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물(2)

상생의 땅 가야산 ②하늘에서 본 가야산

碧 珍(日德 靑竹) 2008. 12. 8. 17:58

상생의 땅 가야산 ②하늘에서 본 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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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투- 투- 투-." 대구 동구 K2 안에 있는 경북도소방항공대(대장 김창한) 소속 AS365N3 헬리콥터가 굉음을 내며 파란 하늘로 솟아 오른다. '도핀'이란 애칭을 가진 헬리콥터는 대구를 감싸며 흐르는 금호강을 굽어보면서 가야산으로 향한다.

가까운 산!


시속 200km의 빠른 속도로 달린지 15분 만에 영산(靈山) 가야산이 눈앞에 나타난다. 승용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헬리콥터는 한달음에 달려온 것. 대구 사람들에게 가야산은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헬리콥터를 타고 달려간 가야산은 지척(咫尺·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며칠 만에 보는 화창한 날씨여서 가야산의 아름다운 모습이 손에 잡힐 것처럼 선명하게 다가온다.


가야산 동쪽 백운동 위를 나르던 헬리콥터가 곧장 가야산 정상인 칠불봉(七佛峰·1,433m)으로 기수를 돌린다. 날카로운 바위들이 하늘 향해 쭉쭉 솟은 칠불봉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힘겹게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이 헬리콥터를 향해 손짓하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칠불봉에서 남서쪽으로 250m가량 떨어진 우두봉(牛頭峰)에서는 강인한 힘이 느껴진다. 이름 그대로 소의 머리를 닮았다.


조선 숙종 때 지리학자인 이중환(李重煥)은 '택리지(擇里志)'에서 가야산을 석화성(石火星)의 절정이라 일컬었다. 날카로운 바위들이 늘어선 정상부의 모양새가 흡사 불꽃이 공중으로 솟는 듯하다고 해서 석화성이라 했다. 뾰족한 바위를 불꽃으로 표현한 것이 시인의 상상력에 버금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만물상.


헬리콥터에서 우두봉을 내려다보며 이중섭의 작품 '흰소'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가 그린 흰소에서 우리는 우직스런 인내와 강인함을 실감할 수 있다. '소의 머리'란 이름을 가진 우두봉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인간의 작품인 '흰소', 자연의 작품인 '우두봉'은 끈기와 강인함을 지닌 우리 민족을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고 있는 것이다. 소는 가축을 넘어 한민족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한 상징적 존재 가운데 하나다. 그렇기에 가야산 우두봉에 이중섭의 '흰소'가 오버랩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잠시 상념에 잠긴 사이 헬리콥터는 가야산 절경의 백미로 손꼽히는 만물상 위를 선회하고 있다. 만물상의 남서쪽인 상아덤과 동북쪽인 백운대에서 보는 모습과는 또 다른 맛을 안겨준다. 저마다 특색있는 모양을 지닌 바위들과 녹음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한데 어울려 자연의 교향악을 선보인다.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땅에서 본 만물상이 단아한 여성의 모습이라면 하늘에서 내려다본 만물상은 화려하게 치장한 여성의 모습이랄까? 봉오리를 터뜨리는 꽃처럼 만물상은 시선을 주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만물상의 아름다움은 독주(獨奏)가 아닌 삼중주(三重奏)여서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백운동 상공에서 가야산 정상인 칠불봉을 봤을 때 가운데 자리잡은 만물상, 왼쪽의 상아덤~돈봉 능선, 오른쪽의 동성봉~바래봉 능선이 한데 어울려 아름다움의 파노라마를 한꺼번에 펼쳐내는 것이다. 하나가 아닌 둘, 나아가 셋이 어울리고 화합했을 때 더욱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는 진리를 만물상과 그 주변 봉우리들은 침묵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천변만화하는 산!


남서쪽으로 기수를 돌리자 해인사와 홍제암이 손에 잡힐듯 다가온다. 녹음에 둘러싸인 사찰과 암자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평화롭다. 하안거에 들어가 수행에 몰두하고 있을 스님들의 모습이 머리에 그려진다. 해인사를 지난 헬리콥터는 어느새 남산제일봉을 선회하고 있다. 뾰족하게 솟은 바위들과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놓인 철계단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북으로 기수를 돌린 헬리콥터는 정상인 칠불봉을 넘어 가야산 북쪽 가천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가야산은 백운동과는 또 다른 멋을 안겨준다. 백운동 일대가 바위와 숲이 펼쳐내는 강인한 아름다움이라면 북쪽은 계곡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미를 갖고 있다. 40여 분간의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김성중 기장은 "하늘에서 본 가야산은 대한민국 다른 어느 산보다 아름답다."며 감탄했다. 그의 말에 100% 공감한, 가야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한 잊을 수 없는 하늘여행 길이었다.


글   이대현 기자 sky@msnet.co.kr

     박용우 기자 ywpark@msnet.co.kr


사진·박노익 기자 noik@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