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야, 너 정종 대포 좋아 하잖나.

碧 珍(日德 靑竹) 2019. 5. 23. 09:16

 

 

야, 너 정종 대포 좋아 하잖나.

 

 

    

 

 

오후 이런 저런 사연을 주고받다가 간이 일식 대포집 신주쿠(新宿)에서 만나자고 하고, 자리한 후 그 향 좋고 맛좋은 정종에다 스모노(돼지고기 겨자무침 냉채)를 곁들여 먹는다는 것은 참으로 입은 행복하다, 그는 술 중 정종(正宗)을 참 좋아한다. 두서너 잔을 들을 즈음 친구 왈(曰)야, 너 좋아하는 것은 정종에다 스모노 아닌가하는데 순간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가 술과 첫 인연은 술을 처음 접하며 마신 것은 고교 2학년 겨울방학 때 귀향하여, 고향 불알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술맛도 멋도 모르고 소주를 마시게 된 것이 처음 음주한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 2년 후 대학에 들어가 신입생 환영회에서 막걸리를 마시게 된 것이 그 두 번째 음주였으며, 대학 마지막 학기 무렵이 되면서 도서관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면서 외로움과 초조함을 달래기 위하여 선배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마셨던 것과, 큰시험에 낙방하고 고향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던 것이 오늘날 이처럼 술을 잘 마시게 된 계기가 아닌가 한다.

 

지금 기억으로 50여 년 전 大邱 중앙로에 소재하며 몇 안대는 日食집삼거리에서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아들과 아버님이 주방 앞 다이(선 식탁)에 나란히 앉아 오댕(어묵)에 정종 대폿잔을 마셨던 것이 정종과 첫 인연인 것으로 기억이 되고, 그 때부터 술을 마셔도 늘 아버님께서 곁에 계시는 것으로 무의식중에 인식이 되었기에, 나름대로 술을 마시고 크게 실수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며 술을 마실 때면 늘 아버님께 고마움을 느끼는 게 오늘날 그다.

 

人生(삶)이란 바람처럼 무심하게 와서 잠시 머물다가 바람 따라 가는 구름처럼 덧없이 흘러 다니다가, 한 줄기 비 뿌리듯이 팔고(八苦) 아픔을 주고서 홀연히 떠나버리는 게 우리의 인생인 것이다, 우리 인생(삶)은 태어 날 때 빈손으로 왔다가 인연들과 만나고 이별할 때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사요 세상사요 자연의 섭리요 만고불변진리이니, 우리, 너와 나의 인연도 덧없이 바람처럼 흘러가는 게 사람의 삶이기에 일장춘몽과 무엇이 다른가 한다.

 

사람은 빈손으로 태어나 人生이란 길을 가면서 그 끝인 죽음은 빈손으로 가는 일생을 살아가는 중, 우연하게 접하는 많고도 많은 인연들 중 그 하나가 술과 만나는 인연이다, 사람이 술(酒)과 만나는 인연은 서둔다고 천천히 하고 싶다고 맺어지는 인연이 아니다, 즉 맹자에천천히 할 일은 천천히 하고 서두를 일은 서둘러야 한다(可以久則久 可以速則速. 가이구즉구 가이속즉속)는 말이 있듯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인연이 술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달관하고 초월하였다 하여도 인생살이, 즉 삶에서 기회를 잡고 재주와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면 쓸모가 없는 것 아닌가 한다, 공자는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고 하였듯이, 인생 여로란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끝부분인 인생인 황혼의 老年 희수(喜壽)가 되어 여생을 즐거워도 무절제 않고, 슬퍼해도 아파하지 않는다(樂而不流 哀而不悲)는 말처럼 좋아하는 벗과 술을 반려 삼아 살 수만 있다면, 즉 남은 인생 즐겁게 사는 삶(餘生之樂)이라면 삶이 얼마나 행복할까 한다.

 

아무튼 애주가(愛酒家)들에게는 '대폿집이란 말보다 친근감이드는 말은 없다,

대폿집하고 생각만 하여도 술꾼들의 삶에 애환이 서려 있고 정이 넘쳐흐르는 이름이자 장소이다, 그동안 대폿집에서 만나 즐거웠던 인연들, 잘 살지는 못하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정직하고 정도 많았던 대폿잔 술친구들이 보고 싶어지는 게 오늘 이 마음이다. 이 생각에다 저 생각을 하다 보니 30여년을 들랑날랑하였던별이 할매가 운영한무림주막(茂林酒幕)이 떠오르며, 지금별이할매가 위암으로 문을 닫아 늘 서운하였는데, 오늘은 늘 오는 신주쿠(新宿)에서 정종 잔을 들고‘무림주막 인연들이 생각이 나니 그리움이 앞선다.

 

그는 愛酒家이다, 그는 남들이 다하는 담배나 Go stop 등 화투나 포커 등 사행성 잡기와 춤과 주식투자 등 전혀 하지 못하지만, 술은 목을 넘어 갈 때 느낄 수 있는 그 독특한 맛 때문에 즐겨 마시고 두주불사(斗酒不辭)하지만 취한 일이 별로 없고 술로 인하여 다툰 일이나 귀가 하지 않은 일은 없을 정도로 술을 좋아 하였다. 그런 그가 우리 속담에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愛酒家들은 너나 나나 자기가 좋아하는 술이 있는 집, 대폿집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게 주당들, 아니 애주가들의 참 모습이고 오늘의 그의 참 모습이 아닌가 한다.

 

사람마다 술을 즐기는 모양세가 다 다르다, 그러나 즐겨 혼자서 술을 마시려 다닌다, 친구들과 여럿이 마시는 것도 좋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마음 놓고 편히 할 수 있고, 술맛도 음미할 수 있어 혼자서 술을 마시러 갈 때가 좋아 혼자 술을 마실 때를 참 좋아한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술(酒)은 인생에서 뺄 수 없는 기호음식으로 좋은 것은 확실한데, 술은 먹는 사람에 따라 양약(良藥)으로 좋기도 하고 독약으로 나쁘기도 하니 결과적으로 먹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여하간 하루 일을 마치고 귀가할 때 술 한잔은 마음과 몸의 피로를 풀어 주는 영약(靈藥)이 아닌가 하는데 그의 생각 잘 못된 생각인가 누구에게 물어볼까 한다.

 

되돌아보니 얼마 남지 않은 여생(餘生)을 생각하며 지나온 삶을 되새겨보면, 나와 술(酒)은 불가분 관계를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든다, 학생시절이나 젊은 시절은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못한지라 이따금씩 친구들과 어울려 막걸리 집에서 소금이나 푸성귀 나물을 안주 삼아 왕대포나 막걸리에 소주를 썩어 마신 기억이 남아 있고, 그 후 사회생활을 하던 30대 초반부터는 여러모로 술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삶에서 자연서리 술과 더욱 가까이 하는 인연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술로 인하여 문제를 야기하는 누구와도 다시 술을 먹지 않는 것을음주철학(飮酒哲學)으로 하고 살아 왔었다고 하겠다.

 

세월이 흘러가니 대폿잔 나누며 옛날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들도 줄어들고 있다, 타향살이 칠십년을 넘어 무엇이 중요한가, 우리 저승에 갈 때는 이 한 몸 태워 산정(山頂) 허공(虛空)에나 흐르는 정수(淨水)에 뿌려지는 순간 무엇이 필요하기에 바삐 살아 왔는가. 그의 모든 인연들은 어디에 있으며, 불알동무 竹馬故友는 어디 있는가, 그 사람은 어디 있는가. 문득 생각나는 게 李太白에게 술이 없었다면 과연 그 수많은 詩를 남길 수 있었을까. 아니 酒仙이라 말을 들을 수 있었을까. 그는 酒黨쯤은 되었을까 하고 스스로 생각하다가,‘너, 정종 대포 좋아 하잖아’하는 말이 생각나 웃음이 나는 것이 지금 그의 자화상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