에 바치는 술이다.

또 소주는 한주(汗酒)라고도 하는데 땀나는 술이란 뜻도 있으며, 그리고 궁중 술도 소주였으며 조선조에 이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되었다는 것이다.

소주를 하다 보니 친구 왈(曰)  ‘요사이 깜냥이 안 되는 놈이 많아 하며, 돈으로 입으로 깜냥을 커버(cover)할 수가 없는데도 머리 모자라 놈은 별 수 없어 한다’  그리고 보니, 우리는 이따금  ‘깜냥’  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쓰기도 하는데, 국어사전에 깜냥이란   ‘스스로 일을 헤아림. 또는 헤아릴 수 있는 능력’  이라 뜻을 풀이 하고 있다.

그러기에 사람이 살아 가다가 보면 자신의 그릇 크기를 스스로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신의 깜냥을 아는 사람은 자기 생활과 사회 발전에 최소한의 기여를 하지만, 자신의 깜냥을 모르는 사람은 자신과 사회에 저해하는 모양새로 나타난다.

지난 조선은 文士의 나라로 억불숭유(抑佛崇儒)정책을 시행하였는데, 따지고 보면 文士를 우대하는 정책이라 그 자손은 깜냥도 되지 않는데도 혜택을 받아온 정책이었기에, 조선이 망하는 원인 중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文士란 필(筆)을 잡는 사람으로 유교문화권에서 학자. 선비. 문사라고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노동은 하지 않고 필(붓)로 문장을 쓰는 사람들로 학자 치고 문장가가 아닌 사람은 없었으며, 그래서 조선시대는 명문가가 되려면 그 집안에 문필(文筆)을 잘하는 학자가 나와야 하는 것이었다.

조선 유학(儒學) 500여년의 문필(文筆)적 전통은 현재에도 계승되고 있는 듯하나, 일부는 과거 선조들의 문필을 포장하거나 사용하고 있는 깜냥이 안 되는 후대들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人生事에는 모두가 부질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깜냥도 없고 정체성도 없으며, 바람 부는데로 물결치는 데로 살아가는 인생이라 말인가.

한잔하다보니 술기가 돌자 돌연하게 친구가,

    ‘ 부모형제 이별하고 낯설은 타관에서
      어머님의 자장가를 노래하던 그 시절이
      슬픔 속에 눈물 속에 흘러갑니다,
     기적소리 울적마다 기적소리 울적마다
     그리운 내 고향

     고향산천 이별하고 차디찬 타관에서
     어머님의 사랑 속에 자라나던 그 시절이
     구름 속에 바람 속에 흘러갑니다,
     쌍고동이 울적마다 쌍고동이 울적마다
     그리운 내 고향 ’라고, 옛 노래  ‘향수(鄕愁)’  한곳을 뽑는다. 그렇다 父母兄弟와 故鄕은 그 모두가 우리 마음의 고향이며 어머님이시다.지금은 살기가 좋은 환경이라 깜냥이 안 되어도 잘 살 수 있고,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가난이 연유가 되어 배를 채우는 밥이 삶의 최대 話頭였는데, 세월 따라 지금은 그렇지 않고 밥 보다는 술이 話頭인가 한다.         

                                                                                   새벽녘    비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碧 珍.



Ps.
        * 燒酎(소주).
                쌀이나 수수 또는 그 밖의 잡곡을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醱酵)시켜
                증류(蒸溜)한 無色 투명의 술. 세는 단위는 잔ㆍ병ㆍ사발ㆍ고리(10사발) 등.

          *  酎 ;  전국술 주.
             酒 ;  술 주.(어떤 명 아래에 쓰이어 술의 뜻을 나타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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