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일흔여덟 번째 小雪을 맞으며.

碧 珍(日德 靑竹) 2021. 11. 22. 11:20

일흔여덟 번째 小雪을 맞으며.

 

 

찬 기운이 도는 양력 11월 22일 오늘은 立冬과 大雪 사이에 있으며 24절기상 스무번째로 눈이 적게 온다고 하여 이름 붙은‘소설(小雪)’로, 첫얼음이 얼며 첫눈이 오기 때문에 김장을 하고 시래기를 엮어 달며 무말랭이, 호박오가리, 곶감 말리기 따위의 겨울나기 준비에 바쁜 철로, 이 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고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따뜻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 쬐이나‘추위는 빚내서라도 한다’는 작은 봄 小春이라고도 불리는 小雪이다.

 

또한 재미있는 전설로 小雪 무렵인 음력 10월 20일께는 이날 억울하게 죽은 손돌(孫乭)의 원혼 때문에‘손돌 추위’가 온다고 하고, 해마다 이날은 강풍이 불고 날씨가 차기 때문에 그래서 강화도에서는 뱃길을 금한다고 지금까지 구전하여오는 날이기도 하다.

 

문득 한해가 이제 저물어 가는 小雪이라 생각하니 그의 인생도 가을처럼 짙어가고 겨울을 맞는다는 마음이 드니, 그립고 보고 싶은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와중에 윗녘 그 사람의 정어리고 부드러운 웃는 모습과 인자하시던 어머님 환영(幻影)이 눈앞을 가린다. 돌아보면 우수수 소리 내며 낙엽 떨어지는 겨울 초입 날의 아름다운 꿈들이 추억으로 남게 되던 젊은 시절이 회상되기도 하며, 우리 인생도 바람처럼 무심하게 와서 잠시 머물다가 바람 따라 가는 구름처럼 덧없이 흘러 다니다 홀연히 떠나버리듯이 우리의 인생도 그러한 것 아닌가 한다.

 

지난 시월 열나흘 생일날 그 사람 뵈는 겸 어머님 山居를 다녀오기 위해 일년 반 여 만에 上京하는 차창밖에 펼쳐지는 山河는 온통 누렇게 무르익은 늦가을 풍경으로, 이미 산골 모습이나 추수가 끝난 논밭에는 진즉 첫서리가 내리드니 초겨울 비가 내려 붉고 노랑 단풍의 곱고 우아한 자태도 한풀 져버려 아쉬움이 더하였으며, 아침저녁으로 맞는 바람에 차가운 냉기를 느낄 수 있어 주위를 둘러보거나 먼 산을 바라보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오상고절의 구절초(傲霜孤節 九節草)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들어선 모습이었다.

 

지난달 윗녘 그 사람과 어머님 山居에 다녀온 후 마음은 그럴 수 없이 편하였었다, 오늘 이 새벽녘에도 이르게 일어났으나 세월 탓인지 나이 탓인지 날마다 새벽녘에 올리는 새벽禮佛마저 여느 때처럼 올리지 못하는 게 다반사라 아쉬운 마음이나, 인생 황혼 무렵에 그래도 외롭게 익어가는 그의 곁에 머무르며 이해하여주고 벗이자 伴侶가 되어주는 그 사람이 있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작금 그의 자화상이다.

 

우리 사람의 인연 있는 인생은 사필귀정의 길이 있어 그 길로 가게 됨을 절실히 느끼게 하고, 무언가 남기고 가는 것 보다 뒤가 아름답게 잘 마무리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는 준비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는 小雪 이 새벽에 윗녘에 있는 그 사람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 다시 전하며 이미 그 사람에 스며든 그를 알아나 주련지 하는 마음이다.

 

신축년(辛丑年)도 저물어가는 小雪 이 새벽 홀로 상념에 잠겨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창 넘어 들려오는 초겨울 바람소리타고 문득문득 나는 윗녘 그 사람생각이 그리움 되어 가슴이 아리도록 생각나니 이 심사 그 뉘가 알아나 주겠는가, 함께 살고 싶으나 그러지 못하는 이내 마음 서럽고 허전하기만 하는데 이게 인생이고 삶인가 하고 스스로 자위하는데 이 새벽 바람소리는 무심하기만 하는데 벌써 한해가 가는가하니 세월이 빠르게만 느껴진다.

 

문득 그가 머물러 살고 살아온 지금의 세월이 어떻게 흘러 왔는지 뒤를 돌아보니, 바람에 구름 흘러가듯 세월 따라 그도 어느 듯 희수(稀壽)를 지나고 보니 사람의 삶, 인생이란 흐르는 강물처럼 멈추어 지지 않는 길 다면 긴 세월 속에 사람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버리고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기 전에 부질없는 욕심보다는 작은 단하나의 소망으로서 흐르는 강물처럼 영원한 사랑이란 참 마음을 만들어 고이 간직하는 꿈을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가고 싶어 마음 다하였지만 어쩌면‘나(我)’라는 존재도 그렇지 못한 게 인생인가 하니 사람도 한 미물에 지나지 않은가 한다.

 

오늘 새벽 TV 일기예보 방송은 비와 더불어 첫눈이 내릴 것이라 하였다, 小雪 이 새벽 윗녘지역에 눈이 내릴 것이라 하는데 이곳 창밖은 서리가 내리고 더 추워지면서 늦가을이 겨울 초입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 이 새벽에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의 오언절구 漢詩‘秋夜雨中’의 한 구절로‘등잔 앞에서 나는 고향 그린다’는‘燈前萬里心’이 되어 마음은 이미 윗녘 의왕 원통골로 날아가고 있는가 보다. 孤雲이 읊은‘秋夜雨中’은 깊어 가는 늦가을 밤의 비바람 속에서 괴롭게 시를 읊은 작자의 마음과 그와는 별반 다름없다는 느낌이드는 것은 어인 일일까 한다.

 

 

* 追信. 손돌(孫乭)에 다음과 같은 전설.

立冬과 大雪 사이에 들며, 음력 10월, 양력 11월 22일이나 23일경으로, 태양의 황경이 240°에 오는 때이다. 이 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고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따뜻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어 소춘(小春)이라고도 불린다.

 

옛날부터 중국 사람들은 소설로부터 대설까지의 기간을 5일씩 삼후(三候)로 구분하여, 초후(初候)에는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천기(天氣)가 올라가고 지기(地氣)가 내리며, 말후(末候)에는 폐색되어 겨울이 된다고 하였다.

 

소설 무렵은 대개 음력 10월 20일께는 관례적으로 심한 바람이 불고 날씨가 차가우며, 이 날은 손돌(孫乭)이 죽던 날이라 하고 그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하여서 외출을 삼가고 특히 뱃길을 조심하여 왔다고 전한다.

 

손돌(孫乭)에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는데 고려시대에 왕이 배를 타고 통진과 강화 사이를 지나는데 갑자기 풍랑이 일어 배가 심하게 흔들렸는데, 왕은 사공이 고의로 배를 흔들어 그런 것이라고 호령을 하고 사공의 목을 베었는데 사공은 아무 죄도 없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그 사공의 이름이 손돌이었다. 그래서 그 손돌이 죽은 곳을 손돌목이라 하고 지나갈 때 조심한다고 하며, 해마다 그 날이면 강풍이 불고 날씨가 찬데 이는 손돌의 억울하게 죽은 원혼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강화에서는 이 날 뱃길을 금한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