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사상

[스크랩] 봄은 오는데.

碧 珍(日德 靑竹) 2011. 3. 17. 16:35

 

 

 

      봄은 오는데.

 

 

 

건듯 부는 바람소리에 이른 잠을 깨니 봄이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다.

 

유장(悠長)한 세월의 흐름을 두고 보면 별로 변하는 것이 없을 것 같지만, 우리 삶의 주변을 둘러보면 시시각각 변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러기에 변화에 잘 대응하면서 그 속에서 변하지 않은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삶의 의미인 것이다.

 

계절의 변화는 천지자연의 큰 섭리 가운데 한 현상에 지나지 않으나, 그 능력은 인간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큰 변화의 힘을 가지고 있다. 봄이 가면 또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온다, 그리고 그 겨울이 지나고 나면 또 봄이 오는데, 사람이 어찌 봄 한철만을 사는 미물이겠는가 한다.

 

봄이 오면 우리 금수강산에 매화꽃 피고 온 산하에 붉게 진달래 아름답게 피어 그지없이 봄을 만끽할 수 있는데, 이웃 일본도 이만 때 즘이면 매화가 지면서 벚꽃이의 꽃망울이 피어나기 직전이건만, 올봄은 도후꾸(동북)지방을 휩쓸고 대지진 참사로 일본의 봄은 오다가 멈추어 서버려 언제쯤 봄소식이 오려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해마다 나무가 추운 겨울을 지나면서 나이테를 하나씩 더 하여 가듯이, 우리 사람도 인고 삶을 살았기에 겨울을 보내고 새봄을 맞으며 한층 더 성숙 하게 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남쪽에서 따사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봄 매화가 산수유가 개화를 하고, 또 매화가 질 때쯤이 되면 버드나무가지에 새순이 돋아나는 봄을 맞이하게 된다.

 

봄을 맞이하면 작은 연목에 봄물이 유독하게 푸르러지고 제비가 강남으로부터 우리네 집집 처마 밑까지 봄을 날러다 준다, 그러면 설레는 마음과 근원을 알지 못하는 외로움을 어쩌지 못하고,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어가는 인생살이 역시 봄의 가슴앓이로 깊어지는 것이다.

 

바람결에 실려 오는 따스한 햇볕, 명랑한 새 울음소리 그리고 들녘에 파릇파릇 풀잎이 돋으면, 봄은 벌써 우리 주위에 이미 와있다고 한 鄭夢周 선생이 봄을 맞으며 읊은,

 

   春雨細不滴(춘우세부적), /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

   夜中微有聲(야중미유성), / 밤중에 가늘게 소리 들리네

   雪盡南溪漲(설진남계장), / 눈 녹자 남쪽 시내물이 붇고

   草芽多少生(초아다소생). / 파릇파릇 들녘에 풀잎 돋았네.

 

라고 노래한‘봄의 흥겨움(春興)’이 생각난다.

 

그렇게도 추웠던 지난겨울을 뒤로 하고 남쪽 들녘에서는 매화가 피고 붉은 동백이 피었다는 소식은 들리고, 뚜벅뚜벅 봄이 다가오는 소리가 이제는 우리 뒤를 바싹 따라 오고 있다. 그러면 초록 새싹들로 온 산하를 푸르게 덮을 것이고 앞 다투어 복숭아꽃 살구꽃 배꽃 진달래 벚꽃이 피어 날 것이며, 그리고 우리의 보릿고개의 애환을 담은 들 찔레꽃이 피어 가슴 아파던 기억을 되살려 줄 것이다.

 

어느 사이에 산골짜기 마다 지난 겨우내 얼었던 개울물이 소리를 내고, 들과 산에는 온갖 생명들이 흙을 쳐들고 새싹이 고개를 내어밀며 일어 날 것이기에, 아무리 꽃샘추위가 춥다고 시샘을 하여도 봄은 우리를 품어 앉아 줄 것이다. 이제 툭툭 털고 일어나 우리의 가슴을 활짝 열고 봄을 맞으려 우리의 산하로 봄맞이 나가야 하겠다.

 

 

 

                                                                                

                                                                                 찔레꽃 - 이연실

 

 

출처 : 碧珍(벽진)
글쓴이 : 碧珍(日德. 靑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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