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사상

책의 향기(9). 동의보감과 허준.

碧 珍(日德 靑竹) 2010. 3. 9. 10:40

    책의 향기(9).

     

    동의보감과 허준.

     

     

     

     

    구암 허준(龜巖 許浚·1539~1615)의 본관은 양천이며, 전라도 장성이 고향으로, 어린 시절 호남지방의 유학자들과 교류를 하였으며, 이런 인연으로 1569년 30세 나이에 내의원에 천거됐다.

     

    허준은 내의원에서 계속 근무하던 중, 1592년 53세 되던 해 임진왜란이 일어나 선조를 의주까지 호종했으며, 이후 내의원 수의(首醫)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의서 편찬에 참여했다.

     

    1608년 선조가 죽자 의주로 귀양 갔다가, 1609년 풀려나 이듬해인 1610년 71세의 나이로“동의보감(東醫寶鑑)”25권을 완성했으며,“동의보감”은 모두 다섯 편으로,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 탕액편. 침구편으로 나뉜다.

     

    ‘동의보감’을 완성하여 발간되자 조선 의학이 중국에 대등하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허준은 가지게 되었으며, 중국과 다른“東醫”의 독창성. 독자성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고려 말부터 내려온 향약(鄕藥)사용의 전통을 계승한데다, 허준의 철저한 경험과 과학적 연구의 결정판인 약물학은‘동의보감’의 독자성을 담보하는 원천이 되었으며,

     

    이뿐만 아니라, 허준은 실증의 자연학을 넘어 조선 성리학의 이념적 지향에 부합하는 의철학(醫哲學)을 완성하여, 道德이야말로 제일 자연스러운 삶의 조건임을 실질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허준은 인간을 소우주(小宇宙)로 규정함으로써 자연의 질서를 인간사회의 원리, 즉 도덕의 근거로 삼는데‘동의보감’이 크게 이바지 하였다.

     

    “사람은 우주에서 가장 지체가 높고 귀한 존재다.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고, 발이 네모난 것은 땅을 본받은 것이다.

     

    하늘에 사시(四時)가 있으니 사람에게는 사지(四肢)가 있고, 하늘에 오행(五行)이 있으니 사람에게는 오장(五臟)이 있다. 그리고 하늘에 육극(六極)이 있으니 사람에게 육부(六腑)가 있다.”(신형장부론)

     

    ‘자연을 닮은 인간’은 당연히‘자연의 원리’를 따르지 않을 수 없으며, 춘하추동의 순리, 밤낮의 질서가 자연스러워 당연하듯이 지켜야 할 도덕률 또한 너무나 당연하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륜(人倫)의 근거를 자연의 원리에서 수립할 수 있게 한‘동의보감’이야말로 人倫의 養生學 이었다,

     

    자연스러운 삶이 곧 人間의 마땅한 道理요, 人倫의 마땅함을 지키는 일은 건강의 지름길이 되었던 것이다.

     

    ‘동의보감’이 의사와 성리학자들의 공동 작업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으며, 성리학자들은 부당한 삶이란 인륜에 어긋나는 일이며 양생에도 적합하지 않으므로, 자연스럽게 사는 일이야말로 가장 건강한 삶의 기초이자 도덕적 삶의 본질이라고 여겼다.

     

    그러므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은 하나는 人倫을 지키는 것이요, 또 하나는 修養을 통한 절제이다.

     

    ‘동의보감’의 養生이란 자연에서 기원한 당연의 도덕률을 몸에 내면화하는 신체를 다스리는 정치학이었다.

     

    ‘동의보감’을 통하여 醫學은 인정(仁政)의 통치술이 되었고, 儒敎는 과학의 근거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성리학적 이데올로기의 과학이라고만‘동의보감’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 조선의 향약(鄕藥) 전통과 허준의 실증과학이 합하여 창출한 약물학(藥物學)이야말로‘동의보감’이 또 하나의 중요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은 출간과 함께 이웃 일본과 중국에 수출되어 그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조선후기 의학 발달의 모태(母胎)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특히 일본에서는 藥物學을 다룬 탕액편(湯液篇)만 따로 독립시켜 간행한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동의보감’은 16세기 후반 조선사회가 성취한 의학수준을 보여주는 醫書인 동시에, 당시 성리학의 완숙과 함께 실증학문이 대두하였음을 드러내는 역사의 증거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東醫寶鑑”은, 우리에게“최고의 건강법은 人倫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서양 의학을 이야기할 때‘히포크라테스’를 빼놓을 수 없듯이, 우리의 의학인 韓醫學에서‘許俊’이란 이름과‘東醫寶鑑’이란 醫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소설과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神話가 되어 버린 許俊의 역사적 실체와, 그의 저서, 東醫寶鑑은 조선시대의 대표적 醫學書이며, 지금까지 도 그 가치를 잃지 않은 불후의 韓醫學 經典인 것이다.

    碧 珍.

     

     

    참고의 글; 이은성님“소설 동의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