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물(2)

상생의 땅 가야산 ⑥만물상 3형제.

碧 珍(日德 靑竹) 2008. 12. 8. 18:02

상생의 땅 가야산  ⑥만물상 3형제.


                              눈앞에 펼쳐진 '대자연의 교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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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萬物相)'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봤다. '금강산(金剛山)에 있는 암산'이라 나와 있다. 그리고 '바위가 기묘하게 온갖 모양을 하고 있어 가관(可觀)을 이룸'이라고 덧붙여져 있다. 그동안 만물상이라고 하면 금강산이나 설악산의 만물상을 떠올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대구에서 1시간여 거리인 가야산을 찾으면 만물상을 볼 수 있다. 그 규모에서는 금강산이나 설악산의 만물상에 어깨를 나란히 하기 힘들지 몰라도 그 아름다움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는 가야산 만물상. 그곳을 찾으면 세상의 시름을 다 잊을 수 있다.


성주군 수륜면 백운동에서 서쪽으로 올려다보면 만물상의 끝자락이 보인다.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만물상의 1%만 보는 데 불과하다. 만물상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땀을 흘려야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금강산 만물상을 감상하려면 해발 1천m가 넘는 천선대에 올라야 하는 것처럼 가야산 만물상을 조망하기 위해선 1천100m가 넘는 상아덤에 올라야 한다. 만물상 동북쪽인 동성봉 능선의 동성재나 백운대, 아니면 남서편에 있는 돈봉 능선에 올라도 만물상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만물상의 가장 빼어난 조망처를 꼽는다면 단연 상아덤이다.


뾰족한 바위 모양을 한 상아덤에 오르면 왼편으로 만물상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기묘한 바위들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억겁의 세월 동안 바위들은 비바람에 씻기고, 깎이어 세상 여러 가지 물체의 형상을 하고 있다. 진한 사랑이 느껴지는 모자(母子)바위에서부터 곰, 자라, 부처 등 갖가지 모양을 한 바위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눈앞에 펼쳐진다.


만물상 앞에 서면 자연과 시간의 위대함에 새삼 고개를 숙이게 된다. 바위들은 또 더불어 사는 상생의 미덕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아름다움을 홀로 뽐내지 않고, 한 발씩 뒤로 물러서서 겸양하면서 이웃 바위들과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통해 만물상이란 거대한 '자연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백운동에 있는 가야산 만물상을 어떤 주민들은 만불상(萬佛相)이라고도 부른다. 수많은 바위를 부처에 비유한 것. 이 같은 연유에서 백운동 만물상의 아우뻘 되는 만물상이 가까운 곳에 있다.


백운동에서 59번 국도를 따라 해인사 방면으로 10여 분쯤 달리면 남산제일봉이 나타난다. 홍류동계곡을 사이에 두고 가야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이다. 남산제일봉 정상에 올라 북동쪽을 내려다보면 바위 능선이 펼쳐진다.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바위와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선사한다. 등산인들이 남산제일봉을 유달리 좋아하는 이유도 청량사로 내려가는 등산로에 있는 이 암릉 때문이다. 스님들이 청량사 뒤편에 있는 산을 천불산(千佛山)이라고 부르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곳의 암릉을 백운동 만물상의 아우로 일컬어도 무방할 것 같다. 그 높이도 백운동 만물상이 조금 더 높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 백운동 만물상, 남산제일봉 암릉 구간, 그리고 남동쪽으로 더 내려간 곳에 있는 합천 황매산 모산재를 합쳐 만물상 3형제로 묶어볼 만하다. 모산재 역시 그 '형님들'인 백운동 만물상, 남산제일봉 암릉 구간처럼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라 부를만한 명소다.


뛰어난 암릉미를 선사하는 가야산 만물상. 그러나 지금은 갈 수 없는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자연보호 등을 이유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만물상 등산로에 대해 입산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청량사~남산제일봉에 이르는 등산로도 해인사에서 철사줄로 막아 놓아 등산이 불가능하다. 모산재만 온전하게 등산로가 열려 있는 셈. 하루빨리 막힌 등산로들이 개방돼 많은 사람들이 만물상 3형제를 서로 비교해가며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은 물론 세상의 시름을 잠시나마 덜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글. 이대현 기자 sky@msnet.co.kr 박용우 기자 ywpark@msnet.co.kr

사진. 박노익 기자 noik@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