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그리움은 기다림을 낳는가.

碧 珍(日德 靑竹) 2019. 5. 31. 21:57

 

 

그리움은 기다림을 낳는가.

 

 

        

 

 

흐르는 물처럼 바람처럼 세월이 무심히 흘러가고 있으나 그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세월과 어울러 마냥 흘러가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그리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사람이다. 그리움이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으나, 그리움은 정이나 사랑보다 때로는 사람을 더 슬프게 만들고 사무치게 가슴을 아프게 한다. 또한 사람이 가슴에 그리움을 품고 있으면 또한기다림을 낳는 게 또한 세월이자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한갓 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면서도 이따금 한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늙어 죽음을 향하여 서서히 다가서는 시간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게 노년 인생이나 그리움이 낳은 기다림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또한 인생이다. 

 

기다림이란 희망적이거나 낭만적이라고 들 하지만 때로는 슬프기도 잔인하기도 그지없다, 이따금 기다림에 지처 술 한 잔(盞)에 그리움을 타서 마셔보지만 고독한 기다림은 달래기보다 외로움만 더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사람은 태어나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진솔한 마음으로 삶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다면 인생을 관조(觀照)하는 여유로움을 보일 수도 있고, 그것이 노년 자투리 삶에서 남은 그리움을 승화시켜 아름다운 세월을 보내는 삶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움을 대하여 이 저런 생각을 그리다가 문득 지난 2014. 5월에 쓴하루가 천 날 기다림이었다네.라는 글이 생각나,

 

    ‘지난 아침 앞마당 갓 돋은

      새 잎 무성한 감나무 가지 위

 

     까악 까악한 쌍 까치

      울며 노니는 정다운 모습에,

 

      내일이면 님 소식 올까

      가슴 조이며 한나절 기다림은

 

      날이 밝은 아침이 되니

      몇십년 기다림과 어이 다를까,

 

      오늘도 하염없이 기다림은

      하루가 천 날과 다름없으니

 

      날마다 날 날마다 기다림은

      이젠 맘과 몸에 배어져 있다네.라고 다시 적어본다,

 

이 글에서도그리움기다림을 낳고 기다림은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주는 것이기에, 사람은 마음조리며 오래하는 기다림은 그리움과 보고픔. 외로움이 지치다 못해 까맣게 타서 가슴 속 재만 남는 게기다림이라 노래하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고 한다.

 

사람이 살다가보면 어느 사이에 자투리 세월을 살아가는 노년이 된다, 사람은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지만, 사람은 욕심대로 오래 살 수 없음을 알고 있으므로 사는 날 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이 노년의 바람이기도하다. 노년이 되면 삶에서 시간은 무료하고 의미 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튼 노년은 늘 한가하고 시간이 많아 남는 것이 시간뿐이라 하는데 이는 노년의 어두운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하여 주는 말이다. 그러나 노년에도 나름대로 노년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그 향기이고 이는 오래 살아온 삶에서 배어나는 향기로 이는 모두가기다림에서 잉태여 태어나는 것이다.

 

사람의 참다운 노년 인생의 결실은 노년에 풍기는 향기이다, 삶의 성숙은 곧 오래된 향기로 남는 게 노년에서 완성되는 것이고, 그 향기는 인고(忍苦)로 견디어 온 초월함과 여유이고, 성숙함은 다음 세대를 위한 희생이고 그리고기다림이다, 우리 삶에서 젊음의 상징이 아름다움이라면 노년의 상징은 원숙함이 그것은 인생의 향기이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용서하며 내어줄 수 있는 것이기다림에서 오는 인고의 사랑이다. 

 

사람은 한 생을 살면서 하루는 저녁(日夕)이 여유로워야 하고, 一年은 겨울이 여유로워야 하며, 一生은 노년이 여유로워야 하는 세 가지 여유로움(三餘)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이것 또기다림이 낳은 것이다. 그러기에 3여(三餘), 즉 여유를 모르는 사람은 배려하는 마음이 그만큼 적다고도 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는 사람이知足常樂, 知足第一富(지족상락, 지족제일부)즉 만족함을 알면 인생이 즐겁고, 만족을 아는 사람이 제일 큰 부자란 말이 인생 70이란 긴기다림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기에 삶에서 탐욕 버리고 만족을 아는 마음이 즐거운 인생의 첫걸음이며, 겸손하게 감사하는 마음에 행복의 길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 이제 인생 황혼에서 자투리 시간마저 얼마 남지도 않았기에 아직도 무언가를 하고 싶고, 되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이 남아있다면 이는 노욕이라 잘못 사는 노년 인생이 아닌가 한다.

 

우리 사람은 인생이란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이다, 우리 사람은 언제 떠나는지 서로 몰라도 가다보면 서로 만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애절한 사연을 서로 나누다 갈래 길 만나면 어차피 헤어지고, 더 사랑하여 줄 걸 후회할 것인데 왜 그리 못난 자존심으로 용서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는지 뒤늦게나마 후회하는 게 나그네 인생이다.

 

인생 노년70이 넘어 바람 가듯 구름 흘러가듯 당신과 함께 걸어온 이 세월 속 기쁠 때 함께 웃어주고 슬플 때 함께 슬픔을 나누며, 늘 보이지 않은 힘이 되고 사랑으로 보듬어 준 너와 나, 당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이 행복을 누리며 오래오래 살고 싶은 게 사람이다. 그래도 인생은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아쉽고 서운함이 남아 있어 더 살고 싶다면 이는 부질없는 노욕이자 허무함일 뿐이다, 그러기에 인생이란 인고의기다림속에서 살다가 결국 혼자서 가는 길이므로 노년에 자투리세월을 보람 있게 보내는 것이 행복한 노년 삶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