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어머님을 뵙듯 하던 구닥다리 TV를 보내면서.

碧 珍(日德 靑竹) 2020. 5. 14. 12:07

 

 

어머님을 뵙듯 하던 구닥다리 TV를 보내면서.

 

    

 

 

이른 새벽 깨어 이것저것 생각다 되돌아보니 201472720여년이 된찰가마전기밥솥의 추억이란 題下로 가신 어머님이 보고프고 그리는 마음을 졸필로 그려 올려놓고,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무더위도 잊고 밤을 지새웠던 그때가 꼬리를 물고 떠오르며 6여년이 지난 오늘 어쩌다보니 그때와 같은 마음이 되었다.

 

오늘은 6여 년 전 그때처럼 어머님이 사용하시다가 남겨주신구닥다리 TV와 냉장고. 자그마한 장롱셋 중 하나인구닥다리 TV不可不 버리고, 그 자리에 자식과 다름없는 서울 그 사람 아들이 보내준 40인치 신형 벽걸이 TV를 설치하는 날이다. 워낙 오래된 구닥다리 TV는 외형도 볼썽사나웠고 화면이 흐리며 색상이 좋지 않아 눈이 늘 피로하였던 차라 새TV가 필요하였으나 어머님을 매일 대하는 듯하여 버리지 못하였던 어머님 化身인냥 애지중지하시었던 TV이였다.

 

어언 20여 년 전 어머님이 가시고 옆에 남은 것으로 25여년이 더 오래된구닥다리 TV와 냉장고. 자그마한 장롱만이 남아있다. 어머님 化身인 구닥다리 TV와 인연은 어머님의 지병이 더하여 지면서 어머님과 둘만이 오순도순 10여년을 넘게 살면서 가까이 두었던 그TV이다, 이제는 늘 아쉽고 보고 싶어도 그TV와 영영 이별하는 아쉬움을 오늘 가슴에 담게 된 심정은 어머님을 佛國土로 보내실 때와 다름이 없는 심정이다.

 

오늘 오전까지만 하여도 아침저녁으로 대하며 보고한 것이 마치 어머님을 뵙고 얘기하던 그 구닥다리 TV는 이미 수명이 다 되어 그런지 이따금 말썽을 일으키나 가능한 오래 옆에 두고 싶었던 늘 고마운 존재였었던 TV이다.

 

오늘도 6여 년 전 그때처럼 어머님이 사용하시다가 남겨주신구닥다리 TV와 냉장고. 자그마한 장롱셋 중 하나인 구닥다리 TV不可不 버리고 그 자리에 자식과 다름없는 서울 그 사람 아들이 보내준 40인치 신형 벽걸이 TV를 설치하는 날이다.

 

특히 구닥다리 TV는 그에게는 색다른 인연을 맺게 된 TV이다, 수십 여 년 동안 이른 새벽에 일어나면 TV 다이얼을 佛敎방송(BTN)에 맞추는 게 습관화 되어 몸에 배어있다. 매일 새벽5시 정각에 시작하는 아침예불방송 따라 아침禮佛을 올릴 때 구닥다리 TV同伴者라기보도 道伴이었으며, 또한 어머님의 化身이었기에 그에게는 떼어놓을 수 없는 인연의 구닥다리 TV이기도 하였다.

 

수십 여 년 이른 새벽에 올리는 아침禮佛때마다 佛國土에 가신지가 20여 년이 된 지금도 이 새벽녘이면 어머님이 생각이 나 못내 그립기만 하다, 그곳에서도 어머님은 늘 이 자식들 걱정을 하고 계실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더욱 미여지기만 한다.

 

어머님, 되돌아보니 어머님 그늘아래서 외할머님과 더불어 온 식구가 오순도순 살던 어머님이 계시던 그 때가 좋았습니다, 이젠 어머님을 뵙지 못하는 것이 제일 마음 아픈 일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병환 중이시던 어머님과 60이 된 어린 아해와 단둘이 살아온 67개월여 그 때가 그립고 아쉬워 집니다, 아니 단 하루만이라도 어머님 품안에 안겨서 쌕쌕 잠이 들고 싶습니다. 그때가 그리기만 합니다.

  

지금도 이른 새벽녘 눈을 뜨면 아련히 다가오는 고향산천과 더 넓은 마당이 있는 안태 옛집, 외할머님 부모형제가 오순도순 살던 그 시절이 다가오면 어머님이 더욱 그리워지면 눈물을 훔치곤 한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그는 누구로부터 이 몸을 받아 이 세상에 왔는가, 과연 효자였을까 하는 마음이 되면 부모님에 대한 마음은 한 없이 죄송스럽고 송구스럽기만 한 마음이다.

 

일찍이 송강 정철(松江 鄭澈)선생은 16로 된 연시조 훈민가(訓民歌,일명 警民歌.勸民歌)중 네 번째 수로, 부모님에 대한 효성에 관하여 풍수지탄(風樹之嘆)을 경계하며,

 

 ‘어버이 살아 계실 때 섬기는 일을 다 하여라

   돌아가신 뒤에 아무리 애통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 가

   평생에 다시 할 수 없는 일이 이것뿐인가 하노라

 

고 하며 노래를 하시었다. 가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은百行根本이라는 말씀이다, 이는 松江선생님께서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孝道하는게 제일임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라는 말씀인 것이다.(전문지식이 없는 글쓴이가 고시조를 현대시조로 역한 것이니 이해바람)

 

생각하면 松江 선생은孝道百行根本이며, 不孝중에 大罪이기에, 孝道는 미루었다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실 적에 를 게을리 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신 말씀이며, 누가 무어래도 因緣 중에 父母子息의 만남은 참으로 高貴하고 중한 인연이라는 가르침이다.

 

어머님, 이제 가신지 어언 20여년이 흘러다보니 어머님과 둘이 함께 살면서 쓰던 유품 등이 하나 둘 없어지고, 남은 것 몇 중 아침저녁으로 대하며 어머님의 손때가 스며들어 있는 20여년 넘은구닥다리 TV와 냉장고. 자그마한 장롱셋 중 하나인 구닥다리 TV를 어머님 옆으로 보내어야 하니 마음이 그리 편하지만 않습니다. 그러나 어이 하겠습니까.

 

세월은 참으로 빠릅니다, 아니 하늘에 뜬구름처럼 흘러가는 물처럼 이 不孝子도 벌써 78년을 살아왔습니다. 어머님, 佛國土에 가신지가 20여 년이 된 지금도 어머님이 생각이 나 못내 그립기만 하다, 喜壽를 지난 이 나이에도 어머님을 보고 싶습니다, 아니 어머님 품에 안기어 잠들고 싶습니다. 어머님 極樂往生하옵고 佛國土에서 즐거운 나날이 되옵소서.

      

                            2020. 5. 14, 五更녘에

                                                    不孝子 兒孩 拜.

 

    

    

                                   

                                  

                                                                   님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