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飯饌 斷想

碧 珍(日德 靑竹) 2020. 6. 14. 17:57


반찬 단상(飯饌 斷想).




 

 

한주일여 후면 24절기 중 열 번째 절기 하지(夏至) 앞둔 엊그제 저녁부터 초여름비가 내리더니 아침녘 잠시 그치었다가 다시 내리기를 반복하니 여러 날 째 34~5도 이상 더위로 후덥지근한 날씨가 짜증스럽고 피로를 주고 있는데다가, 서울. 경기지역 발 Corona virus 감염확산으로 덩달아 그가 살고 있는 大邱도 또다시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겪으며 나름대로 살아나갈 방도를 꾀하고 마음을 달래며 살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자 따라 방콕-족 신세를 면치 못하고 길어지게 되었다.

 

이 지음은 夏至를 앞두고 있으나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느낌이 들 만큼 산산하나 낯에는 대프리카(Taegu Africa) 여름답게 질리고 넌더리가 나도록 더우나, 자연의 섭리대로 들과 강둑에는 수목과 야초들이 초록 일색으로 덮이고 야산을 보면 며느리밥풀꽃이라는 이팝나무 꽃과 조팝나무 꽃은 흰 눈이 내린 것 같이 모습으로 아름답게 피어 있어 다소나마 마음을 위안시켜주고 있다.

 

불가불 여러 달을 방-콕인지 집-콕인지 갇혀 생활하다보니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여간 불편하고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닌 가운데 정신적으로는 별별 생각이 다 들어 공허감에다 황당한 기분마저 드는데다, 신체적으로는 마음 편히 활동을 하지 못하다보니 무력감이 들어 사람 사는 맛이 무엇인지 모를 지경이라 그저 나날이 답답하기가 그지없다.


그러다보니 Corona 감염증으로 어언 넉 달여 넘게 방콕-족이 되다보니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여간 불편하고 어려움이 많아졌는데, 그 중 특히 혼거. 혼식하는 사람으로서는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하루 삼시세끼를 먹다보니 특히 반찬(飯饌)을 준비하거나 조달이 제일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아무튼 Corona 덕분에 하루 종일 집에 머물다보니 그동안 하루삼시세끼를 챙겨 가족을 감지봉양(甘旨奉養)하여왔던 우리네 할머님 어머님 아내들처럼 집안 살림을 맡아왔던 분들의 그 노고를 늦게나마 알게 되었다.

 

되돌아보니 수십여 년 날마다 이른 새벽녘에 올리는 새벽禮佛이라 여느 때처럼 올리는 중 그 사람 모습 간간히 떠오른다, 그가 부처님께 매일 올리는 禮佛하는 마음은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가족들과 인연들의 안녕을 위하여 부처님의 가피(加被)를 바라는 마음이 전부라 하여도 과언이 아닌가, 참으로 그 사람에 대하여는 무관심이 몰염치한 행태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드니 더욱 그 사람이 그리워지며 보고 싶어진다   


오랜 세월을 홀로 독거에서 살다보니 새벽예불을 마치고 나면 으레 이른 아침식사를 하는 게 습관화 되어있는 이른 식탁엔 서울서 부쳐주는 여러 가지 탕()과 고기나 생선 졸임 및 양배추김치 등 반찬이 오르고 입맛을 북돋아준다.

 

그는 먹을 복이 많은 타고난 사람인가보다, 어린 시절에는 외할머님이 지은 농산물에다 솜씨로 맛있게 먹었었고, 노년에는 그 사람 한주일 간격으로 보내오는 음식 덕에 다시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는 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고 행복한 삶이 아닌가 한다. 그 덕분에 통풍(痛風)이 사라지고 20kg이상 diet로 체중감량에다 혈압이 정상적이란 더할 나위 없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오늘도 서울서 고속버스 편 택배로 좋아하는 무말랭이무침 등 반찬과 갈비탕 등 여러 가지 탕()을 많이 받았다, 주로 보내어 주는 찬은 굴국. 소고기. 무우국. 미역국. 나물국. 갈비탕. 곰탕. 북엇국. 카레 등과 갈치조림. 코다리조림. 꼴뚜기 낙지 젓갈 등 해물류. 무말랭이. 시금치. 도라지. 우엉. 연뿌리. 간장에 절인 깻잎에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무생채. 양배추김치 등 여러 반찬을 받았다, 특히 무더위와 코로나로 장보기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정성들여 골고루 만들어 보내어주는 반찬(飯饌)들은 그의 입을 즐겁게 하여주니 성의에 고마울 따름이다.

 

특히 아리게 맵지 않은 고추. 마늘 등은 南道의 순수한 토종들이라 입맛을 더욱 북돋아 주는데다가, 이따금 남도 해안에서 잡은 문어 낙지 꼴뚜기 등 해물은 더욱 입맛을 북돋아 주기에, 생각하기보다 그의 입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맛있는 많은 반찬(飯饌)이 밥상에 올려 지는데,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그 행복마저 깨어져 서운하기가 그지없기도 하였었다  


근래 언론보도를 보자면 우리나라도 장수시대를 맞았다며 좋은 세월이라고들 선전하고 있지만 갈수록 우리의 노후의 삶은 고독과 절망감 속으로 빠져드는 게 오늘날 사회현상이다. 그러기에 예로부터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처럼나 홀로노후 삶의 무심함과 고독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런데 홀로 사는 생활 중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무어니 하여도 삼시세끼 식사 문제 해결이 아닌가 한다.

우리의 전통적 식사문화는 대가족사회에 맞추어진 문화로 이는 대다수 사람이 밥()은 화기애애하게 여러 사람과 더불어 먹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무더운 새벽녘 왜 이러히도 생각들이 많이 떠오르는가, 늘그막이면 누구나 겪게 되는 백수풍진세상을 벌서 외길 七十七年을 지나고 보니, 세상사 인간사 쉬운 삶이라기보다 어려운 세월에 끌려 살아왔다는 회한(悔恨)이 휴복(休福)보다도 가득한가 보니 나도 하잘 것 없는 미물 같은 사람 중 한 사람이었나 한다, 아무튼 그는 어언 24여년을 독거에서 혼식을 하고 있지만 인생 황혼 희수(喜壽)를 지난 이즈음 외롭게 늙어 가는 그의 곁에 머물러 이해하여주고 伴侶가 되어주는 그 사람이 있어삼시세끼를 해결하며 그가 살아 갈 수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자 복이 아닐 수가 없기에 마음 다하여 늘고마움을 느끼며 살고 있는 게 지금의 자화상이다.






     * 追信. 말짱 도루묵이란,

            기 반찬(飯饌) 이야기를 쓰다 보니 반찬타령 때문에 일어난 한 일화로말짱 도루묵이란 말에 대하여 적어본다.

 

이는 조선조 14대 선조(宣祖) 임금이 임진왜란으로 피난길에서 처음 보는 생선을 먹게 되었는데, 그 생선을 맛있게 먹은 선조가 고기의 이름을 물어보니이라 하니 맛에 비해 고기의 이름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한 선조는 그 자리에서의 이름을은어(銀魚)로 고치도록 하였다.

 

왜란이 끝나고 궁궐에 돌아온 선조가 그 생선이 생각나서 다시 먹어보니 전에 먹던 맛이 아니었다. 그 맛에 실망한 선조가도로 묵이라 불러라(환목어, 還木魚)하고 명해서 그 생선의 이름은 다시이 될 판이었는데, 이야기를 전하여지는 와중에다시를 뜻하는도로가 붙어버려도로묵이 되었다.

 

이리하여 잠시나마은어였던 고기의 이름이 도로묵(환목어,還木魚)이 되어버렸고, 이것이 후대로 오면서도루묵이 되었는데, 아마 선조 임금도시장이 반찬이란 말처럼 허기가 졌을 때 먹었던 음식 맛과 모든 것이 풍족할 때 먹는 음식 맛은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 아닌가 한다. 바닷물고기인 도루묵은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민물고기인 은어(銀魚)와는 종류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