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시사.

원골로도 山居에도 갈 수 없는 세월 속에서.

碧 珍(日德 靑竹) 2021. 7. 30. 10:26



원골로도 山居에도 갈 수 없는 세월 속에서.



서녘 먼 산에 해 걸리고 땅거미가 짙어지면서 이름 모를 풀벌레. 여치. 귀뚜리 울음소리 들리고 무성한 풀잎 냄새보다도, 푸르던 낙엽 느낌이 더 진한 걸 보니 벌써 8월이 가까이 와 있는가하니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간다는 말이 새삼스러운데, 한주일여 지나면 무더위가 절정인 8월이 되면 7일은 가을이 시작된다는 立秋이며, 10일은 三伏 중 마지막 복으로 아침저녁 시원하여진다는 末伏, 23일은 늦여름 더위가 물러간다는 處暑로 자연을 지배하는 섭리는 무서울 만큼 정확하게 오고 간다.

處暑를 앞둔 즈음이면 山河 들녘 농촌에서는 흘린 땀의 결실로 과일 채소 등 갖가지 농작물이 자라 열매를 맺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농부와 풍성한 들녘을 볼 수가 있는 계절이라 그는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런 날이 되면 들녘을 거닐면 반가이 맞아주는 오상고절의 구절초(傲霜孤節의 九節草) 보고픔이 그리움으로 되어온다.

사람은 누구나 흘러가는 계절의 길목에 서면 자연스레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이 보고 싶어지고 어머님이 그리울 때면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도 한번쯤 뒤돌아 생각하다보면 불현듯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人之常情이라 마음이 허전할 때면 더욱 그렇다.

지난 2020년 2월을 들면서 前古未聞 어려움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중국 무한 발 Corona virus 감염증 확산으로 또 다시 국민들은 지역 간 이별에 준하는 잠시나마 生離別을 맞아, 삶이 어려워지고 만나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기막힌 이별을 너나나나 우리 모두가 겪고 있다는 게 현실이라 그도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어 편하지 않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어머님을 근참(覲參)하려 山居에 다녀 온지가 벌써 한해 반이 되어가고, 그 사람이 다녀 간지가 어언 반년이 지나가니 보고픈 마음 더욱 간절하여지니 코로나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 사람이나 어머님이 뵙고 싶으면 때를 가리지 않고 上京하여 늘 그 사람과 더불어 사당동에서 버스를 타고 경기도 광주 오포읍 문형리에 있는 時安 묘지공원 山居에 곧잘 다녀왔었던 게 엊그제 같기만 하다.

언제나 山居에 가면 마음이 그리도 안락하여진다. 산거에 자리하고 그 사람이 사온 고운 꽃 한 묶음을 화병에 꼽고 소주 잔 올리고 마른 잔디를 돗자리 삼아 함께 절을 올리고 잠시나마 어머님 곁에 있다가 올수 있었던 게 그저께 같은데, 지난해와 여히 올해도 코로나 감염 때문에 갈수가 없으니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잠이 오지 않을 때도 있어 새벽녘 잠들기도 한다.


모름지기 우리 사람은 누구나 부모의 은혜를 입고 이 세상에 태어나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살아가는데, 삶을 마치면 영혼과 육신은 다시 하늘과 땅으로 돌아가기에 하늘과 땅. 부모는 사람이 태어나 돌아가는 바탕이요 고향인 것인데 山居에도 갈 수가 없으니 불효 중 불효가 되어버렸다는 마음이라 아프다.

되돌아보니 어머님이 가신지가 벌써 20여년을 더하니 인자하신 모습도 그리운 목소리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으니 아쉬움만 쌓이는데, 그래도 어머님의 자비와 가호로 늘그막에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정겨운 목소리도 들을 수 있어 여러모로 편안하게 살수가 있어 그래도 운이 좋은가보다 하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람의 삶, 人生이란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간다, 흘러 간 지난 한 삶에서 있었던 시간들도 젊음도 파란 꿈도 어느덧 내 곁을 떠나갔다는 것을 깨달았을 무렵에서야 인연(因緣)의 중요함을 알게 되는 것이 인생인가 한다. 사람의 일생은 준마(駿馬)가 문틈을 스쳐지나가는 것만큼은 짧고, 사람의 일생동안 겪고 누리는 부귀영화나 신산고초(辛酸苦楚)는 모두가 한 순간의 일이요 부질없는 집착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산다는 게 무엇인가?, 인연이란 무엇인가? 하고 되뇌어 보나 답은 허공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다.

지나온 칠십칠여 년을 돌아보면 사람의 삶(人生)이란 한마디로 말한다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삶(空手來 空手去)’ 이라지만, 사람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많은 사람과 인연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사람의 삶은 만남이 오면 이별이 오고 이별이 오면 만남이 오듯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는(會者定離)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즐거운 삶을 얻으면 또 잃기도 하고 슬픈 삶을 살다보면 즐거운 삶을 맞아 살듯이, 삶이란 무엇을 얻었는가 하면 무엇을 잃어버리기도 하면서 사는 게 사람의 삶이 아닌가 한다. 그러기에 사람의 인연이란 세월 따라 헤어지는 게 숙명이자 인간사인가 한다.

   ‘밤바람 차고 귀뚜리 울음 요란하더니 / 뜰에도 가슴에도 가을빛이 쓸쓸 하구나,
    푸르던 먼山에 어느듯 朱紅빛 서리고 / 들국화는 보랏빛 내음을 十方에 날리며
    하루달리 朝夕으로 차가움 느껴지니 / 山居 님들 그리움에 외로움만 쌓인다네.’

라고. 2018. 10월에 쓴 ‘추상(秋想)’ 이 생각나 적다보니, 어디선가 般若心經 독송(讀誦)이 잔잔히 들려오며 그 사람과 어머님의 보고픔과 그리움으로 가득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면, 오늘밤도 서울행 KTX에 올라 그 사람과 어머님 곁으로 가는 꿈을 꾸려합니다. 이런 삶이 그에게는 사랑이고 행복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