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얼 만큼 더 살아야 그 사람 잊을 수 있을까.

碧 珍(日德 靑竹) 2020. 6. 1. 16:28

얼 만큼 더 살아야 그 사람 잊을 수 있을까.

 

 

 

 

일 년 중 만물이 점차로 생장하여 가득 차게 된다는 소만(小滿) 아침녘에 날씨가 제법 쌀쌀하더니 오후가 되자 땅에 닿기도 전에 증발되어 버리는 마른비인지 여우비인가 구별이 잘 안 되는 빗방울을 맞으며 귀가 하던 중, 동네 입구 상가 앞을 지날 무렵얼 만큼 나 더 살아야 그대를 잊을 수 있나, 한 마디 말이 모자라서 다가설 수 없는 사람아 하고 귀에 익은 감미롭고 애절한 음률이 귓전을 맴돌며 가슴에 스며들어 아리어지니, 자연스레 잊혀 지지 않은 지난 추억 의 세월들이 밀려오며 윗녘에 있는 그 사람과 山居에 계시는 그리운 부모님. 늘 마음 속 계시는 외할머님 생각으로 허전한 마음 가운데 어느새 사색의 정원으로 젖어들게 한다.

 

무언가 아쉽고 텅 비어 허허한 마음을 추스르려고 생각하니 지난 2월 중순부터 코로나 감염 사태로 그동안 즐겨마시던 술도 끊었다 할 정도로 자제하고 있다보니, 이런 날엔 향긋한 내음이 나는 꼬치구이에 따끈한 정종 대포잔을 기울이면 입 언저리에 달콤하고 정종의 특이한 향내가 코를 찌르는 그 술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나 그러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이라 아쉬움 마음을 바람에 날려 보낸다.

 

되돌아보니 8여 년 전 겨울비 내리는 어느 날 경기도 안양시장 인근 뒷골목에 자리한 40년이나 된 정종 대포집우래를 다녀오며 비속에서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 그렇게 사랑 했던 기억은 잊을 수는 없을 거야라는패티의 이별(離別)을 들었을 때 아쉽고 그립고 못 잊어하던 애절함이 귓전을 맴돌아 마음이 쨍하였던 그날 밤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어느 詩人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절대로 채워지지 않은 그리움의 허기와 사랑은 어쩌면 그 여백 속에 숨어있다. 왜 그리운가? 우린 알 수 없다. 우리가 대답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이라고 한 말 새삼 다가온다.

 

사람의 만남이란 慶尙道 星州 태생과 全羅道 강진(康津) 태생이 만난 우리들의 인연(因緣)처럼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나는 게 사람의 인연이다, 그러나 인연으로 만난 사람도 우주의 섭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음()이 있다는 이치라, 사람의 一生이 덧없이 흘러가는 표현인 人生無常을 이르는 生者必滅이라는 말처럼 우리 사람은 우주라는 대 공간 안에서는 미세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사람의 삶, 인생이란 흐르는 강물처럼 멈추어 지지 않는 길 다면 긴 세월 속에 사람들은 무엇을 얻었으며, 무엇을 잃었을까. 문득 그가 머물러 있는 지금의 이 세월이 어떻게 흘러 왔는지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지난 한 삶의 시간들도 젊음도 어느덧 내 곁을 떠나갔다는 것을 깨닫고 알게 되었을 무렵에는 이미 희수(喜壽)라는 늙음을 맞이한 후 알게 되어 회한(悔恨)이 가슴 가득하다.

 

이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도 세월의 흐름을 따라 인생이란 먼 바다로 흘러 들어가듯, 인생이란 세월 따라 바람 따라 흘러 사라지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한 티끌 속에 시방세계 포함되고 / 모든 티끌이 역시 그러 하도다 / 무량한 먼 시간이 곧 일념이요 / 일념이 곧 무량한 그 시간 이니라하신 義湘大師法性戒 한 구절이 떠오르는 것은 어인 일인가 한다.

 

우리 사람이란 존재는 우주공간에서 한 낱 미물이기에 시간이란 세월 속에서, 내 소중하였던 인연들과 불꽃같았던 열정도 사그라지며 흐려지고 지워져 버려지는 것인가, 오늘이란 세월에서 마음 아프게 살다가 가는 인생일까 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삶인가. 그래서 우리 인생사에는 모두가 부질없다고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깜냥도 없고 정체성도 없으며 바람 부는 데로 물결치는 데로 살아가는 게 인생이란 말인가.

 

지나가는 바람에 비방울이 얼굴을 닿아 고개를 들으니 獨居 앞인데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남자 /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여자여며 또 다시 들리는 구성지고 애절한 가락을 뒤로 독거로 들어가니 마음 한결 편하나 왜 우리 사람은 만나면 헤어져야 하는지 마음 아프다. 그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할까 보고픈 마음 간절하다, 그 사람을 만난 것이 늦었다지만 늦게나마 행복을 느끼며 마음 다하여 오래 함께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