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물(2)

상생의 땅 가야산 ③백운동에서 칠불봉 오르는 길

碧 珍(日德 靑竹) 2008. 12. 8. 17:59

상생의 땅 가야산 ③백운동에서 칠불봉 오르는 길


                                 변화무쌍 비경 구름속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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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불봉에 오르는 길, 해발 1천200m 지점에서 남쪽을 바라본 모습. 유려한 능선들과 그 사이를 떠도는 구름이 어우러져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가야산을 일러 옛 사람들은 '산형(山形)은 천하에 절승(絶勝)하다."고 했다. 산의 모습이 '매우 뛰어나다.'는 얘기다. 또 우리나라 12대 명산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모두가 가야산을 찬미한 것이다.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한 것처럼 산도 한발 한발 올라봐야 그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있다. 가야산에서 현재 산행이 가능한 등산로는 성주군 수륜면 백운동에서 용기골을 거쳐 서성재~칠불봉~우두봉에 오르는 코스다. 또 합천 해인사를 기점으로 극락골~봉천대~우두봉~칠불봉에 오르기도 한다. 미개방 코스가 많아 아쉽지만 이 등산로를 밟아보더라도 가야산의 아름다움을 실감하는 데엔 부족함이 없다.


흰구름(白雲) 속으로!


가야산 등산객 중 70% 이상이 백운동을 산행 출발점으로 잡는다. 백운동에서 칠불봉과 우두봉에 오른 후 해인사쪽으로 하산하는 것. 백운동에서 오르면 만물상 등 빼어난 경관을 볼 수 있어 이 코스를 선호한다. 경사가 다소 가파른 백운동쪽에서 정상에 오른 후 상대적으로 완만한 해인사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산행이 편하다는 이유도 있다.


백운동은 동성재 능선에 있는 백운대(白雲臺)에서 유래됐다. 넓적한 바위가 인상적인 백운대는 옛날 도인들이 가부좌하며 수행하던 곳. 그렇기에 산행을 시작하는 장소가 백운동이란 것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가야산에 오르기 전 선인(先人)들처럼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용(龍)이 일어난 골짜기!


백운동에 북서쪽을 바라보면 불꽃처럼 타오르는 바위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바위줄기를 깊숙하게 파고든 계곡이 용기(龍起)골. 용이 일어난 골짜기란 말에 쉽게 수긍이 간다. 용이 아니고선 단단한 바위를 파고들지 못했으리라.


가야산관광호텔 앞을 지나 백운교를 건너자 야영장이 나온다. 야영장을 오른쪽에 두고 용기골을 따라오르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장마로 계곡에 물이 많이 불었다. 곳곳에 폭포가 만들어졌고, 물소리가 우렁차게 계곡을 울린다. 바위산이어서 골에 물이 많지 않은 것만 보다가 수량이 풍부한 모습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계곡 물에 손을 담그니 차가운 기운에 머리가 맑아진다.


왼쪽으로 만물상, 오른쪽으로 동성재 능선을 올려보며 등산로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울창한 나무들로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등산로를 걸으니 더위가 저만치 달아난다. 바위를 깔아놓아 만든 등산로는 걷기에 편안하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등산로여서 눈과 귀도 즐겁다. 2, 3, 4와 같은 일련번호가 붙은 백운교를 건너며 우람한 바위들과 그 사이를 흐르는 맑은 물을 바라보니 가파른 길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등산객들과 주민들이 정성들여 쌓은 돌탑도 구경거리다. 백운동에서 1.6㎞ 거리에 있는 옛 대피소를 지나자 길이 조금 더 가팔라진다. 백운사지를 거쳐 출발한 지 1시간 20여분 만에 서성재에 올랐다.


쉼터! 서성재.


해발 1천100m가 넘는 서성재는 가야산 등산로에서 '교차로'에 해당하는 곳. 북쪽으로 가면 가야산 정상인 칠불봉에 오르게 되고, 남쪽으로 200m 정도를 가면 상아덤에 닿을 수 있다. 동쪽으로는 백운동, 서쪽으로는 해인사가 있다. 하지만 상아덤과 해인사쪽은 등산로가 막혀 있다. 가파른 길을 땀 흘리며 올라온 등산객들도 서성재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쉼터가 널찍하게 닦여 있고, 의자도 있어 휴식을 취하기엔 그만이다. 서성재란 이름은 가야산을 따라 축성된 가야산성(伽倻山城)에서 왔다. 칠불봉을 중심으로 성의 동쪽 고개를 동성재, 서쪽 고개를 서성재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하늘로 오르는 철계단!


서성재를 출발, 수십여m를 올라가니 가야산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등성이를 따라 돌무더기들이 쌓여 있다. 가파른 길을 20여 분 더 올라가자 경사가 50도가 넘는 철계단길이 나타난다. 철계단을 오르는 사이 가야산은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감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기암괴봉과 절벽들도 일품이지만 바위에 매달려 살고 있는 나무들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잠시 숨을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니 능선이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다시 가파른 철계단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난 나무 계단을 따라 정상인 칠불봉에 올랐다. 동북쪽으로는 성주의 너른 들판이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남산제일봉, 서쪽으로는 덕유산이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진다. 백운동에서 칠불봉까지 4.3㎞를 오르는 데 2시간30분 정도가 걸렸다. 보통 걸음이면 2시간30분~3시간, 걸음이 빠른 등산객이면 1시간40분가량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땀을 식힌 후 남서쪽에 있는 우두봉에도 올랐다.


글  이대현 기자 sky@msnet.co.kr

    박용우 기자 ywpark@msnet.co.kr

사진 박노익 기자 noik@msnet.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