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너와 나’우리는 천생연분(天生緣分)인가.

碧 珍(日德 靑竹) 2021. 4. 14. 21:42

‘너와 나’우리는 천생연분(天生緣分)인가.

 

 

늦봄바람 소리 들리는 이른 새벽에 창에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스님이 치는 죽비(竹篦)소리처럼 들려 이른 잠을 깨어나니 그 사람 보고픔이 어느 사이에 가슴으로와 가득하여진다. 어느 심리학자가 말하듯이 사람의 의식 속에는 무의식이 잠재하여 있고 무의식 속에서도 의식의 흐름이란 게 존재하기 때문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마치 그가 당신에 대한 생각을 끝임 없이 하는 거와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리움과 보고픔이 더욱 간절하여지기만 한다.

 

그렇게도 차갑기만 하던 날들이 가고 立春 雨水도 지나고 나니 날씨가 제법 따사하여 밤마을 나가기 좋아, 모처럼 소주 한잔 거나하게 되어 깊은 밤 인적조차 없는 빈집으로 들어오니 만감이 교차하며 지나온 한 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니, 새삼 그간 살아온 날들이 행복하기도 허무하기도 한 지난 삶이 되살아 다가온다.

 

隨月出山去,(수월출산거) / 달을 따라 산을 나섰다가

尋雲相半歸,(심운상반귀) / 구름 찾아 함께 돌아오는데

春晨花上露,(춘신화상로) / 봄 날 새벽 꽃에 맺힌 이슬

芳氣著人衣.(방기착인의) / 그 향기 옷자락을 적시네.

 

라고 王安石 읊은 아름답고 운치 있는‘山中’을 읽으며 음미하다보면 그리움 솟아나며 그리운 사람이 보고 싶어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들어도 정겨우며 그리운 말 중에‘고향’이란 말과‘당신’이란 말 보다 더 가슴에 와 닫는 말은 없을 것이다. 이 두말은 어머님의 품속같이 느껴지며 아늑한 향수를 일게 하는 말이다.

 

글속 시인이 왜 달을 따라 산을 나섰는지가 참으로 궁금하다, 시인이 산을 나섰을 때에는 분명 달빛이 밤길을 비추어 주었을 것이고, 그리고 새벽에 다시 산으로 돌아 올 때는 높고 깊어 구름서린 곳을 찾아 돌아 왔다고 하였다. 산으로 돌아오는 길섶에 핀 꽃잎에 맺힌 이슬이 옷자락을 적셔 향기가 번지니 그 아니 깔끔하고 흥겨운 일 아닌가 한다. 참으로 자연을 만끽하는 소박한 생활이 그린 글로 자연을 늘 그리워하는 도시인들에게 청량제와 다름없을 것이다.

 

우리 사람이 사는 이 세상은 사람은 자신과 관계, 다른 사람과 관계, 세상 모던 주위와 관계. 흐르는 세월과 관계, 보이지 않는 무엇과 관계 등 복잡다단하게 한 생을 살아 가야하는 천태만상의 세상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莊子‘人間世’에서 사람은 하나의 생명체이므로 보통의 인지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자기의 생명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고 이를 얻기 위하여 일을 하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그러기에 세상을 사는 대부분 사람은 부귀공명을 탐하고 이를 얻기 위하여 평생을 허둥대며 구차스럽게 살아가나, 부귀공명이 어째 사람 일생의 유일한 가치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보니 사람다운 사람은 부귀공명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으려 하는 것 아닌가한다.

 

사람이 사는 세월이란 시간은 영겁(永劫)을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고, 사람은 그 시간 띠(帶)위에 한 점의 외로운 존재 일뿐이라고 한다, 이런 외로운 존재인 사람이 사람과 사이의 연분인 인연(因緣)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인연이란 늘 가까이서 삶의 동력을 주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여주며 외로운 존재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반려자가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人生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을 주는 인연은 어떤 인연인가.

 

이따금 어린 시절 고향집 밖 갓 넓은 마당에 하늘에서 정답게 어울려 손에 손을 잡고 나리는 듯한 함박눈을 보며 눈(雪)도‘짝(인연)’이 있을까,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자기 짝을 찾아 만나 함께 내릴까 하던 그때가 떠오르며 웃음을 머금는다.‘짝’참으로 정감이 가는 말로 짝이야 말로 인연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도 동식물도 심지어 무생물인 돌도 짝이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사람 중에는 짝(인연)이 없는 사람, 혼자 사는 남자. 여자를 시세말로 독신 남 독신 녀 혹은 single이라고 하는데, 백지장도 맞들면 좋듯이 사람 사는 세상에는 남녀가 짝(인연)지어 사는 게 자연섭리에도 맞고 인간사에서도 옳은 것이기에 사람이 짝(인연)이 없어 혼자 산다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운 삶의 일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이 혼자 사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고 하는 말이 생겨났는가 한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다 보면 여러 번의 여러 형태로 만나는 인연(因緣)이 있다고 하나, 혹여는 인연이 없는 사람도 인연이 늦어 막에 닿는 사람도 있나 본다. 아니 성격이나 주위 사정 등 여러 여건 때문에 인연이 닿지 않는 사람, 인연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가 다시 운이 좋아서 숙명적으로 좋은 인연을 마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인연도 만날 수가 있기에, 만나는 인연에 따라 희비애락이 따르는 게 우리 인생이고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아침 禮佛을 마치고 조용히 생각을 하여 본다, 어떻게 살아 왔는가 하고 생각에 잠겨보기도 한다, 되돌아보니 일방적인 생각이지만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 참으로 좋은 인연을 만났다는 생각이다, 아니 늦게나마 만나 인연인데도 마음이 한 결 같이 곱고 이해심이 깊고 사리에 밝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하는 마음의 인연이라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마음에 부담이 없어 평온하고 아늑함을 느끼기에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떨어져 살고 있어도 늘 같이 있는 마음이며, 늘 그 사람의 따사한 체온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혼자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있다, 이것이 참 인연으로 만나 함께하는 참 행복이고 사랑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