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기해년 아버님 기일을 맞아.

碧 珍(日德 靑竹) 2019. 4. 24. 20:58

 

 

기해년 아버님 기일을 맞아.

 

 

 

 

어느새 늦봄이 무르익어 가는데 때 이른 더위에 등에 땀이 맺힌다. 이십사절후는 무서울 만큼 정직한 자연의 섭리이다, 얼어붙었던 땅이 녹을 때면 누구나 봄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우리 곁으로 자고나면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와 있을 즈음이면,해마다 고향집 뒤 언덕에 복사꽃이 피어나고 질 무렵인 4월 아버님 기일(忌日)이 되면 그리운 마음으로 계실 그때를 생각 합니다라고 아버님을 그리며 못내 아쉬워하였던 날이 엊그제 같다.

 

해마다 오는 4월이 되면 그리움에 애절한 마음은 오순도순 행복하였던 그 시절이 떠오르면, 43여 년 전 맑은 봄 날 벽봉(碧峯)스님과 어머님 그리고 이 兒孩에게 마지막 말씀을 마치고 가시던 순간까지 아버님과 함께 지나왔었던 희비애락 30여년 시간들이 아쉽고 그리워하는 아해의 가슴에는 애절하게 아버님이 보고 싶어집니다.

 

오늘 4월 22일 아버님 입재일이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버님을 처음 모셨던 松林寺 큰 법당 부처님께 예 올린 후, 아버님께서 오래 머무셨던 명부전(冥府殿)에서 예를 다하니 한없는 그리운 마음에 외로움이 다가와 눈시울을 적십니다.

 

적막한 冥府殿 문을 나서며 옛 요사(寮舍)채 자리를 바라보니 지난 그날 따사한 햇볕 속에 갓 삼십의 철없는 상주(喪主)를 일깨워 주시던 碧峯 큰스님의 자애하심도 松林寺와 함께 언제나 잊을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松林寺에는 이제는 인자하시던 碧峯 큰스님께서도 열반하시어 절이 텅 비어 있는 느낌이 들어 그때가 그리웠는데, 대웅전 옆 뒤편에 있는 碧峯 큰스님을 기리는 부도탑(浮圖塔)과 공덕비(功德碑)가 있어 스님을 뵈옵는 마음이라 반가웠답니다.

 

지난 2017년 4월 아버님 기일을 맞아 하늘 높고 푸르고 벚꽃이 만개한 날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에 있는 쌍계사(雙磎寺)와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지리산에 있는 화엄사(華嚴寺) 명부전에 다녀왔었습니다. 이어 4월 중순 들어 49제(四九祭)를 지내고 수년간 제사를 모셨던 대구 근교 칠곡 松林寺 명부전을 찾았으며, 하순이 되어 천안.아산역에서 그 사람을 만나 장성 백암산 백양사((白巖山 白羊寺) 명부전을 찾은 뒤, 5월 3일 음력 사월초여드렛날(初八日)은 이 아해와 그 사람은 대구 앞산 대덕산 달비골에 있는 임휴사(臨休寺) 찾아 외할머님. 아버님. 어머님을 간절히 그리다 왔었습니다.

 

오늘 아버님 기일이라 다섯째 아우와 아버님을 오래 모셨던 松林寺를 찾아 아버님을 그리움에 아쉬움으로 머물다 碧峯 큰스님 부도탑을 찾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다, 시원한 바람을 등지고 松林寺 절문을 나서는데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즉,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은 멎지 아니하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그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뜻하는 孔子와 고어(皐鱼)사이 있은 말씀이 생각납니다.

 

되돌아보면 1973년 4월 23일, 어언 46년 전 아버님은 저희들을 두고 가셨습니다. 가신님들이 뵙고 싶을 때 마다 혼자 보는 빛바랜 가족사진 한 장이 내게 있습니다. 우리 집 대소 간에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이 사진은 37년 전 우연한 기회에 우리 식구가 다 한 자리에 모여, 화창하고 싱그러움이 짙은 6월 중순 대구 상동 집 마당 화단 앞에서 찍은 때 묻은 흑백 사진으로 무엇 보다 소중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보노라면 아버님과 함께 지나왔었던 희비애락 30여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어언 세월 따라 희수(稀壽)를 넘어 부모님의 크고 깊으신 사랑을 느끼며, 따라 갈 수 없는 무량한 사랑임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습니다.

 

어느 때나 오늘도 늘 절에 들리면 외할머님 과 부모님을 모셔놓은 명부전을 늘 먼저 찾아 예를 올립니다. 명부전에 들어가 외할머님 과 부모님을 그립고 아쉬워하며 절 올리고 나면 명부전에 모셔 놓은 모든 영가(靈駕)에도 극락왕생하시라 절을 올린답니다, 冥府殿은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 염라대왕 등 시왕(十王)을 모셔 놓은 절 안의 전각으로, 유명계의 심판관인 시왕을 봉안하고 있으므로시왕전(十王殿)이라고도 하며, 지장보살(地藏菩薩)을 主佛로 봉안하고 있으므로지장전(地藏殿)이라고도 한다.

 

산에 오면 山이 있어 老松이 있고 山이 있어 골마다 흐르는 물이 있음에 산자수려(山紫秀麗)한 산골에 절집(寺刹)이 있어야 하고, 초라한 절집이라도 수행이 깊으신 큰 스님은 있어야 하며, 경(經)을 독송하는 학승(學僧)이 또한 있고 향 내음에 목탁소리 들리면, 더욱 절집에 부처님이 왕림하시고, 부처님의 자비광명심이 일어 山寺 종소리 따라 十方에 은은히 퍼져 나간다고 山寺에 오면 느껴지는 마음이다.

 

지난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이제 모두가 빈 것 같은 남은 삶이라도 무착(無着)한 삶을 닦아 욕망과 애착을 없애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하며, 무언가 남기고 가는 것 보다 뒤가 아름답게 잘 마무리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는 준비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며, 佛者로서 다하는 삶을 살며 마음을 행하여 후회 없는 준비를 하며 살아야 하는 나이가 벌써 지나가고 있나 봅니다.

 

아버님, 아버님을 향한 그리움과 아쉬운 마음으로 稀壽가 되어서 지금 아버님의 크고 깊으신 사랑의 족적을 느끼며, 따라 갈 수 없는 무량한 사랑임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기에 눈물이 앞을 가리 웁니다. 이 兒孩는 효도를 다하지 못한 채 어버이를 여윈 자식으로,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효도를 할 기회가 없어 한탄스러움이 이렇게도 이 새벽에 가슴으로 와 닿아 저며 드는지, 세월이 이러히 흐른 뒤에야 아버님께서 주신 크나 큰 사랑을 알게 되는 어리석은 兒孩는 자식으로 풍수지탄(風樹之嘆)한 마음입니다. 따라 갈 수 없는 무량한 사랑임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습니다.

                                 己亥年 아버님 忌日을 즈음하여. 큰兒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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