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봄꽃 내음 맡으려 봄나들이 가보자.

碧 珍(日德 靑竹) 2022. 4. 20. 07:32

 

 

봄꽃 내음 맡으려 봄나들이 가보자.       



이를 새벽녘 창을 여니 소리 없이 봄이 살포시 와 있다, 어수선한 세월이 우리 사회가 대내외적으로 이 저 사건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다보니, 계절을 느끼는 우리의 마음마저 무감각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게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다. 우리 다소 춥다고 느껴 지드래도 훌훌 털고 밖으로 나가보자, 양지바른 들길 산길에는 푸름이 비치고 해ㅅ볕드는 모퉁이를 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봄이 생명들을 잉태하고 있다.

3월이 들면서 코끝에 봄의 내음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듯 말듯 하드니 4월을 몇 날 앞두고부터, 봄의 내음이 짙어지면서 엄동설한을 이겨낸 바람꽃. 복수초(福壽草)가 생명이 싹을 틔우며 앙증맞은 모습을 드러내면, 뒤이어 山河에 梅花와 산수유(山茱萸)가 세상을 향기롭고 하고 개나리 冬柏 진달래 벚꽃과 木蓮이 우리 주위를 오색 수(繡)를 놓고, 철쭉과 목단(牧丹), 작약(芍藥)이 피어 날 때인 淸明. 곡우(穀雨)가 되면 농부들은 논밭을 갈고 채소 씨를 뿌린다.

이맘때가 되면 봄철 꽃내음을 맡으려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나들이를 다투어 간다, 사람들은 꽃을 통하여 사라져간 즐거웠던 어려웠던 지난날의 젊은 그 때와 추억을 희미하나만 되돌아보게 되며, 더불어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그리며 봄꽃과 내음을 통하여 자아(自我)를 발견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을 설계를 한다.

오늘 아침 TV를 보노라면 전국 산과 들 곳곳 梅花. 벚꽃 등 봄꽃과 상춘객 이야기로 넘치고 있다, 이를 때는 마음이 통하는 이와 함께 잠시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봄의 정취를 느끼며 자연에서 즐거움이랄까 행복을 찾아 삶의 희로애락을 누리는 것 또한 좋은 일이다. 그러다보니 마음은 이미 봄꽃 내음 맡으려 달려가고 있다.

엄동설한 지나 이른 봄에 걸쳐 하얗고 붉은 꽃잎을 터뜨리며 맑고 그윽한 향기 암향(暗香)을 퍼뜨리는 존재로, 새해가 밝아오면 어떤 설렘으로 기다려지는 꽃이‘매화(梅花)’라고들 한다, 梅花는 고목에 한두 송이 피어있는 고매(古梅)와 음지에는 청아한 녹색 몽우리를 품고 있는 녹악매(綠萼梅)등이 있는데, 모든 매화는 아름답지만 법당 앞마당에 오래된 홍매화(紅梅花)가 만발한 풍경은 거의 환상적으로 고결하고 아름다웁다.

근래 들어 봄은 여성들의 얼굴과 의상에서 먼저 온다고 하지만 梅花가 피면 우리 봄이 왔다고들 하는데, 봄꽃이 피는 순서를‘춘서(春序)’라고 하는데 梅花가 그 으뜸이다. 梅花는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부터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여 3월 말이면 우리지역에까지 꽃 소식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하는데, 겨울에 핀다고 冬梅, 봄이 온 것을 제일 먼저 알린다고 춘고초(春告草), 눈 속에서 핀다고 설중매(雪中梅). 고운 자태와 맑은 향기를 높이 사서‘玉梅’등으로, 봄에 피는 매화인 古友, 섣달에 피는 매화인 납월매(臘月梅)등의 이름도 있듯이 별명이 많은 꽃이다.

梅花는 모진 겨울 추위를 이기고 홀로 꽃을 피운다 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 정신의 표상으로 삼았다. 그래서 옛날 선비들은 사랑방 앞에는 梅花 화단이 배치되고, 뒷마당에는 대나무(竹)와 소나무(松)를 심었기에 이 셋을 선비의 겨울 친구로 생각하여‘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왔었다.

전하여 오는 문헌을 보면 퇴계 이황(退溪 李滉)선생은 梅花를 끔적하게도 사랑하였기에 梅花를 노래한 詩가 1백수가 넘는다. 이렇게 놀랄 만큼 큰 집념으로 梅花를 사랑한데는 이유가 있다. 그가 단양군수 시절에 만났던 관기 두향(杜香)이 때문이었다. 퇴계 선생이 경상도 풍기 군수로 옮겨가야 하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깊은 사랑은 겨우 9개월 만에 끝나게 되었다.

퇴계선생과 두향이 이별을 앞둔 마지막 날 밤 두향은,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 때,
   어느 듯 술 다 하고 님 마져 가는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라고 詩 한 수를 남겼다. 이날 밤 두 사람의 이별은 1570년 퇴계 선생이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1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하였듯이 너무나 긴 이별로 이어졌다.

퇴계 선생이 단양을 떠날 때 그의 짐 속엔 두향이가 준 수석 2개와 梅花 화분 하나가 있었는데, 이때부터 퇴계 선생은 평생을 이 梅花를 가까이 두고 사랑을 쏟았다. 이는 퇴계 선생이 두향을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梅花를 두향을 보듯 애지중지하였다고 한다. 퇴계 선생께서는 梅花에 대한 사랑이 남달리 유별나‘내 평생 즐겨함이 많지만 매화를 혹독하리 만큼 사랑 한다’고‘매화시첩(梅花詩帖)’에 적고, 퇴계는 생전에 梅花를 梅兄이라고 부르며 무척 아꼈다고 한다. 

조선 중기 유학자로 退溪 李滉선생과 더불어 嶺南 士林의 지도자적인 역할을 하신 남명 조식(南冥 曹植)선생도 梅花를 무척 사랑하여,

 ‘歲晩見渠難獨立(세만견거난독립)/ 늘그막 한 나이에 홀로 서기도 어려운데,
   雪侵殘夜到天明(설침잔야도천명)/ 눈 내린 남은 밤을 하얗게 세웠구나,
   儒家久是孤寒甚(유가구시고한심)/ 선비 집 가난이야 오래된 일이지만,
   更爾歸來更得淸(갱이귀래갱득청)/ 네 다시 와 어서 다시 맑음 얻었네라.’

라고‘설매(雪梅)’를 노래하였다. 지금도 말년을 보낸 경남 산청군 소재 산천재(山川齋) 앞에는 南冥이 손수 심었다는‘南冥梅’라는 古梅 한 그루가 서 있는 선생께서 이 梅畵를 무척이나 아꼈다고 전하고 있다.

봄의 메신저 梅花를 선두로 섬진강가의 매화마을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며 봄이 절정을 향하여 치달을 쯤 되면 뒤따라 쌍계사 십리길 벚꽃 또한 우리 즐겁게 한다,

벚꽃 물결은 따뜻한 남쪽에서부터 올라오는데 제주 전농로 제주 왕벚꽃 축제도 볼만하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벚꽃을 볼 수 있는 濟州道에는 해마다 봄이면 제주 자생종인 왕벚꽃이 만발하는데, 벚꽃 중에서도 꽃잎이 크고 아름다운 왕벚꽃은 2~3일사이에 확 피어나 화사하고 탐스러운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지대가 높은 한라산중턱의 산간도로에는 4월둘째 주까지도 벚꽃이 핀다고 한다.

그가 사는 大邱 달서구 두류동 이월드 83타워 주변에 활짝 핀 벚꽃이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지난 23일 전국에서 가장 빠른 벚꽃축제이자 국내 최대 야간 벚꽃축제인‘이월드 별빛벚꽃축제’인데 여의도 윤중로 보다 3배 많은 벚꽃나무들이 두류산 12만 평의 축제장을 가득 메우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또한 천년고도의 경북 慶州시에서도 경주벚꽃축제를 대릉원, 첨성대 등에 꽃으로 수놓인 경주의 대표 사적지의 밤을 거닐어보는‘벚꽃 야행’은 오직 경주만의 정취와 황홀한 벚꽃 풍경을 감상할 수가 있다. 특히 벚꽃 하면 鎭海, 진해하면 벚꽃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대표 벚꽃 군락지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벚꽃 축제를 자랑하는 경남 창원시 진해의 군항제는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경남 하동군 섬진강변 벚꽃축제와,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벚꽃 축제도 배놓을 수 없다, 지난해 4월에 다녀온 전라도와 경상도를 경계로 한 화개의 십리 벚꽃 길은 꿈길처럼 아득한 꽃잎이 흐드러진 봄 여행지로,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하여 일명‘혼례길’이라고도 한다. 하얀 눈처럼 핀 벚꽃이 섬진 청류와 화개동천 25km 구간을 수놓는 아름다운 곳이다.

3월이 가고 4월이 오면 서울의 경우 석촌호수 벚꽃축제, 전북 정읍시 井邑 벚꽃 축제, 전북 부안군 상서면 개암동 벚꽃 축제, 大邱 동구 八公山 벚꽃축제 등 4월이면 온 나라가 벚꽃 축제로 상춘객들이 들끓는데 우리도 손에 손잡고 봄기운 한껏 받으려 봄나들이를 가보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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