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삼시세끼

碧 珍(日德 靑竹) 2020. 5. 3. 11:48

삼시세끼.

                        - 코로나 전염 때문에 방콕, -식이가 다되었네

 

        

 

 

엊그제 늦은 봄비가 내리더니 아침저녁 TV 일기예보는 전국이 가뭄으로 식수가 부족하고 농촌에서는 봄 농사 걱정으로 노심초사하여야 하는 계절에, 때아니게 온 국민은 중국 우한신종Corona virus 감염확산으로 서울 大邱간만 아니라 전국시도민간 상호교류마저 어렵게 하는 등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겪으며, 나름대로 제각기 살아나갈 방도를 꾀하며 서로의 마음을 달래주며 살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곡우(穀雨)를 지나 입하(立夏)를 앞둔 늦봄이라 그런지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느낌이 들 만큼 산산하나 낯에는 여름 못지않게 더우니 거리를 거닐든지 가까운 야산을 보면 4월말에서 5월초에 피는 며느리밥풀꽃이라는 이팝나무 꽃과 조팝나무 꽃은 모두 흰 눈이 내린 것 같이 모습으로 아름답게 핀 가운데, 지난 2월 중순부터 전 세계로 확산되는 코로나 전염병은 천지자연의 큰 섭리 가운데 한 현상이나 그 위력은 인간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큰 변화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애초 시작할 무렵에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코로나감염 확산 위력에 눌려 어언 두 달을 훨씬 넘기면서도, 불가불 여러 날들을 방-콕인지 집-콕인지 갇혀 생활하다보니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여간 불편하고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닌 가운데 정신적으로는 별별 생각이 다 들어 공허감에다 황당한 기분마저 드는데다, 신체적으로는 마음 편히 활동을 하지 못하다보니 무력감이 들어 사람 사는 맛이 무엇인지 모를 지경이라 그저 하루하루가 답답하기가 그지없는 가운데 특히 어려운 것은 하루삼시세끼해결 문제가 그 으뜸이라 여겨진다.

 

이 풍진세상을 희수(喜壽)를 넘기며 오래 살다보니 그간 살아온 날들 중 이번 코로나 전염병처럼 사람을 무력하게 하는 병도 처음이다, 우선 오라는데도 갈래도 갈대가 없는 하루하루생활에서부터 그렇다, 하루의 일과는 새벽예불 직후 이른 아침에다 점심을 한 후 갈 데라고는 지금은 폐선이 되어 공원화길이 된 구 대구선 철도길 따라 걷다가, 금호강을 만나는 지점인 금호강둑에 서서 무심히 부는 바람과 더불어 소리 없는 이야기를 하거나, 발가는 대로 강둑길을 따라 거닐다보면 심신을 즐겁게 하여주던 벚꽃 유자꽃 노랑개나리꽃 등이 사그라진 뒤, 연분홍 진달래와 붉은 철쭉. 동백, 산수유, 하얀 이팝나무, 아카시아 그리고 과일 꽃들이 앞 다투어 피는 강둑길을 따라 얼마간 산책하다가 되돌아오는 길에 조그마한 동네 재래시장에 들러 찬거리나 떡. 과일 등을 사들고 오는 게 이럭저럭 유일한 일과가 되어버렸다.

 

근래 들어 코로나 덕분에 하루 종일 집에 머물다보니 그동안 하루삼시세끼를 챙겨 가족을 감지봉양(甘旨奉養)하여왔던 우리네 할머님 어머님 아내들처럼 집안 살림을 맡아왔던 분들의 그 노고를 늦게나마 알게 되어 미안한 마음 그지없다.

 

지난날 되돌아보면 작금의 젊은 세대들이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 우리나라에 있었다. 우리 국민이 하루 삼시세끼 밥을 제대로 먹는 것이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최대 과제로 너나없이 모두 배고픔으로 무척이도 고생하였을 시절이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일년중 가장 못살고 헐벗었을 때인 4.5월이 되면보리고개란 말을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겠지만 필자가 중학교 다닐 시절만 하여도, 어른을 만나면오전에는 아침 드셨습니까, 낮에 점심 드셨습니까, 오후에는 저녁 드셨습니까하고 묻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였던 시절도 있었던 게 우리네 삶이였으며삼시세끼란 말은 친숙함을 넘어 증오스러운 말이었다.

 

삼시란 보편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 세끼니 혹은 세때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세끼란 하루에 세 번 먹는 밥이란 뜻이며,끼니란 아침, 점심, 저녁과 같이 하루 세 번 일정한 시간에 먹는 밥을 뜻한다, 그러면 이 삼시는 아침, 점심, 저녁세끼니를 말하는 것이다. 사전을 보면삼시란 과거, 현재, 미래 뜻하는 말로도, 또 밭 갈고 씨뿌리는 봄, 풀 베는 여름, 추수하는 가을이란 뜻으로 쓰인다고 적고 있다.

 

아무튼 어머님을 보내신 후 오랜 세월을 홀로 살다보니 이제 홀로 살아가는데도 이골이 났다는 생각이 들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어언 20여년 이상을 혼거(). 혼식()하며 홀로 사는 묘미를 터득하고 나름대로 즐기며 행복하게 살면서 늘 혼식을 하였으나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어떤 어려움보다 어려운 문제는 무어니하여도 식사 문제였다.

 

지난 10여년을 돌아보니 그간 서울 그 사람이 만들어 택배로 보내주는 맛있고 정갈한 국(). . 밑반찬 등 남도 음식을 먹으며 지내어 왔었는데, 이번 코로나 감염 여파로 잠시나마 택배를 받지 못하다보니 무엇보다 하루세끼 반찬(飯饌) 조달이 무엇보다 어려운 문제로 큰 話頭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간 보내온 국. 반찬 등으로 매 식사를 하다가 직접 구입하거나 만들어 먹을러니 어림 반 푼어치 밥-식이의 실력으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다보니,삼시세끼반찬을 만들어 주일마다 택배로 보내어준 그 사람의 그간 어려움을 미처 알아주지 못하였던 것이 자못 미안하기가 그지없어 늘 고마웠다고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