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봄나물 斷想.

碧 珍(日德 靑竹) 2019. 4. 11. 23:13

 

 

봄나물 斷想.

                - 민들레. 냉이 등 봄나물은 보약이다.

 

 

 

 

지난 밤 三更 창을 열고 고개 들고 하늘을 보니 봄이 깊어만 가니흘러가는 시간이나살아가는 세상을 뜻하는 세월이 흘러가는가보다,바람 따라 밤중에 몰래 숨어 들어와 촉촉이 소리도 없이 만물을 적셔주는 봄비를 반겼다고 당나라 두보(杜甫)가 말 하였듯이, 푸른 하늘과 초록이 물든 잡목 사이사이에 이름 모를 잡초들이 짙은 향을 풍기고 봄꽃들과 초록 풀이 제법 어우러진 들판에 쑥이랑 냉이 등이 자라나고 있는 가운데 노랑 민들레꽃이 유난히도 싱그러운 봄을 느끼게 한다.

 

이따금 휘날리는 봄꽃 낙화가 고요한 시냇물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늦봄의 풍요가 그득하고, 따사로운 봄볕에 송골송골 땀에 젖도록 걸으면 겨우내 얼었다 풀린 대지만큼이나 마음도 봄과 더불어 떨어지는 봄 꽃잎을 사랑하였는지 알 수 있으며, 지난 유년시절 고향에서 자라며 소꼽동무. 불알친구들과 봄 산야를 돌아다니며 보았던 봄 잡초. 꽃 등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봄철 양지바른 야산. 언덕이나 들판. 길가. 공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 냉이는 여러 해살이 식물로 소재로 한 글이나 노래도 많아 우리와 친근한 식물이다, 민들레는 뿌리나 어린잎을 국거리나 김치를 담가 먹거나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며, 요즘에는 민들레의 꽃과 뿌리를 말려서 민들레차로 마시기도 하며, 또냉이는 어린 순과 잎, 뿌리는 이른 봄을 장식하는 나물이며 특히 예나지금이나 봄나물 국으로 으뜸인 게 냉이다. 그만큼 모든 봄나물이 겨울을 이겨내고 올라오는 싹이니 만큼 그 안에 모든 양기가 들어있다.

 

아무튼 재래식 시장이나 백화점에 가면 냉이, 민들레, 달래, 사철쑥, 곰취, 기름나물, 냉초, 두릅, 물레나물, 바위취, 별꽃, 속속이풀, 솔나물, 엉겅퀴, 오이풀, 왕고들빼기, 원추리, 제비꽃, 질경이, 참당귀 등등 봄나물은 그 종류도 많다. 그러기에 봄철 산야에서 나는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도 모두 우리의 소중한 먹을거리이자 이들 식물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보약이라 하겠다.

 

우리의 식탁은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공간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봄나물이나 국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음을 밥상에서 먼저 알려주는 전령사이다. 봄 식탁에 된장을 풀어 끓인 냉잇국을 한 수저 떠 입에 넣었을 때 입 안 가득 퍼지는 냉이 향기나, 민들레의 뿌리나 어린잎을 김치나 국거리나 나물로 무쳐먹을 때나, 새콤달콤한 달래무침이나 달래간장, 여기에 쌉쌀한 맛으로 겨우내 텁텁하였던 입맛을 신선하게 자극하는 씀바귀까지 더하여지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어 우리는 봄을 만끽 느낀다. 그래서 옛날부터 사람들이 봄나물을 아예 보약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민들레(복공영(僕公英), 황화지정(黃花地丁),dandelion)는 국화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묵은 뿌리에서 원줄기 없이 뭉쳐 나와 옆으로 퍼지며, 꽃은 피는 흰색이나 노란색이 핀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토종민들레로는민들레’, 흰꽃이 피는흰민들레’,‘산민들레가 있으며, 우리 주변에 피어있는 대부분의 민들레는 귀화식물인 서양민들레이다.

 

민들레는 금잠초(金簪草), 지정(地丁), 포공영. 포공초, 안질방 이라고도 하며 앉은뱅이라는 별명도 있다. 민들레는 겨울에 꽃줄기와 잎이 죽지만 이듬해 다시 살아나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이것이 마치 밟아도 다시 꿋꿋하게 일어나는 백성과 같다 하여 민초(民草)로 비유되기도 하고 관상용. 식용. 약용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어린순은 나물이나 국거리로 Tm며,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거나 환제 또는 산제로 하여 사용하며 생즙을 내어 쓰고 뿌리로는 술을 담기도 한다. 또한 주로 소화기 질환 및 해독과 해열에 효험이 있으며 건강 생활에도 유용하다.

 

옛날에 民家에서는 민들레는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여자가 먹으면 젖이 잘 나온다고도 하여 산모에게 먹였다고 하고, 또한 종창에 효능이 있다고 하여 환부에 민들레를 짓이겨 바르기도 하였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민들레를 포공영(蒲公英)이라 하여 해열, 해독, 이뇨, 기관지염, 위염, 간염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하였는데, 그 약효는 노란색 민들레 보다 흰민들레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는 몸에 좋은 식물로 민들레는 잎차, 효소, 생즙, 나물, 쌈 채, 술, 민들레(비빔)밥. 부침게. 장아찌, 김치 등 이렇게 민들레는 많은 요리에 이용할 수 있으며, 효능도 좋아서 민들레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매우 다양하다.

 

냉이(薺, shepherd’s purse)는 한자어로는 제(薺). 제채(薺菜)라 표기하며, 십자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초본식물로 나상구, 나생이, 나중개, 나시, 나잉개, 애이 등으로 부르며, 흰색의 꽃이 피고 열매는 첫여름에 익고, 냉이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좋아 피를 잘 돌게 해주며 간에 좋고 눈이 맑아진다고 하였으니 약초나 다름없으며 봄 냉이는 인삼보다 명약이라고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의 들과 밭, 길가에서 자라며, 만주,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냉이의 종류를 크기에 따라 분류하고, 잎과 꽃과 줄기가 모두 작은 사제(沙薺)가 맛이 가장 좋으며, 줄기가 단단하고 털이 있는 것을 석명(菥蓂)이라고 하는데 맛이 좋지 않다고 한다.

 

현재에도 民家에서 봄철이 되면 어린냉이를 뜯어 데쳐서 나물로 하거나 찌개. 밥. 죽에 섞어먹기도 한다. 또한 꼬투리를 잘 말려서 손으로 비벼 물에 넣고 휘저어 두면 그릇 밑바닥에 가라앉는데, 이것을 죽이나 단자에 섞어 만든다. 특히농가월령가2월령에도 기록되어 있는 냉잇국은 민가에서 가장 많이 먹는 봄철의 국 가운데 하나이다.

 

씀바귀동의보감에 성질이 차고 맛이 쓰지만 몸의 열기를 제거해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켜 심신을 편하게 하여주며 춘곤증을 물리쳐 노곤한 봄날 정신을 맑게 하여준다고 한다. 또질경이는 질경잇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들이나 길가에 흔히 나는데 줄기가 없고 잎은 밑동에서 모여 나서 비스듬히 퍼진다. 여름에 흰 꽃이 이삭 모양으로 피며, 씨는 차전자(車前子)라 하여 한방에서 이뇨제로 쓰고 어린잎은 먹는다.

 

옛날 어른들은 겨울을 넘긴 나물 뿌리는 인삼보다도 명약이라고 하였듯이 냉이가 좋기는 좋은 것인가 한다. 고대에 이런저런 이유로 나물만 먹고 산 인물이 있었는데 널리 알려진 중국 주나라 때의 백이숙제(伯夷叔齊)와 냉이를 먹고 높은 학문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송나라 때 귀양살이 하던 채원정(蔡元定)이다.

 

근래 들어 농업기술 발달로 봄나물은 온실재배로 사시사철 거의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진짜 약이 되는 봄나물은 제철 노지(露地)에서 캔 것으로 그중에서도 겨우내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나와 가장 먼저 움이 트는 나물인 냉이가 으뜸이다. 생각해보면 기나긴 겨울 동안 묵은 반찬만 먹다가 초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냉이무침에 냉이된장국과 냉이된장찌개 등과, 민들레 김치, 국거리나 나물로 무쳐먹을 때 등 신선한 봄나물이 밥상에 올랐다면 굳이 따로 보약을 찾아 먹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