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늙어 가면서 등 긁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碧 珍(日德 靑竹) 2019. 4. 13. 22:11

 

 

늙어 가면서 등 긁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겨울이 어느 사이에 가고 따사로운 봄이 짖어가니 몸에 가려움이 잦아지며 특히 등 가려움이 잦게 일어난다. 가려움이 집에 있을 때 일어나면 옷이나 벗고 효자손으로 긁어주거나 물수건으로 문지러거나 닦아주면 되지만 집밖이라면 남 앞에서 긁적거리는 것은 점잖지 못할뿐더러 꼴불견이라 고민스러울 때도 있다.

 

요즈음 들어 날씨 탓이라 그런지 등이 가려워 잠이 깨기가 잦다보니, 버릇으로 손을 등 뒤로 길게 뻗어 가려운 곳을 긁어 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손이 닿지 않는다. 등도 내 몸의 일부분인데 손이 미치지 못하니 어찌 할 방법이 없다.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되지만 가려울 때 등 한 번 시원하게 긁는 것도 쉽지가 않는 다는 것은 삶에서는 불행이 아닌가도 든다, 그러다보니 말하지 않아도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 줄 수 있는 윗녘 그 사람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면 등은 얄밉게도 가려워지기가 더 하여진다.

 

아무튼 사람의 신체 중에 손이 닿지 않는 곳이 등이라 가려울 때는 참으로 난감하기가 그지없다, 몸이 비만한데다 팔이 짧아 그의 두 손을 위아래로 뻗어보아야 닿을 수 있는 등의 영역이란 거의 없을 정도라 등이라 내 몸이면서 내 몸이 아닌 셈이다. 등이 가려울 때면 으레 효자손이나 긁을 수 있는 것이라면 일단 등을 긁고 보는데 문제는 긁은 자라는 다시 가려워지기가 다반사라 속수무책인데다, 상처가 나기가 일쑤라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약을 바를 때는 그럴 수도 없어 답답하나 별 방법이 없다.

 

그러다 가려움이 좀 잦아들면 누워 천정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가 하고, 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서슴없이 등을 긁어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가 하고 자문자답하여보다 잠이 들기도 한다, 사람이란 혼자만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 갈 수도 있다지만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으며 이웃이 있어야 하는 것인가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동물인 소(牛)도 등이 가려우면 언덕이나 울타리에 등을 비벼서 가려움을 해결하듯 그에게도 최소한 이런 언덕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 런 언덕이 어디에 있는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사람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고 역할이 다르므로 손이 닿지 않은 등을 긁어주는 사람이 있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인생이 아닌가 한다.

 

사람은 늙어 가면서 옆에서 등도 긁어주고 또 식사도 같이하고 외출도 함께 할 수 있는 어느 한쪽이 없다면 밤에 잠을 잘 때도 허전하고 식사 할 때도 외출 할 때도 허전하다, 그러기에 사람이 살면서 서로를 사랑으로 배려하고 도우며 건강하고 사랑하면서 동반자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한다. 아니 인생에 있어 서로 동반의 삶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한다.

 

되돌아보면 지난 어느 날 나이가 먹은 사람들이사람이 늙으면 등 긁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는 말을 청년시절이나 중년시절에 들을 때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나이가 들면서도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니 벌써 희수(喜壽)를 넘어 가 있는 나이다.

 

아무튼 부부(夫婦)란 늙어 가면서 등도 서로 긁어주면서 살아가는 게 참 행복한 인생이라고 들 한다, 부부의 참된 가치는 어떤 어려움과 환경에서도 서로를 사랑으로 배려하고 도와 사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 등을 서로 긁는 배우자가 있어 서로 동반의 삶을 나눌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기에 어느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허전하고 살맛을 잃은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하고 .

 

그러나 아직 그 말이 실감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든 이즈음에 와서등 긁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소나마 알게 되어가고 있다. 말이야 바른말로 가려운 등 긁어 주는 것보다 더 시원하게 하여주는 것은 없다. 그러기에 노인이 되는 것은 등을 긁어주면서 나이를 먹어가므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것이라 생각이 드는 것은 어인 일인가 하니 웃음이 절로난다.

 

 

 

 

'시. 산문. 편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봄을 보내면서.  (0) 2019.04.30
기해년 아버님 기일을 맞아.  (0) 2019.04.24
봄나물 斷想.  (0) 2019.04.11
노안 단상(老眼 斷想).  (0) 2019.04.10
그 사람 내음을 그리워하며.   (0) 2019.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