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늙은 감나무가 人生無常함을 생각게 하여준다.

碧 珍(日德 靑竹) 2021. 12. 1. 18:23

늙은 감나무가 人生無常함을 생각게 하여준다.

 

아침 달력 넘기니 어느 듯 신축년(辛丑年) 섣달 초하루 날이다, 어제 날 겨울 입새 비가 나린 후라 그런지 아침녘 맞는 바람은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 있어 겨울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산골이나 추수가 끝난 들녘 논밭에 진즉 서리가 내리고 붉고 노랑 단풍의 곱고 우아한 자태도 한풀 져버려 아쉬움이 더해 가는 겨울이 외로움과 더불어 그의 곁을 무심히 다가와 있음을 실감케 하는데,

 

 “ 당신이 얼마나 내게 소중한 사람인지 /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당신이 얼마나 내게 필요한 사람인지 /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라는 음률이 TV에서 흘러나오니 마음이 저리어온다, 이곡은 오랜 시간동안 곁을 지켜준 사람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담담하게 담아낸 음률이라 애절한 마음을 일게 하니 불현 듯 윗녘에 있는 그 사람이 더욱 보고 싶어지는 것 또한 이내 마음이다.

 

이즈음 주위를 둘러보거나 먼 산을 바라보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겨울 모습이라 자연스레 외로움이 주위를 감싸니 지난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도 서글픔도, 높고 푸른 겨울하늘의 맑음도 사각사각 가랑잎 날리는 소리도 잊어버리게 하는 겨울을 느끼다보니, 지난 가을에 대한 아름다운 감정은 한순간 일뿐 이내 아쉬움에 잠기며 지난 날 기억들이 밀려오며 그리운 사연들이 어느새 사색의 감정으로 젖어들게 하고, 한해의 끝자락인 동짓달을 맞이하니 세월은 유수같이 흐른다는 말을 새삼 실감케 하여주는 계절이다.

 

초겨울 냉기가 도는 아침나절 집을 나서 골목을 돌아서면 오래된 이층집 나지막한 담장 길가 모퉁이에 늘 보는 늙은 감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세월과 내기를 하듯 외롭게 서 있는데, 봄이 되면 앙상하던 가지마다 잎이 싹트고 좀 지나면 고동 녹색감나무 잎이 돋아나고 여름이 들어설 무렵이면 조그만 꽃병처럼 생긴 노란 빛의 황백색 감꽃을 피우기 위하여 우주 자연의 기운을 먹으며 감꽃을 피웠다가 떨어트리며 감을 잉태하드니, 여름 뙤약볕이 짙어 감에 따라 점점 붉은 빛과 함께 커지다가 가을 되면 붉은 홍시로 변하여 사람의 입맛을 돋아주면서 한해를 마무리하는 감나무의 삶을, 10여년 오가며 철따라 변하는 모습을 보든 늙은 감나무가 오늘따라 어인지 외로워 보이니 마치 사람의 인생살이 끝자락을 보는 듯하다.

 

되돌아보니 지난 어린 시절 늦은 봄날 담백함을 느끼게 하는 노란 빛의 황백색 무수한 감꽃을 보든 때, 골목에 떨어진 감꽃을 주워 호호불고 향기를 맞거나 한번쯤은 입에 넣고 깨물면 향 내음에 떫은맛을 보던 그 때,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소년시절 5월이 되면 감나무 아래 떨어진 노란 빛의 황백색 감꽃은 떨어져도 깨끗하고 예쁘기만 하던 감꽃으로 감꽃바다가 이루어져 소박한 한 폭의 동양화를 보던 시절이나, 감꽃은 통꽃이라 두껍고 단단한 실에 하나하나 차곡차곡 꿰어서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기도 팔찌를 만들어 손목에 찼고 자랑하다가, 친구들과 하나씩 따서 먹고 뛰어놀던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펼쳐지는 섣달아침에 보는 감나무는 앙상한 가지뿐이라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니 외로움이 가슴으로 와 가득하여진다.

 

사람에게 외로움과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렇다면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인‘외로움(loneliness)’이란 병은 치유할 수 있는 것인가?,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사랑이 가장 아름다운 처방일 것이다. 사랑은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이며 자신만의 독선적인 지배와 독점적인 소유를 통하여서 육체적 정신적 Sex를 통하여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한다.

 

이 외로움은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격리되었을 때,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거나 떨어져 살 때 등 혼자가 되었다고 느낄 때 느끼게 되는 경우다, 우리는 언제나 삶이란 생활 속에서 주위의 사람들과 상호간 인연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혼자만이 마음속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게 보통사람이다.

 

사람의 삶이란 골목 모퉁이 이층집 마당에 서있던 소박한 늙은 감나무가 해마다 봄이 되면 잎이 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여름 가을이 가면 잎이 떨어지고 다음해에 다시 반복하듯이 사람의 일생도 그러하다, 그러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노라면 인생이란 예단하기가 불가한 길에서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이 있으면 만남이 오듯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면서 일백여년 한 생을 살아가지만, 사람은 이 세상의 주인도 아니고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닌 게 사람의 일생이니 인생은 무상하다고 하는 것일까.

 

사람의 삶(인생)에서 저물어 가는 황혼이 되면 가는 순서는 없다, 어느 날인가 예고도 소리도 없이 훌쩍 떠날 때에는​ 사랑도 외로움도 미움도 가져갈 것 하나 없는 빈손에다 동행하여 줄 사람 하나 없으니, 이제는 자신을 위하여 마음 다하여 살다가 가슴에 묻어둔 아픔이 남아 있다면 미련 없이 다 떨쳐 버리고, 나 아닌 남는 내 반쪽만이라도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기를 염원하며 남은 인생을 후회 없이 마무리 하고 가고 싶어만 지는 것 또한 사랑을 알고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닌가 한다.

 

  “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 사랑해요 사랑해요,

    날 믿고 따라준 사람 고마워요 행복합니다,/ 왜 이리 눈물이 나요 왜 이리 눈물이 나요 ”

 

라는 多情多感한 노랫말을 뒤로하며, 지난 2년 전을 돌아보면 中國發 Corona virus 감염확산으로 삶에 전고미문의 어려움이 다가오면서 만나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기막힌 생이별을 겪기도 하고, 방콕-족이 되기도 하여 표현 할 수가 없을 만큼 답답하고 숨 막히는 나날을 기약도 없이 무력한 생활을 하고 있는 신세가 되었던 것을 조금이라도 탈피하고자,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양철로공원길을 거닐기 위해 집을 나서며 주위를 둘러보거나 먼 산을 바라보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겨울이 깊어만 가는 모습뿐이라‘이해도 이제 다 가는 가’하고 자연스레 한 숨을 쉬다보니, 오상고절 연보라 구절초(九節草)나 들국화가 피어있는 山河 오솔길을 그 사람과 손에 손잡고 겨울입새 바람에 햇살을 받으며 달려보고 싶고 보고픈 사람을 찾아 가고 싶기도 한 섣달 초하루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