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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봉 김성일(1538~93)의 불천위 제사를 보기 위해 지난달 11일 학봉종택(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을 찾았다. 이날 오후 5시30분, 앞으로는 내가 흐르는 들판이 펼쳐지고 뒤에는 소나무가 무성한 야산 아래에 자리잡은 학봉종택에 들어섰다. 여러 어른들이 앉아 있는 사랑채 마루에 올라 종손(김종길)과 인사를 나눈 뒤 김치와 전, 떡을 안주로 삼아 막걸리를 마시며 불천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미 와 있는 이들을 위해 6시30분쯤 안채에서 국수를 삶아 저녁으로 내놓았고, 식사 후 시간이 흐르면서 종택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졌다. 밤 9시30분쯤 불천위 제사의 실질적인 시작이라는 분정(分定: 소임 정하는 일)이 시작됐다. 종손을 비롯한 주요 일가 어른들이 사랑채 방에 모여앉아 붓글씨로 집사(執事)를 맡은 제관 이름을 차례대로 써 나갔다. 규격에 맞춰 쓴 뒤 초헌(初獻), 아헌(亞獻), 종헌(終獻), 진설(陳設), 축(祝), 홀(笏), 봉향(奉香), 봉로(奉爐), 봉촉(奉燭), 봉잔(奉盞) 등의 소임을 적어놓은 판에 붙였다. 밤 10시10분쯤 현재 후손 중 가문을 빛낸 인물을 불천위 조상께 고하는 고유식이 시작됐다. 학봉종가만의 의식이다. 고유할 대상 인물은 선출직 공무원 당선자, 일정 직위 이상의 공직자, 사법시험 등 주요 국가고시 합격자 등이다. 이날 고유한 후손은 4명이었다. 후손들 모두 사당으로 가서 사당 안팎에 자리잡고 식을 진행했다. 사당 안 불천위 위패 앞에 간단한 음식상을 차리고 훈장증 등을 함께 올린 뒤, 절차에 따라 예를 올렸다. 이 고유식이 끝난 뒤 간단히 차려진 음식과 막걸리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12시30분쯤 되자, 제관들이 제상이 차려진 안채로 모여 마루와 마당에 자리잡으면서 제사가 시작됐다. 제사에 참석한 남자 제관은 50여명. 제사는 정침 동쪽 뒤편에 있는 사당으로 가서 신주를 모셔오는 출주(出主)로 시작됐다. 종손과 집사자 몇 명이 사당으로 가서 출주를 고한 뒤, 촛불을 앞세우고 향로와 신주를 모시고 제청으로 와서 교의(交椅: 제사 때 신주를 모시는 높은 의자)에 봉안했다. 그리고 제상 아래 준비해둔, 익히지 않은 고기를 쌓은 도적(都炙)과 떡을 마지막으로 제상 위에 올린 뒤 제례를 시작했다. 종손의 초헌 후 아헌을 종부가 하고, 종헌은 학봉 후손과 학봉의 후학인 경당 종가의 종손이 올렸다. 절차를 모두 끝내고 신주를 다시 사당으로 모시면서 제사는 마무리됐다. 오전 1시10분쯤 제사가 끝났다. 그리고 부인들이 대청과 주방에서 숙련된 손놀림으로 차려낸 음식(비빔밥 등)으로 1시30분쯤 방과 마루, 마당에서 음복이 시작됐다.
글·사진=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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