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일렁이는 푸른 보리밭 이랑을 뛰어 보고 싶구나.

碧 珍(日德 靑竹) 2020. 4. 14. 12:37

 

 

일렁이는 푸른 보리밭 이랑을 뛰어 보고 싶구나.

 

    

 

  

촉촉하게 내리는 봄비 맞으며 새싹이 움튼다는 곡우(穀雨)를 사흘을 남겨둔 이른 새벽에 일어나 TV를 켜니 전국 곳곳에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고 강원 산지에서는 때늦은 눈이 내린다고 한다. 예로부터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는 날로 여기는 淸明을 지나면 날씨가 따사하다, 그러기에 꽃과 잎이 피는 것을 시샘해 몰고 오는 꽃샘추위마저 가고 강둑길을 걸으면 온기를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따뜻한 햇살로 시내가 수양버들은 연녹색 잎을 드리우는 화사한 늦봄 날이 우리 앞에 열린다.

 

이런 화사한 늦봄 날 새벽에 두 달여 코로나 감염사태로 여건이 여의치 못하다보니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마나지 못하는 생이별(生離別)과 다름없는 삶을 살다보니 갑갑하다기보다 하루하루가 지겨운 삶이었다.

 

人生이란, 사람의 삶이란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여정이다, 그러기에 인생을 두고 無常함을 이르는 생자필멸(生者必滅)이란 말이 있듯이 또 인생을 두고 살아가면서 만남이 있으면 반듯이 이별이 있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도 있다, 우리 사람은 사람 사이의 연분 또는 사람이 상황이나 일이나 사물과 맺어지는 관계는 인연(因緣)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연은 헤어짐을 뜻하는 이별의 단초(端初)가 되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인생여정과 벚꽃이 피고 지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고 하겠는가, 사람들은 人生은 짧다고 한다, 그러기에 사람의 一生은 준마(駿馬)가 문틈을 스쳐 지나가는 것만큼이나 짧고, 사람이 일생 겪고 누리는 부귀영화나 신산고초(辛酸苦楚)는 모두가 한 순간의 일이요, 부질없는 집착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한갓 벚꽃의 일생과 무엇이 다른가.

 

지난 2월을 들면서 전고미문(前古未聞) 어려움이 늦다 없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중국 발 Corona virus 감염증 확산으로 또 다시 국민들은 지역 간 이별에 준하는 잠시나마 生離別을 맞으므로, 삶이 어려워지고 만나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기막힌 이별을 너나나나 우리 모두가 겪고 있다는 게 현실이라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어 편하지 않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한 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겪어야 괴로움인 生老病死四苦,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인 애별리고(愛別離苦), 미운 사람과 만나는 고통인 원증회고(怨憎會苦), 구하려 해도 구하지 못하는 고통인 구부득고(求不得苦), 물질 느낌 생각 작용 식별의 오음에서 비롯된 수많은 괴로움인 오음성고(五陰盛苦)를 더한 八苦를 겪으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하는 마음으로 사는 게 보통사람의 삶인 것이다.

 

근래 들어 우리는 무능한 정부라 할까 아니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보이는 정치인들 때문이라 할까, 코로나 때문이라 할까. 너나 나는 우리 모두가 이별에 준하는 생이별을 하고 있어 본의 아니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만나지 못하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불현듯 석가(釋迦)하신 중생사(衆生事)의 모든 고통의 근본 가르침인 四苦八苦중 특히 愛別離苦이 설하신 석가의 말씀을 슬프기는 하나 안으로 삭이고 겉으로는 슬픔을 나타내지 않는 애이불비(哀而不憊)하는 마음으로 사는 게 지금의 삶이다.

 

되돌아보니 지난 3.4월은 잔인한 나날들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만나지 못하는 愛別離苦의 고통을 안겨준 세월들이라 생각하니 이 저 생각이 든다. 그래도 기대를 하면서 얼마간의 날을 보내면 파란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하얀 꽃을 가지마다 소복소복 뒤집어쓰는 이팝나무가 온 山河를 덮고, 하늘이 더 높고 푸른 5월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손에 손을 잡고 마음이 가자는 대로 발이 가는대로 그 사람과 단둘이 달려가는 행복한 꿈이 마음속 가득하여 지기만 한다.

 

사랑하는 사람아, 5월의 山河는 어디를 보아도 새로 돋아난 연초록의 어린 잎사귀나 나무는 녹색의 향 내음을 뿜어내고, 이름 모를 들꽃 들이 저 마다 혹은 수줍게 화려 하게 거만스럽게 까지 자태를 뽐내며 저마다의 삶을 구가하고 있다. 더욱이 지나는 바람은 푸른 보리밭 이랑을 일렁이게 하고 있다니 가슴이 부듯하여진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초록으로 물든 산하 신록 앞에 서면 청정한 마음이 되어 다가올 날들 사랑과 행복. 희망을 나름대로 그리고 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 손에 손을 잡고 저 파란 하늘아래 푸른 山河, 일렁이는 푸른 보리밭 이랑을 마음껏 뛰어나 보자, 뛰어보고 싶구나. 사랑하는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