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사상

가을 기러기(秋雁,추안).

碧 珍(日德 靑竹) 2008. 11. 30. 16:28

 

가을 기러기(秋雁,추안).

 



어제 밤과 오늘 새벽이 다르게 가을이 깊어만 가니, 바람의 차가움과 더불어

가신님들의 생각에 이 가을밤을 지세 우는 일이 때때로 이다.


살아생전에 다하지 못한 일들이 후회스럽고, 그때그때 자각하지 못했던 어리석음이

지금에야 되새겨 지니 회한만 남을 뿐이다.


이 가을에도 인자하신 님 들 생각에 옛 일들과 동기들 간에 즐거웠고 

행복했던 시간들이 생각 속에 연이어 지나간다.


그저께는 찬비가 내려, 더욱더 님 들 생각에 안서러워하는 그리운 마음만이

사위를 가득하고 있는데, 풀들과 나무 잎들이 누렇게 변하고 떨어지는 것을 보니

가슴에 와 닿는 사모의 정이 그림자처럼 앉는다.


날짐승 나무들마저 겨울차비를 하는 듯한 날씨라

님들 계시는 幽宅(유택)을 다녀와야겠다는 마음 간절한데,

높은 가을하늘에 철새들의 날음은  더욱 마음을 어리게 하는가봅니다.


봄에 제비를 연상하듯이, 날씨가 쌀쌀하여지면

가을과 기러기가 생각나기 마련이며,

남녁으로 가는 기러기 떼를 보면 그리움과 애절함의 소식을

전하여 주는 듯한 기러기의 떼 모습은 잊었던 일들을 생각하게 한다.


   影落千山月,(영락천산월) / 천산 밝은 달에 그림자 드리우고

   聲傳萬里秋,(성전만리추) / 만리 깊어가는 가을을 끼륵 울어 예네

   自能知節序,(자능지절서) / 계절 바뀌는 것 스스로 알고서

   陣陣向南洲.(진진향남주) / 줄지어 줄지어 남녁으로 향하네.


백경환(白景煥)이 열다섯 살 때 지었다는“가을 기러기(秋雁)”이며

“風謠續選(풍요속선)에 수록되어 있는 글이다.


가을이 되면 고향을 떠난 만리타향 나그네는

고향과 가족들이 갑절로 그리워지고 보고파지며,

달이 휘영청 밝은 밤하늘, 더 높이 기러기가 줄을 지어

끼륵 소리 내며 남녁으로 날아가면, 고개 들어 바라보던 사람은

가을 찬바람에 불현듯 먼 곳의 임을 생각한다.


가을이 깊어 가면 산에 산에 단풍이 봄의 꽃보다 더 붉게 물들면,

차분히 우리네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를 한번쯤 되돌아 볼만한 때이며

사랑하고 아쉬운 님 들 생각에 마음 허전함이 다가 오기도 할 것이다.


세월이 흘러 生에 후반기를 드리우니,

이 가을도 지난날처럼 보이지 않고 보는 눈도 지난날 같지 않아

세월의 흐름을 실감나게 하는 가을이 마음에 붉게 자리하고 있다.


   “여보소 공중에 / 저 기러기 /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 저 기러기 / 열십자 복판에 내가 섰오,

     갈래 갈래 갈린길/  길이라도 /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오”


소월의“길”이란 시의 끝 구절이 現今 이 가을날 自畵像 인가.

지척이 천리인 憬아를 생각 하며.                            

                                                  碧珍(日 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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