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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단 하루라도 酒仙으로 살았으면.

碧 珍(日德 靑竹) 2011. 6. 13. 16:47

단 하루라도 酒仙으로 살았으면.

 

누워 생각하는 이태백

 

인생노정(人生路程)에서 마지막 生을 생각하며 지나온 삶을 되새겨보면, 사람과 술(酒)은 불가분 관계를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이 된다. 20대 학창시절은 주머니사정이 학생 신분이라 이따금씩 친구들과 어울려 막걸리 집에서 소금이나 푸성귀 나물을 안주 삼아 왕대포나 막걸리에 소주를 썩어 마신 기억이 남아 있고,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던 30대 초반부터는 여러모로 술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내 삶에서 술과 더욱 가까이 하는 관계를 가지게 되는 시기 이였다.

 

돌이켜 보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막걸리 소주 맥주 양주 배갈(고량주) 정종 등을, 가리지 않고 호기를 부리며 마시게 되었는데 좋아하는 술은 정종과 소주 이였고 특히 정종을 즐겨 마시었다. 아무턴 태어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건강을 타고 났는지, 지나온 날들 술에 잘 적응하고 술을 많이 마셔도 잘 취하지 않고 다음날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없었기에 주위의 친구나 직장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하였었다.

 

살다가 보니 술을 먹는 날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많아졌고 먹는 량도 늘어나기 시작하였는데도, 술에 취하거나 취하여 남과 타투거나 행패를 부린 일을 기억 상으로는 없었고 酒母들로부터 사랑과 늘 호감을 샀다고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친구나 선후배나 직장 동료 등 누구나 막론하고 술좌석에서 싸우거나 술의 힘을 빌려서 헛소리나 하거나 술맛을 달아나게 하는 사람과, 다음날 일어나지 못하거나 직장에 출근을 못하는, 즉 술로 인하여 문제를 야기하는 누구와도 다시 술을 먹지 않는 것을‘飮酒 哲學’으로 하고 살아 왔었는데 잘한 생각이고 행동이라고 지금도 여기고 있다.

 

어느 글에서 보았는데, 밤을 새워 술을 마셔도 주정을 하거나 자세가 흐트러짐이 없기로 유명한 東卓 趙芝薰님은, 일찍이‘주도유단(酒道有段)’이란 수필에서 酒道에도 단이 있다고 하였는데, 동탁 선생님은 주도의 단을 바둑에 비유하여 9급에서부터 1급까지와 1단에서 9단까지 18단계로 구분하셨다는데 너무 복잡하게 구분 신 것 아닌가 감히 생각 든다.

 

그러기에 술을 마시는 사람의 자세와 행태에 따라 구분하는 말들이 있기에 감히 적어 보고자 한다.

 

술을 대함에 술을 좋아하며 마실 줄은 아나 자기 돈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고 남이 술을 사줄 때만 술을 마시는 사람을 주객(酒客)이라고 하는데, 술을 마셔도 자기 돈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기에 몇 차래는 술자리에 부르기는 하나, 자주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객은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나, 개중에는 넉살이 좋아 술판을 찾아다니는 주객도 많으며, 돈이 없어서 술값을 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의 酒客은 천성이 스스로 술값을 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인데, 그러기에 입만 가지고 다니는 꼴이라 酒黨이 볼 때는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다 하겠다.

 

이른바 사회에서 말하는 진정한 술꾼으로 술을 마시기는 하지만 자기반성에 투철한 사람을 주당(酒黨)이라 하는데, 주당들의 특징은 어제 저녁에 마신 술이 오전이 되면 어지간히 깨고, 오후 해거름 하여 지든가 퇴근 한 두 시간 전이 되면 누구와 술을 마실까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술 마실 선약이 없으면 퇴근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불안을 느끼기도 하지만, 퇴근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마련되는 능력을 지니고 있고, 주당은 술을 마셨다고 가족을 괴롭게 하거나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으며 그들 주당은 술을 마셔도 신사도(紳士道)를 발휘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이 술을 마신 경험이 있으나 술을 더 이상 마셔서는 안 되겠다는 사람과 체질상 맞지 않아서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을 주졸(酒卒)이라 하는데, 주졸들은 酒道를 논할 자격도 없는 사람으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은 그런 주졸 부류의 사람을 술과는 무관한 사람이기에 주졸이라고 생각하고 과외로 취급하는 것이다.

 

또한 술이 체질에도 맞기도 하고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사람들과 두루 어울리면서 술도 인생도 배우고 사람과도 사귀려는 사람을 주학(酒學)이라 하는데, 그러기에 술의 선배들은 술에 후배들을 잘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것은 올바른 음주문화(飮酒文化)를 정착시킬 수 있고 술꾼들이 사회로부터 욕을 얻어먹지 않기 위하여서다, 그래서 술을 배우려면 어른들보다는 酒道의 경지에 든 어른들을 찾아서 술값을 지불하면서 술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렇게 배운다면 신뢰 받는 사람이 될 것이며 좋은 家長이 될 것이다.

 

한편 술의 의미와 맛을 음미하기 위하여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고는 스스로 미쳐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우리 주광(酒狂)이라 하는데, 주광은 자기 돈으로 술을 사먹기도 하지만 주로 술을 사주기를 강요하거나 바라는 사람으로, 특징은 폭음 폭언 폭행과 색(色)을 과도하게 밝히기도 하고 酒道를 아는 사람의 충고도 듣지 않기에, 주광은 자신의 心身을 상하게 하고 가족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때로는 학대를 하고, 주위 사람들과 사우기도 하기에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은 방책이다.

 

그리고 술을 마시는데도 法道가 있듯이 그 술 먹는 법을 지키며 술을 마시는 사람으로, 술을 아무리 마셔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고 주정을 부릴 줄 모르고 욕설을 하지도 않고 남과 시비도 하지 않으며, 남을 위로도 격려할 줄도 알고 분위기를 아는 사람을 주법(酒法)이라 하는데, 그러기에 술값을 내어야 하는 것도 술값을 내어야 하는 지도 알고, 때로는 자기가 먼저 내기도 하며 아까워하지도 않으며, 술을 마시는 분위기를 즐기며 그리고 분위기를 만들 줄도 아는 사람으로 가족과는 화목하기에, 酒卒과 酒狂은 이런 분들을 만나 술을 배운다면 제대로 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술을 적게 마시는 사람은 제외 하고 술에 대하여 주량이 많다는 것을 전제로 한 호걸남아(豪傑男兒)를 주호(酒豪)라 하는데, 주호의 특징은 호탕(豪宕)하나 혼자서는 자리를 주도 하지 않으며, 필요한 이야기만 하되 술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싫은 소리를 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좋은 소리를 들어도 담담한 표정이다, 그래서 술에 약한 사람은 불편하지만 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주호를 만나면 쉽게 주호의 경지에 오르도록 묘한 마력을 지닌 사람이며 술값을 먼저 내는데 망설이지 않는다.

 

우리가 이따금 자주 듣는 주선(酒仙)으로, 仙界에서 仙神의 멋을 풍기며 술을 마실 수 있어야 붙을 수 있는 것으로, 당나라 詩人인 李白의 음주를 평가하는 말이다. 즉 술 한 잔에 詩 한 수를 짓는다는 李太白의 경지를 어찌 소인이 알 수 있으며, 酒仙의 특징은 詩를 쓸 수 있고 神仙처럼 술을 마실 수 있어야 하겠지만 詩를 슬 수 있다고 어찌 모두가 神仙이 되겠으며, 요즈음 세상에 神仙처럼 술을 마시는 詩人을 찾을 수 없으며, 그러기에 酒仙이 되려면 최소한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詩와 술(酒)과 풍류(風流)를 할 수 있는 사람이면 酒仙의 반열에 들어 살 수가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 시대에 酒聖은 있어도 酒仙은 찿을 길 없으니 못내 아쉬움이 더하여 간다.

 

그리고 酒聖은 말 그대로 酒聖이기에 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聖人을 모독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위에 있는 酒聖?을 생각하며 함부로 酒聖을 논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하니 45년 이상을 지극정성으로 술을 마셔 왔으면서도 술 때문에 큰 실수나 오명을 남기지 않았으니 다행스럽고, 그리고 술을 마실 수 있어 幸福하였으며 술이 있었기에 存在할 수 있었다는 것은 幸運이나, 술을 마시고도 술에 대한 술 철학, 즉 飮酒 哲學이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술에 대하여 알지도 못하며 되는대로 쓰다 보니 술 생각이 간절한데, 세상에 있는 술을 다 마셔버리면 나도 酒仙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과연 옳은 생각일까. 酒仙이 될 수는 없지만 꿈속에서 하루만이라도 酒仙의 경지에 머물러 한 잔의 술을 마시고 글을 쓰고 싶다.

 

                                                                                           

 

 

 

 

출처 : 碧珍(벽진)
글쓴이 : 碧珍(日德. 靑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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