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사상

[스크랩] 慶睦 居士林 道伴 丁酉年 첫 나들이를 다녀와서.

碧 珍(日德 靑竹) 2017. 2. 6. 20:15

 

 

 

慶睦 居士林 道伴 丁酉年 첫 나들이를 다녀와서. 

 

 

 

 

다사다난하였던 丙申年을 보내고 丁酉年을 맞아 지난겨울 얼어붙었던 땅이 녹을 때 즈음, 상큼한 봄 내음이 손짓하는 立春 다음날인 2월 5일(日) 지하철 2호선 서쪽 끝인 문양역 인근 메기매운탕 식당지역 도암식당에서, 누구나 봄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우리 곁으로 자고나면 봄비와 더불어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오는 이때, 慶睦 居士林 道伴들은 친목, 단합을 위하여 정유년 첫 나들이를 가졌었다.

 

지난날은 慶睦 居士林 道伴 모임은 사찰 순례가 주였으나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연스레 멀리 있는 사찰보다는, 가고오기가 좋고 맛있는 안주에다 박주(薄酒)를 나눌 수가 있는 편안한 곳을 택하다보니 가급적이면 가까운 지역을 택하여 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정유년 첫 나들이를 道伴들의 의사에 따라 대구 인근을 택하게 되었다.

 

우리 居士林 道伴들은 약속 시간인 12시경 지하철 2호선 문양역에서 만나 서로 안부를 교환하고 도착하지 않은 도반을 기다리는 중, 회장 남근이가 역구내 한 모퉁이 책상에서 보따리 열고 돼지머리 누른 수욕. 돼지껍질볶음, 족발 등을 내어 놓자 모두들 한잔하자는 바람에 모두들 아침 해장하는 셈치고 좋은 안주에다 몇 잔을 하고 마지막 오는 도반과 더불어 도암 메기매운탕 집으로 향하였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듯이 마침 일요일이라 메기매운탕식당마다 만원사례라 우리도 1시간 여 기다렸다가 겨우 자리를 잡아 앉아, 그간 밀린 얘기와 근래 시국이야기에다 술 이야기로 좌석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중,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메기매운탕 큰 냄비가 불판에 올려 지자 분위기를 한층 더 돋우어 주므로 술맛이 더욱 나 소주잔을 마시게 되었다.

 

우리 도반들이 가정 얘기에다 학창시절 아니 특히 고등학교 때 얘기에다 2.28민주의거 얘기, 시국 얘기 등으로 웃음 속 소주에다 메기매운탕으로 배불리 먹고 나오니, 오전에는 그리도 화창하고 포근한 날씨가 봄을 시샘하는 듯 봄의 불청객인 봄비가 내리드니 한참 후 걷히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봄을 시샘하는 봄비나 꽃샘추위를 막을 수는 없다지만 날이 지나가면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봄날이 오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기에, 古稀를 사오년 넘기고 인생 황혼기에 머물고 있는 우리는 포근한 날씨에 봄비 속에 만물이 소생하는 봄과 동창인 도반들의 따사한 정을 만끽할 수 있어 더욱 좋았었다.

 

우리 인생에 대하여 佛家에서는한 목숨이 태어남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과 같고, 한 목숨이 죽어 감은 한 조각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하겠다. 그러기에 뜬구름은 그 자체는 본래부터 없는 것이듯, 인생의 오고 감도 그와 같은 것이라, 우리는 인생을 아옹다옹하며 살 이유가 없이 如如하게 삶을 살아가야 하겠다.

 

생각하여보면 同窓이란 같은 窓門을 이용하였다는 뜻으로, 즉 같은 門을 드나들어서 同門으로, 같이 공부하였었다고 同學이라고도 하는데, 同窓은 같은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였기 때문에 유대감이 끈끈하며 특히 이해관계가 없는 관계였기에 학창시절 추억도 공유하게 되는 이런 동류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는 것이 同窓會이고 慶睦 居士林 모임이 아닌가, 학교 밖 드넓은 세상에서 기억도 희미하여지는 가운데 동창들을 만나면 스스로 행복하여지기도 하나, 오늘을 되돌아보니 참으로 오래도 살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며 이 세상에 없는 몇몇 同窓에 대한 전날들의 마음을 고스란하게 간직하고 있는 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과연 벗이란 무엇인가?생각하게 한다. 우리 人生은 누군가가 초대하지 않았어도 인생은 저 세상으로부터 찾아왔었고, 허락하지도 않아도 이 세상으로부터 떠나가듯이 찾아 온 것과 여히 떠나가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古稀를 지난 지금 돌이켜 보니 지난 56여 년 전인 1959년도 대명동 교사(지금 大邱高)에서 입학하면서 만난 우리들이, 그날 월요일 입학식을 마치고 새 교실을 배정 받아 얼굴을 익히고 어느 토요일, 자기 책걸상을 울러 메고 영선못을 지나 봉산시장을 거쳐 다니던 대봉동 慶北中學내 가교사로 다시 돌아오던 그날이 새롭게 생각나며, 그날부터 우리들의 고등학교 3년간 재미있고 즐겁고 어렵고 기쁘던 생활이 시작되었다. 작금 반세기를 넘어 古稀를 한참 넘긴 이 시점에서 만날 수가 있고 볼 수가 있고 한 끼의 식사를 할 수가 있다는 것은 복 중 복이고 행운이 아닐 수 없기에 무엇보다도 좋은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우리가 慶睦 同窓 道伴이 慶北中高 교문을 나선지가 어언 50여년을 훨씬 넘기며 금년 2017년 5월에는 慶北中高等學校가 개교 118주년을 맞이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오래도 살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며 먼저 간 동창들이 생각나며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만 한다.

 

우리 도반들은 귀가하는 길에 약속이 있는 몇몇 도반을 보내고 2차로 자주 가던 중앙로 통닭집으로 가 맥주와 소주에다 통닭을 곁들여 거나하게 마시고 나니, 모두들 화색이 돌고 기분이 좋아 하는 모습을 보니 친구가 좋긴 좋은가보다 하고 생각이 들면서 먼저 간 그리운 얼굴들이 떠올랐다.

 

慶睦 居士林이 늘 나들이 할 때마다 정성을 다하여 봉사하는 金동섭군이 얼마 전 극락으로 가고나니 그의 부인이자 우리 慶睦會의 연인 전해숙 여사의 마음에 와 닿고 애절하게 열창하던,

 

남몰래 기다리다가 가슴만 태우는 사랑/ 어제는 기다림에 오늘은 외로움 그리움에 적셔진 긴 세월/ 이렇게 살라고 인연을 맺어나 차라리 저 멀리 둘걸/ 미워졌다고 갈 수 있나요 행여나 찾아 올까봐/ 가슴이 사랑을 잊지못해 이별로 끝난다해도/ 그 끈을 놓을 순 없어 너와난 운명인거야라는,

 

미운사랑이 지금도 귀전을 맴돌아 가슴에 스며드는 오늘 봄나들이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同窓 벗들과 더불어 즐거웠든 슬펐든 어려웠든 행복하였던 날들을 생각하며, 이 즐겁고 좋은 날을 보내며 잠자리에 들려다 몇 자를 적고 보니 벌써 새벽이 되었구나, 아 참 행복한 하루였고 벗들 덕에 즐겁고 행복에 겨운 하루였었다.

 

 

           1950년도 대봉동 경북중학교(舊制 대구고보) 본관

 

          

           황금동 경북고등학교 신교사  

                                                           

                                          

 

                                   

 

 


 

 

 

 

 

 

출처 : 벽진산방
글쓴이 : 碧珍(日德. 靑竹)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