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별리(別離)의 아픔이 그 사람 그리움 되어 다가온다.

碧 珍(日德 靑竹) 2021. 7. 13. 18:27

별리(別離)의 아픔이 그 사람 그리움 되어 다가온다.

 

 

(1).

지난 밤 삼경(三更)지나 창을 열고 하늘을 보니 잔비가 내리는데 어둠에 쌓인 먼 곳을 바라보니, 불현듯 떨어져 있으나 그 사람 보고픈 마음이 간절하기만 한데 어디선가 이름 모르는 풀벌레 울음소리 들리니 그 사람이 그리움 되어 가슴이 아리도록 다가와 스며드는데 여름밤은 깊어만 가고 있는가보다.

 

벌써 소서를 지나 엊그제 초복 무더위가 이 새벽녘 비속에 기승을 부리나 조석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 다소 위로가 되나, 그간 코로나 어려움 때문에 세월 따라 오랜 별리(別離)의 아픔을 참고 살아온 삶은 그래도 인연의 끝이 아님을 다시금 깨달게 하여준다. 이것이 정이고 사랑이고 소중한 인연의 삶인가 하나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문득 고등학교시절 선생님의 눈을 피해 살짝 본 ‘황태자의 첫사랑’ 이라는 영화 속 이별하는 장면이 떠올라 웃음을 머금는다.

 

   “독일제국의 황태자 Karl은 하이델베르크 대학 유학중 하숙집 아가씨 Kathit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나, 황태자는 자기의 신분과 부친의 유언 탓으로 마음에 없는 여인과 부득이 약혼을 한다. 약혼을 한 후 사랑하는 여인에게 마지막 이별을 고하기 위해서 자기가 공부하던 대학가의 레스토랑에 들려 ‘당신만이 영원한 내 사랑’ 이라는 말을 하고 황태자는 떠난다.

 

    그런데 Kathit, 그 여인은 황태자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도 그대로 아름답게 웃으며 황태자의 행복을 빌어준다. 그리고 황태자가 돌아서서 가버린 뒤 그때서야 비로소 얼굴을 두 손바닥에 파묻고 흐느끼는” 영화 속 이별 장면이 생각난다.

 

아무튼 상대방은 딴 여인에게로 영원히 떠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그에게 밝고 아름다운 표정을 보여 주며 그의 행복을 빌어주는 이별의 주인공은 얼마나 아름다운 이별을 한 여인인가를 생각게 하는 아름다운 영화이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The Student Prince)’ 은 귀족과 평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Mario Lanza’ 의 ‘Serenade from The Student Prince’ 음율 속 그려낸 영화로, 독일 작가 ‘Wilhelm Meyer Foerster’의 소설 ‘Karl Heinrich’ 를 원작으로 하여, 1924년에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레타로 제작된 후 1954년에 뮤지컬 영화로 remake(개작판) 되었다.

 

 

우리 사람은 인생이란 길을 떠나는 나그네이다, 우리 사람은 만남이 오면 이별이 오고 이별이 오면 만남이 오듯(會者定離)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는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즐거운 삶을 얻으면 또 잃기도 하고 슬픈 삶을 살다보면 즐거운 삶을 맞아 살듯이, 삶이란 무엇을 얻었는가 하면 무엇을 잃어버리기도 하면서 사는 것이 사람의 삶이 아닌가 한다, 그러기에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나 살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소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2).

지나온 세월의 무상함을 가슴으로 느끼며 희수를 맞이하여 보람되게 여생을 보내리라 다짐하며 살아 왔는데, 이제 팔순을 바라보니 참으로 원망스러워 질 정도로 빠르게 세월이 무심히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드니 노년의 세월을 두고 아주 짧은 시간도 일 년 같다는 촌음약세(寸陰若歲)라는 말이 새삼스럽게도 다가온다.

 

사람이란 태어나면 살아가면서 사는 동안 인연(因緣)이 있으면 만나고 만나면 헤어지기를 되풀이 하며 자의든 타의든 살아가기 마련이다. 불행하게도 지난 경자년 초 이래 중국 무한 발 Corona virus 감염증 확산으로 정신적 괴리감에다 외출을 자제하다보니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가 없고 가고 싶은 곳을 못가는 등 특히 심리적 불안상태(panic)로 무기력에 빠져 안타깝기가 그지없는 가운데, 일 년 여 넘게 방콕-족이 되다보니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여간 불편하고 어려움으로 우리들의 삶이 생이별과 다름없어 나날을 살아가고 있는 날도 많다.

 

그러다 보니 이제 방콕-족이 되어 표현 할 수가 없을 만큼 답답하고 숨 막히는 나날을 기약도 없이 무력한 생활을 하고 있는 신세가 된 가운데, 오랜 세월을 그 사람이 보내주는 여러 가지 생선. 육류 국. 반찬 및 양배추김치 등 채소류 반찬이 식탁에 올라 입맛을 북돋아주기에 나름대로 그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아무튼 그는 당신 보살핌으로 행복한 사람 중 한 사람인가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살다보면 벌써 인생 황혼인가, 아니 노년이 되었는가 하고 자조할 때가 이따금 있으며, 그럴 때마다 세월이 무심하고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새삼스레 후회하며 안타까움에 마음이 허전하며 공허할 때가 많아진다. 그럴 즈음 우연하게 오륙년 전 들어본,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 그대뿐입니다’ 는,

 

노사연의 ‘바램’ 노래가사가 귓전을 스쳐 살포시 가슴에 스며든다. 그래서 따라 부르며 음미하다보니 앞만 보며 지난 살아온 길에 대한 회한(悔恨)을 이야기하면서도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으며, 살아가면서 알게도 모르게도 사랑의 기대감이나 희망적인‘바램’을 전하고 있다.

 

더욱이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라고 애절하게 호소하는 것은 늙어 가는 것이 서럽고 아쉽다는 것이자, 또한 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사랑이 무엇인가를 알고 이해하는데 많은 세월이 필요하고, 살면서 온갖 세파를 겪어야만 원숙한 노년향기가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으로 노년의 참사랑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것이라고 들려온다. 과연 인생이란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인가’ 라고 되 뇌이며 마음 닫으며 筆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