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슬슬 생각이 나는데.

碧 珍(日德 靑竹) 2020. 6. 3. 07:20

슬슬 생각이 나는데.

 

 

庚子 年初 들면서 中國發 Corona virus 감염증 확산으로 인하여 일상 삶이 어려워지면서 그리워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도 지역 간 이별 아닌 생이별(生離別)로 마나지 못하는 前古未聞 어려움이 겪고 있는데도, 에도 들에도 싱싱한 초록으로 짙어가는 초여름 문턱 6월 보훈의 달이 맞이한 이즈음도 석 달여 코로나 감염사태로 여건이 여의치 못하다보니 생이별과 다름없는 삶이라 갑갑하다기보다 하루하루가 지겨운 삶을 사는 우리들 곁에, 도도히 흐르는 세월 따라 일어나는 천지자연의 섭리는 누구나 거역할 수 없는 무서운 것이란 것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人生이란, 사람의 삶이란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여정 속에서 나름대로 자기만의 인연(因緣)이 있는가 보다, 우리 사람의 관계는 사람 사이의 연분(緣分) 또는 사람이 상황이나 일이나 사물과 맺어지는 관계는 인연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연은 헤어짐을 뜻하는 이별의 단초(端初)가 되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어느 누가 말하기를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인생여정과 벚꽃이 피고 지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고 하겠는가, 그러기에 사람의 一生은 준마(駿馬)가 문틈을 스쳐 지나가는 것만큼이나 짧다 하고, 사람이 일생 겪고 누리는 富貴榮華나 신산고초(辛酸苦楚)는 모두가 한 순간의 일이요 부질없는 집착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사람의 일생과 한갓 벚꽃의 일생이 무엇이 다른가. 그러기에 人生은 짧은 것인가 생각하다 석 달여 코로나 사태로 절주(節酒)하여오던 술 생각과 더불어 酒仙이라 불리는 詩仙 李太白이 떠오르며 그의待酒不至(대주부지)라는 를 무심히 읊조려 본다.

 

玉壺繫靑絲, 沽酒來何遲. 山花向我笑, 正好銜杯時.

/ 옥병에 푸른 실로 동여매고, 술 사러 보냈건만 어찌 이리 늦는가, 산에 핀 꽃들은 나를 보고 웃는데, 지금이 술 마시기 아주 좋은 때라네.

 

晩酌東窓下, 流鶯復在玆. 春風與醉客, 今日乃相宜.

/ 동쪽 창가에서 늦게 술잔 따르는데, 흐르듯 나르는 꾀꼬리 여기저기네, 봄바람과 더불어 얼큰하게 취한 나, 오늘 따라 서로 더욱 정답게 어울리네.

 

는 두보(杜甫)와 더불어 중국 최대의 詩人으로 자를 太白으로 불리는 李白待酒不至(대주부지. 기다리는 술은 오지 않고)라는 , 천성이 호방하고 술을 즐겨 마시며 天才詩人으로 자유분방한 감정을 발산시켰었던 가 아닌가 한다.

 

그에 대하여 한 일화(逸話)100년은 36000, 하루에 300잔은 마셔야 하리라고 하였었다고 하는데, 후세 사람들은 李白을 두고 그를 詩仙이라는 별칭과 더불어 주선(酒仙)이라 곧 잘 부른다. 酒仙답게 李白1000여수 가운데 술 주()자가 200여 차례 등장하고,마시고 따르고 취한다거나 술잔, 술독, 술병 등 술과 관련된 단어가 무려 700여회 가량 쓰였다고 어느 호사가가 내어놓은 흥미로운 통계 자료가 있다고 하니 酒仙酒仙인 모양이다.

 

아무튼 지난 젊은 시절 한 때 세상에 있는 술을 다 마셔버리면 그도 酒仙이 될 수 있을까 하고 객기를 부리던 생각이 문득 떠오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무튼 많은 세월을 살아가며 술을 마실 수 있어 행복하였으며 술 때문에 큰 실수나 오명을 남기지는 않았으니 다행스럽고, 술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으나, 술을 마시고도 술에 대한 술 철학, 즉 음주철학이 없었다는 것이 다소 아쉽기만 하다는 생각이다.

 

되돌아보면 그는 남들이 다하는 담배나 Go stop 등 화투나 포커 등 사행성 잡기와 춤과 주식투자 등 전혀 하지 못하지만,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는 우리 속담처럼 술을 좋아하다보니 좋아하는 술이 있는 집이나 대폿집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게 술을 좋아하는 술꾼 아니 애주가가 되어버린다.

 

아무튼 술을 좋아하다보니 술집은 자주 가지만 정작 발길이 가는 곳은 그리 많지 않고 늘 들리는 집만 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대구 중구 중앙대로79길인 일명진골목에 지금은 酒母 할머님이 병환으로 문을 닫았지만 38여년 이상을 즐겨 드나들며 많은 선후배와 지인들과 즐겨 보내었던 대구의 대표 대포집무림주막(茂林酒幕)酒母 별이 할매에 대한 고마움과 추억은 오래오래 잊을 수 없다.

 

또한 30여년 넘은 단골집 일본분식전문집인신주쿠(信宿)의 정종과 스모노(醋物)의 감칠맛은 지금도 입안에 맴돌고, 30여년 드나들던 중앙대로 구 한일극장 뒷길인 남일동 소재 생고기(뭉티기) 전문점인송학(松鶴)구이, 전형적인 시골 대포집 분위기를 풍기는星州과 구수한 말솜씨의 酒母 또한 잊을 수 없으며 이들은 그의 인생에서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근래 들어와서도 해거름 할 무렵이 되거나 외출하였다가 귀가하는 저녁 무렵이면 향 그윽한 정종 대포잔이 그리워진다, 그러면 어느 듯 해질 무렵 호젓한 분위기속 늘 즐겨먹던 안주로 톡 쏘는 겨자 맛이 일품인 스모노 한 접시에다 정종(正宗)을 대폿잔으로 들이키던 그 시절 그 집신주꾸(信宿)가 생각나면, 마음속 발길은 이미 늘 혼자서 자주 가던 추억들이 서리어 간직된 그 집으로 가고 있는 생각을 그리는 것을 보면 술을 좋아하는 술꾼 아니 愛酒家이었던 모양이다.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여생을 생각하며 지나온 삶을 되새겨보면 그와 술()은 불가분 관계를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아무튼 술은 하고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니 칠십칠여 년 넘게 살아오면서 좋았던 일 즐거웠던 일 어려웠던 일 슬펐던 일 등 다사다난하였던 일들을 핑계 삼아 술을 마셨던 사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가운데,친구야, 한 잔의 술을 마시고...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라고 노래한 인환 시인이 생각이 나고, 지극정성으로 마셔왔었던 술에 대한 향수 또한 잊을 수가 없는 가운데 酒仙이 될 수 없다지만 오늘밤 꿈속에서 만이라도 酒仙의 경지에 머물러 한 잔의 술을 마시며 우필(愚筆)이라도 쓰고 싶어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