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사상

[스크랩] 봄이 다 가는데.

碧 珍(日德 靑竹) 2012. 4. 6. 22:17

 

 

봄이 다 가는데.

 

 

 

일년 사계절 철마다 기후가 풍경이 다르지만 삭막하고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사한 봄이 오는 것은, 계절의 변화는 천지자연 큰 섭리 가운데 한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봄 내음이 바람에 실려 오고 따스한 햇볕에 새 울음소리 들리고 들녘에 파릇파릇 풀잎이 돋으면 봄은 벌써 우리에게 와 있다.

 

늦겨울 잔설 속에 피는 설매화가 봄의 화신으로 봄 오는 소식을 전하므로, 이른 봄이 태동되어 따사한 기운이 산야를 적시는 봄날이 되면 월동초가 유채꽃으로 피고, 떡배추(봄동), 포항 칠포 해안 언저리 밭에서 자라는 시금치인 포항초 등도 얼굴을 내어 밀면 봄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그러면 우리는 버들강아지, 동백, 매화, 산수유에서 초봄의 진미를 맛보게 되고, 매년 1월 초가 되면 수선화와 복수초가 경쟁 하듯이 꽃망울을 터뜨리면 일월 초에 수선화가 먼저 피어나고 향기가 북상하고, 복수초는 2월 중순이면 남으로부터 북상하는 화신의 전령사로 다가오면 산과 들에도 우리의 가슴에도 봄이 아지랑이 되어 피어난다.

 

우리 남녁에는 봄을 알리는 매화 사색길로 유명한 서귀포 대정읍 추사 유배 길에 제주도 만생종 유채꽃이 3월 하순에 피기 시작하면, 그제야 전국 방방곳곳에 다발적으로 봄꽃들이 활화산처럼 붉게 노랗게 봄으로 피어난다.

 

우리가 말하는 봄꽃은 매화 동백 산수유 진달래는 3월과 4월을 잇는 가교역을 하는 3월 꽃이고, 진해와 화개장터에서 섬진강 따라 쌍계사 가는 길에 피는 쌍계사십리 벚꽃과 경주 보문호반길에 매화를 닮은 벚꽃이 전국에 피면 4월이 되었다는 것이며, 5월이 되면 대구 인근의 칠곡 신동재 아까시아 꽃이 만발하고 꿀벌들이 모여들고, 진달래라고 불리는 참꽃이 달성군 비슬산 대견사지에 장관을 이루고, 이어 청송 주왕산의 수달래 피우고 영주 소백산 철쭉이 경상도 봄날의 finale를 장식하게 한다.

 

 

어느듯 봄날이 가면서 철쭉이 피고 작약이 개화하면서 밥곷이 피면 여름이 오는데, 전남 구레 쌍용면 산수유마을 번곡마을은 멀리 지리산 설산을 뒤 배경으로 장관을 이루고, 의성 사곡면 화전리 산수유마을에도 개나리와 비슷하면서도 자태가 더욱 돋보이는 산수유가 만발할 때면 우리 농촌 농부들은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게 되는 계절이 된다.

 

옛 선비들은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매화를 직접 찾아 완상하거나 매화 그림을 그리고 매화에 관한 시를 지으면서 봄을 구가 하였는데, 퇴계 이황 선생도 매화를 너무 사랑하여 매화에 관한시를 많이 남기시었는데 미처 꽃을 피우진 않았지만 매화를 보며 시를 쓰시었다던 퇴계 선생님의 '陶山月夜詠梅(도산월야영매. 달밤에 매화를 읊다)'을 적어 봅니다.

 

      獨徛山窓夜色寒(독기산창야색한)

                                                                   창에 기대서니 밤기운 차가워라

      梅梢月上正團團(매초월상정단단)

                                  매화 핀 가지 끝에 달 올라 둥글 구나

      不須更喚微風至(불수경환미풍지)

                                  봄바람 청해 무엇 하랴

      自有淸香滿院間(자유청향만원간)

                                  절로 가득할 손 청향일세!

 

근래 들어 봄을 시샘하듯이 몇몇 날을 비가 나리고 거센 봄바람이 불어 봄 꽃잎들이 휘날리고 난분분하여 봄이 다 가버리는 게 아닌가 하다 보니, 다음 주부터는 살고 있는 대구로부터 전국 곳곳으로 봄의 전령인 벚꽃이 북상함에 따라, 전국으로 벚꽃 길이 열리게 되면 온 나라가 봄꽃으로 출렁이는 꽃물결로 뒤 덮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우리 모두 활짝 가슴을 열고 봄사랑 꽃사랑을 맞이하여야 하겠다.

 

 

                                    

 

 

 

 

 

출처 : 벽진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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