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새벽녘 눈을 떠니 황혼이더라.

碧 珍(日德 靑竹) 2020. 4. 10. 09:39

 

새벽녘 눈을 떠니 황혼이더라.

 

 

 

이른 새벽녘 일어나 익혀진 대로 TV dial 돌려드니,

 

아지랑이 하늘거리고 진달래가 반기는 언덕 / 깨어진 꿈 추억을

  안고 오늘 나 는 찾았네 / 내 사랑아 그리운 너 종달새에 노래

  싣고서 / 그대 여 황혼의 노래 나는 너를 잊지 못하리 ....... 

  내 사랑아 그리운 너 종달새에 노래 싣고서 / 그대여 황혼의 노래

  나는 너를 잊지  못하리 ..... 맑은 시내 봄꿈을 안고 어린싹이

  눈을 비빌 때 / 그 옛날의 아련한 모습 내 맘에 새겨진다.

 

라는 음률이 귓전을 맴돈다.

 

테너 박인수가 부르는 이 가곡은황혼의 노래로 마치 애수(哀愁)에 젖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그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한 느낌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이 노래는 50이 넘어 만학도로 음악을 전공한 치과의사 노현이 어스름 해가 지는 황혼녘 어느 봄날 다시는 가 볼 수 없는 태어난 고향 평양을 꿈에서나마 마음 저리도록 그리워진 심정을 담아 작시.작곡하였을 것이라 여겨지기도 하며 인생의 황혼에 선 그로서는 더욱 고향이 그리워졌다는 것은 人之常情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리움이 애절한 노래를 듣다보니 문득 그도 황혼의 문턱에 서있구나 하는 생각이다, 더불어 살아온 지난날보다 살아갈 남은 날들이 아득하다기보다 아찔한 마음이 되는 것은 세월 탓인가 하다가 자신을 돌아본다, 벌써 고희(古稀)를 넘어 여든을 바라보는 망팔(望八)의 둔덕에 올라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되니 지난 살아온 길고도 긴 인생노정은 八苦의 아픔을 더한 세월을 어이 살아왔는가 하는 마음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세월은 잔잔히 흘러만 간다, 흘러가는 無心한 세월 따라 주위를 둘러보니 가까운 知人들은 하나 둘 불귀의 객으로 순서 없이 떠나가고 있다, 이따금 정신은 오락가락 멀어지고 육신은 힘이 빠져 흐느적거리나 남은 세월을 후회 없이 살아야하겠다 다짐하며 뚜벅뚜벅 걸어 황혼 길로 들어서니 사람의 일생이란 덧없는 것, 인생무상 함을 새삼 느껴진다.

 

사람의 삶에서 한번 흘러간 세월이란 다시 오지 않듯이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고 보지 못하는 소중한 인연과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고 많다, 그러기에 고개를 돌려보니 하얗게 센 머리털에 이마에 주름살을 더하도록 살아온 지난 세월 따라 벌써 희수(喜壽)를 지난 이즈음에 갚아야 할 은혜들이 회한(悔恨)이 가슴에 가득히 스며든다 

 

우리 사람은 대개 일백여년 한 생을 살아가지만 사람들은 이 세상의 주인도 아니고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닌데도 사람들이 하는 짓을 보면 저마다 주인이고 하늘이 정하여 준 운명을 거슬러 가면서 저마다 오래 살고자 하는 게 사람이다. 이 새벽녘 喜壽를 지났다는 생각이 문득드니 흘러가는 하루하루 세월이 아쉽기만 하다, 그러기에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늙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스스로 늙은 사람이 되고, 자신을 아직 젊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스스로 젊은 사람이 되는 것이기에 나이라고 하는 것은 숫자에 불과하다며 살아야 하겠다.

 

우리 인생에서 저물어 가는 황혼이 되면 가는 순서가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자신도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없이 훌쩍 떠날 적에사랑도 미움도 가져갈 것 하나 없는 빈손에다 동행하여 줄 사람 하나 없다, 이제는 자신을 위하여 마음 다하여 살아가며 가슴에 묻어둔 아픔이 남아 있다면 미련 없이 다 떨쳐 버리고 후회 없이 가고 싶어지는 것이 아마 남은 바람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 사람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행복의 절대요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개의 사람들은 풍요로움을 가지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삶의 보람이라 생각하면서 탐욕을 부린다, 그러기에 행복과 불행은 저마다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기에 스스로 만족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몸은 가난하지만 마음은 부자인 것이다. 그런대도 사람은 허황한 꿈으로 삶을 부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살이이다.

 

살아온 날들을 인생 간이역(人生 簡易驛)에서 되돌아보니 나름대로는 지칠 줄 모르고 달려온 세월이고 머물 듯 가는 것이 또한 세월이기에, 이 세상과 이별은 기약 없기에 생각조차 않고 살아왔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말없이 빈손으로 하나 둘 떠나고 있으니 예약 없는 그길로 언제가 가리라 생각하니 벌써 황혼 다가와 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뚜렷한 기억은 없지만 다가오는 새로운 계절을 두고 생동감과 희망의 꿈이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그 때가 인생여로에서 간이역인가 보다.

 

그는 人生 簡易驛에서 가슴을 활짝 열고 마음에 와 닿는 글을 쓰고 남기고 싶고 깊은 사색을 더 깊이 뿌리내리며 기다림 끝에 다다른 희망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사랑을 그 사람과 하고 싶다. 늘 살면서 바라던 일들이 멀리 푸름으로 눈부시도록 물들어가는 우리 山河에 대한 그리움이 기다림이 사라지기전에꿈이여 다시 한 번하고 소리치며 그 사람에게 달려가고 싶어지는 이 새벽녘 눈을 떠니 이미 황혼의 둔덕에 와 있는 인생이 내 인생이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