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사상

‘難得糊塗(난득호도)’에 대한 斷想.

碧 珍(日德 靑竹) 2019. 7. 1. 23:04

 

 

難得糊塗(난득호도)’에 대한 斷想.

 

 

                    

 

중국 청나라 때 양주를 중심으로 활동하였던 개성파 화가 그룹인‘揚州八怪(양주팔괴)’의 좌장이자 유일한 과거급제자였던 판교 정섭(板橋 鄭燮)은 詩. 書. 畵 삼절(三絶)에 모두 능하였다.

 

정판교(鄭板橋)가 현령시절 자칭‘바보 늙은이(糊塗老人)’라 일컫는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묵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노인에게 풍기는 大人의 풍모에 압도당한 그는 기념으로‘이처럼 바보인 척하기도 어려워라(難得糊塗. 난득호도)’ 라는 글을 써주고 이렇게 낙관(落款)하였다고 전한다.

 

정판교(鄭板橋)가 산동성의 지방 관리로 근무하던 어느 날 정묵 이라는 친척으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는데,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가옥의 담장문제로 이웃과 소송이 붙었으니 지방관에게 편지를 써서 흥화현 지현에게 부탁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정판교는 서신을 다 읽은 뒤는,

 

   千里肖書爲一牆(천리소서위일장) / 천리 먼곳서 보낸 편지가 담장하나 때문인가?,

    讓他幾尺又何妨(양타기척우하방) / 그에게 몇 자를 양보하면 또 어떤가?,

    萬里長城今猶在(만리장성금유재) / 만리장성은 아직도 남아 있는데,

    不見當年秦始皇(불견당년진시황)./ 어찌 진시황은 보이질 않는가.’

 

라는 시 한 수를 답장 대신 써서 회신하였다.

 

그리고나중에 어리석기도 어렵다는 뜻의난득호도(難得糊塗)란 글과손해 보는 것이 복을 받는 것이라는 뜻의흘휴시복(吃虧是福)라는 두 개의 큰 글자를 써서 보내며, 그는 이 詩와 함께難得糊塗吃虧是福이라 직접 쓴 편액을 함께 보내었다고 한다.

 

아무튼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難得糊塗는 어리석게 보이는 게 어렵다는 뜻이고,吃虧是福은 손해를 보는 것이 곧 복이라는 뜻으로, 이 말이 나온 유래는 다음과 같다. 정판교가 쓴 이 두 메시지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처세술로 경전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정판교(鄭板橋)가난득호도(難得糊塗) 글을 쓰게 된 내력은 산동에 부임한 뒤 하루는 내주(萊州)의 거봉산(去峰山)으로 유람을 갔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산중에 있는 모옥(茅屋, 띠집)에서 하루를 머물게 되었다. 모옥의 주인은 유가(儒家)의 티가 나는 어리석게 보이는 노인이었는데 스스로를호도노인(糊塗老人)이라고 칭하였다. 

 

모옥의 주인은 집안에 탁자정도로 큰 벼루를 하나 진열하고 있었는데 조각이 아주 뛰어났기에 정판교는 벼루의 정교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노인은 정판교에게 벼루의 뒤에 써넣을 글을 하나 부탁하였는데 정판교는 흥이 일어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네 글자를 써주었다. 그리고는 아래에康熙秀才 雍正擧人 乾隆進士(강희수재 옹정거인 건륭진사)라고 새긴 도장을 낙관하였다. 이는 정판교는 강희제 때 수재가 되고, 옹정제 때 거인이 되고, 건륭제 때 진사가 되어 스스로 그렇게 새겼다고 하였다. 청나라 때 과거는 현-성-중앙정부의 삼단계인데 현을 통과하면 수재, 성을 통과하면 거인, 중앙에 합격하면 진사라 하였다.

 

그런 후 벼루가 컸으므로 아직도 여지가 남아서 정판교는 주인노인에게 발어(跋語)를 써주도록 부탁하였는데, 이에 노인은 붓을 들어得美石難 得頑石尤難 由美石轉入頑石更難. 美於中 頑於外 藏野人之廬 不入富貴門也(득미석난 득완석우난 유미석전입완석경난. 미어중 완어외 장야인지려 불입부귀문야).라고 섰다. 이를 풀이하면아름다운 돌을 얻는 것은 어렵고, 단단한 돌을 얻는 것은 더욱 어렵다. 아름다운 돌이 단단한 돌로 바뀌기는 더욱 어렵다. 아름다움은 가운데 있고 단단함은 바깥에 있으니, 야인의 초가집에 숨어있고 부귀한 집 문은 넘어서질 않는다.이다.

 

그리고는 모옥 주인도 도장을 하나 찍었는데院試第一 鄕試第二 殿試第三(원시제일 향시제이 전시제삼)이렇게 적혀있는데, 즉원시에는 일등, 향시에는 이등, 전시에는 삼등.이다. 이 모옥 노인은 세 단계 과거에서 각각 1,2,3 등을 하였다고 새긴 것이다.

 

이를 본 정판교는 깜짝 놀라며 비로소 이 노인이 지금은 은거하는 고위관료였다는 것을 알았으며, 그는호도노인(糊塗老人)이라는 이름에서 깨달은 바가 있어서 즉석에서 붓을 들어難得糊塗의 아래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聰明難, 糊塗難.        / 총명하기는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다,

   由聰明轉入糊塗更難.    /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되기는 더욱 어렵다,

   放一著 退一步 當下心安./ 집착을 버리고 한걸음 물러서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며

   非圖後來福報也.        / 뜻하지 않고 있노라면 후에 복으로 보답이 올 것이다.

 

라 쓴 글이난득호도(難得糊塗) 詩句이다.

청나라 문학가 8대 괴인으로 알려진鄭板橋가 처음 사용한 말이라고 하는난득호도(難得糊塗)이란 어리석은데 총명한척 하기도 어렵지만, 총명한데 어리석어 보이기는 더욱 힘들다는 뜻으로, 뛰어난 사람이 때로는 바보처럼 위장하여 풍랑이 많은 세상에서 살고 사는 道家的 삶의 처세술을 보여주는 의미이다. 그리고 難得糊塗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좌우명 중의 하나라서 웬만한 집에는 편액으로 만들어 걸어놓고 있다고 하며, 부채와 같은 다른 곳에도 많이 쓰여 지고 있다. 아무튼난득호도(難得糊塗)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이 있기도 하다. 

 

흘휴시복(吃虧是福) 판교 정섭(板橋 鄭燮)이 쓴 말로 자신을 본모습을 숨기고 일을 도모하는 것을 뜻한다는 말이다. 이흘휴시복(吃虧是福)이란 어구(語句)를 중국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語句로서 속과 겉이 다른 중국인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 참으로 irony하다고 하겠다.

 

  滿者損之機(만자손지기).        / 가득 차면 덜어지게 되어 있고

    虧者盈之漸(휴자영지점).        / 비어 있으면 점점 차게 되어 있다.

    損於己則盈於彼(손어기즉영어피)./ 자기가 손해보면 다른사람이 이익을 본다.

    各得心情之半(각득심정지반).    / 그러면 각자 심정의 절반씩을 얻는 것이다.

    而得我心安卽平(이득아심안즉평)./ 나는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을 얻게 되니,

    且安福卽在時矣(차안복즉재시의). / 어찌 바로 복을 받은 때가 아니겠는가.

 

라고 쓴 글이흘휴시복(吃虧是福) 詩句이다.

 

되돌아보면 韓國人들이 家訓으로 가장 많이 애용하는 것이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家和萬事成이라면, 中國人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가훈은難得糊塗(난득호도)라고 한다.難得糊塗난득(難得)은 어렵다는 말이고,‘호도(糊塗)는 흐리멍덩하거나 혹은 어리석음을 뜻하는 말로,바보가 바보처럼 살면 그냥 바보지만, 현명한 사람이 때로는 자기를 낮추고 현명함을 감추고 바보처럼 처신하는 것이 진짜 현명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