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월하 만귀정 계곡 산하에 핀 노란 달맞이꽃이 그립다

碧 珍(日德 靑竹) 2020. 8. 8. 19:29


월하 만귀정 계곡 산하에 핀 노란 달맞이꽃이 그립다



    

 

(1).

立秋를 하루 지난 이 아침녘에도 궂은 장맛비가 하염없이 내리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여니 知人이 먹음직하고 큰 천도봉숭아(天桃) 한보따리를 주며 비로 인해 杜門不出이라 심심할 것이니 맛있게 먹으라며 주고 휑하니 가버렸다.

 

한여름 무더운 대구 날씨에다 비까지 지루하게 내리다 보니 아침저녁이라도 마음으로나 몸으로나 더위를 심하게 느끼게 한다, 그러나 밤이 되면 비가 내리다 그치다 하는 사이사이 여치나 귀뚜라미와 이름 모를 풀벌레들이 오는 가을을 맞이하느라 노래를 하니 참으로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간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자연은 이렇게 때()를 어기지도 않고 엇갈리지도 않으며 진실한 모습 그대로 다가오는 것은 사람이 세월 따라 자연에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게 하여 마음이 풍요로워져 후덕한 덕성을 길러주는 것 또한 자연이다.

 

立秋를 지나면 山河 들녘에는 흘린 땀의 결실을 수확하는 계절이라 농촌에서는 과일 채소 등 갖가지 농작물을 수확하느라 손이 모자라도록 즐거운 계절을 볼 수가 있어 가을 들녘을 무척이나 좋아 한다. 가을이 오면 많은 생각이 가슴에 머물게 한다, 무덥고 지루한 장마가 그치면 가을을 진솔하게 느낄 수 있는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코스모스 핀 길이나, 울긋불긋 물들어 가는 山河를 보며 걷다가 맑게 흐르는 계곡물에 연보라 구절초(九節草)나 들국화 한 송이 띄워 보내려 손을 담그면, 인간사 기쁨과 슬픔을 함께 어디엔가 전하려 흘러가는 무심한 물소리를 들으면 세월을 떠나보낸 사람이나 사람이 떠나보낸 세월이나 모두가 그리워지고 아쉬워지는 마음이 된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니 세월의 흐름 따라 사람도 늙으며 가야할 길을 단 일초도 촌음도 지체하지 않고 가는가 하는 마음이다, 아주 짧은 시간도 일 년 같다는 뜻으로 무엇을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는 마음을 이르는 말인 촌음약세(寸陰若歲)란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우리 사람은 살면서 각자 자기마다 고유한 행태로 인생을 살아가고 살고 있는 것이다, 인생을 정리하는 끝자락인 희수(稀壽)를 넘어 여든 세월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살아온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좋았던 싫었던 많은 사연들이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근래 들어과연 사람이란 존재는 무엇일까?하고 자주 생각이 든다, 아니 나()라는 사람은 어떤 존재 일까, 결국은 때에 따라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일 뿐일까. 누구는 사람의 일생을 千里馬가 문틈 사이를 지나가는 것과 같은 존재일까, 아니 바닷가에 한 톨의 모래알과 같은 존재일까, 그리고 사람과 부귀영광은 하늘에 흘러 다니는 한 조각 뜬구름과 같은 것일까 하고 자문자답하여 보나 그 답은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세월이 지나며 나름대로는 재미있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나, 요즘의 생활은 즐거운 나날이라기보다 담담한 날들이다, 책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拙筆(졸필)도 들고 좋은 사람을 자주만나 쇠주도 함께하나 잡기판이나 노래판에는 지금도 피하는 마음은 예나 다름없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나 오랜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즐거움 중 즐거움이 아닐 수가 없는 게 오늘 그이다.

 

(2).

창을 열고 하염없이 내리는 장맛비를 보다 문득 오십오여 년 전 靑雲의 꿈을 품고 머물렀었던 가야산 만귀정(晩歸亭)과 주위 山河 계곡이 파노라마처럼 열리며 그리움이 되어 다가오니, 계곡 골골마다 그 많이 피어나던 노란 달맞이꽃(月見草)이 유난히도 보고 싶은 마음이 자리한다. 사람은 그리우면 사람이 보고 싶듯이 달()이 뜨지 않는 밤에도 오로지 달을 기다리고, 달이 기운 아침에는 아쉬움에 꽃술을 닫지 못하는 달맞이꽃의 기다리는 애절한 그리움을 이제 와서야 알게 되는 듯하다.

  

지금도 잊히지 않은 것은 달()이 떠 가야산 깊고 넓은 골짜기 골마다 환히 비추는 날 밤이 되면 그 넓은 계곡 언덕자리에 수천수만 그루 노란 달맞이꽃이 환히 피어나고, 흐르는 물소리 산새소리 풀벌레소리가 어울려 장엄한 symphony orchestra를 연주하는 장관을 보면 자연스레 흥이 돋아 잘 하지도 못하는 노래가 어느새 나오기 마련이었다.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고향 / 만나면 즐거웠던 외나무다리/ 그리운 내사랑아 지금은 어디/ 새파란 가슴 속에 간직한 꿈을/ 못잊을 세월속에 띄워 보내리.

 

어여쁜 눈썹달이 뜨는 내고향/ 둘이서 속삭이던 외나무다리/ 헤어진 그날 밤아 추억은 어디/ 싸늘한 별빛 속에 숨은 그님을/ 괴로운 세월 속에 어이 잊으리.

 

하고 유일한 애창곡이었던 최무룡의외나무다리가 어느 사이 불리어지었던 그때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아름다운 추억이다.

 

특히 외나무다리 노래 가사 중 첫 소절에 나오는복사꽃의 열매인복숭아()에 관한 전하여오는 故事가 많은데 그 중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여도지죄(餘桃之罪,余桃之罪)란 말이 있다. 이 고사의 유래는 지금부터 2,200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법치주의자 韓非子가 쓴 책세난편(說難篇)여도지죄(餘桃之罪.먹고 남은 복숭아의 죄)가 나온다.

  

여도지죄(餘桃之罪,余桃之罪)란 말의 유래는세난편(說難篇)을 보면 중국 전국 시대 당시 위()나라에 왕 영공(靈公)의 총애를 받는 미자하(彌子瑕)란 미동(美童)과 사이에 있었던 고사로, 미자하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왕에게 먹였다는 말에서여도지죄(餘桃之罪,余桃之罪)란 말이 유래하였는데, 그 뜻을 새겨보면같은 이야기라도 애증의 변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같은 말, 같은 행동 일지라도 상대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받아드려지므로, 사람이 사람을 섬기는 일도 어렵거니와 의견을 말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옛말이다.

 

앞서說難篇에서 보듯이 보면 위()나라에 왕 영공(靈公)의 총애를 받는 미자하(彌子瑕)가 왕의 총애를 잃어버리자 이전에 칭찬을 받았던 행동이 되레 화근이 되었다는 故事, 같은 행동이라도 상황이 바뀌면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정치판에서 설치는 정치인들도 알아야 하겠다.

 

우리 현 정권과 여당은 촛불 민심으로 출범하여 정부와 국회를 장악하고는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고 과신하는 듯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우리 현 정권과 여당은 촛불 민심으로 출범하여 정부와 국회를 장악하고는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고 과신하고 있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의와 공정이 아예 실종된 느낌이다. 지난 3년여를 돌아보면 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사건 과 철호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 曺國 사태 및 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위안부 기부금관련 사건 등 전대미문의 파렴치하다기보다 망국적인 사태, 서울시장. 부산시장 성추행 의혹,검언유착 의혹문제로 법무부-검찰 갈등은 그 결과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더욱이 민생 문제와 깊은 현 정부의불동산정책실패와, 공정한 기회의 박탈로 젊은 취업준비생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私募 fund)를 판매하면서 고객의 동의 없이 가입시키거나 사모펀드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큰 손실을 입힌라임 사태(LIME Investment Scam)와 자산 편입 위.변조 의혹 등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옵티머스자산(Optimums fund)운용 환매 중단으로 발생한옵티머스 사태등 참담한 대형 경제사기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었다. 아무튼 정부와 여당은 다수를 앞세워 정치적 독선과 정책적 과속이 계속한다면 민심으로부터여도지죄로 그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우리 선조들은 복사나무는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힘이 있다고 여겼기에 복숭아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았고 집 안에 나무를 심지도 않았다던 것이다. 또한 중국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과일인 천도(天桃) 봉숭아는 곤륜산(崑崙山)에 사는 道敎의 최고 여신 西王母의 거처 주변에 있는 반도원(蟠桃園)에는 3천년 만에 한 번 열매를 맺는 복숭아가 있는데 이를 먹으면 3천 년을 산다고 한다. 서왕모가 漢 武帝에게 선물로 주는 복숭아 3개를 훔쳐 먹은 동방삭(東方朔)은 무려 3천 갑자년(18만년)이나 살았다고 전하여지고, 또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인 손오공이 100년에 한 번 열리는 천도를 훔쳐 먹고 괴력을 얻었다는 대목이 있듯이, 不老長生을 꿈꾸는 인간이 만들어낸 전설 속의 복숭아가 현실적으로 맛있고 사람들의 건강에도 좋아서 장수를 상징하는 과일이 되었다고도 한다. 

 

                    

             최무룡 외무나무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